작은 생명이 아이 마음을 깨우는 순간
코코가 우리 집에 온 첫날,
가장 당황한 건 사실 나였다.
갑자기 한 생명이 내 품 안으로 들어왔고
그 작은 체온 앞에서 내 마음은 오래 묻어두었던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흔들렸다.
그런데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마치 오래전부터
코코를 기다려온 사람들처럼 행동했다.
집에 오자마자
코코는 소파 밑에 숨었다.
낯선 냄새, 새로운 공간.
작은 몸이 한껏 긴장되어 있었다.
아들과 딸은
서로 눈으로 의논하듯 조심히 옆에 앉았다.
손바닥을 바닥에 대고
코코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빨리 나와, 귀여우니까 안고 싶어”
이런 말 대신 기다려주는 마음이 먼저였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돌봄은 행동보다
자세가 먼저였다는 걸.
그날 밤
아이들은 각자 침대 대신
코코 곁에 이불을 깔았다.
혹시라도 코코가 불안해하면
손이라도 잡아주겠다는 듯.
아들은 뒤척이며 계속 코코를 확인했고
딸은 코코가 잠들 때까지
작은 등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내가 억지로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서
이미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감정이 자라고 있었다.
며칠 후 목욕을 시켜야 하는 날이 왔다.
작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우자
코코는 처음으로 몸을 바짝 웅크렸다.
그때,
아이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아들은 코코 몸을 가볍게 감싸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지해 줬고
딸은 손가락 끝으로
눈 주변의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살폈다.
“엄마, 코코 수건 여기 있어!”
이 말 한마디 뒤에는
기꺼이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목욕 후에는 역할이 바뀌었다.
아들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딸이 드라이기로 작은 털 한 올, 한 올 말려줬다.
코코가 몸을 털면
둘은 동시에 깔깔 웃었다.
그러다가도
“코코 놀랐겠다” 하며
바로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 웃음과 진지함 사이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있었다.
코코가 사료를 남기기 시작했을 때
딸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태블릿을 켰다.
“강아지가 밥을 잘 안 먹을 때”
검색창에 적은 문장은
너무나 진심이었다.
딸은 사료를 따뜻한 물에 살짝 불려
조금 더 촉촉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코코 앞에 무릎을 꿇고
작은 숟가락으로 살살 저어주었다.
코코가 한 입을 먹어주면 딸의 어깨에서
안도가 눈에 보이게 내려앉았다.
그 표정 하나만으로도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크게 움직였는지 알 수 있었다.
간식은 정확한 시간에만 가능했다.
아이들은 시계를 보며
코코와 약속을 지켰다.
“조금만 더 주면 안 돼?”
가슴은 흔들렸지만
머리는 지켜야 할 규칙을 선택했다.
좋아하는 것만 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건강을 함께 걱정하는 것이 사랑임을
아이들은 어느새 알고 있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코코를 키우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손끝이 더 부드러워지고
걸음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시간을 나누는 태도가 생겨났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칭찬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코코가 가족이 되었을 뿐인데
아이들은 어른으로 가는 길을
조금 빨리 걷고 있었다.
돌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경험이다.
하지만 그 시작 시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 아이들은
코코가 문 앞에 서던 바로 그날,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놀라운 시작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