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해야 했던 순간

by Remi

코코의 중성화 수술은 지금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 선택은 코코가 아직 여섯 달 남짓 되었을 때,
모든 것이 작고 연약해 보이던 시절에
이미 한 번 지나간 시간 속에 있다.


지금 코코는 만 두 살, 사람 나이로 치면
청년기에 접어든 나이다.
이제는 산책의 리듬도 안정적이고
몸의 균형도, 성격의 결도
한결 단단해졌다.


그러나 그 단단함의 시작에는
우리가 처음으로 감당해야 했던
무거운 선택 하나가 놓여 있다.


중성화 수술을 결정하던 당시
나는 생각보다 더 오래 망설였다.
이 결정이 옳은지, 지금이 맞는 시기인지,
혹시 너무 이른 것은 아닌지.


요즘 반려인에게 중성화 수술은
마치 숙제처럼 여겨진다.
대부분은 생후 6개월 전후로 수술을 선택하고
그 선택은 어느새
‘당연한 절차’처럼 소비된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 단어 하나로 정리되지 않았다.


중성화 수술은 생식기관을 제거해
성호르몬 분비를 막는 수술이다.
수컷은 고환을, 암컷은 난소를 제거한다.


설명은 명확했고 의학적 근거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나는 ‘필요하다’는 말과
‘괜찮을까’라는 마음 사이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수의사는 장점과 단점을 숨기지 않고 설명했다.
중성화 이후 근육 성장에 관여하던 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서 체중이 늘 수 있다는 점,
근육량이 줄고 지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
다만 이는 식이 조절과 운동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덧붙였다.


또 하나는 뼈와 근육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특히 중 대형견의 경우, 만 1세 이전 수술이
정형외과적 질환—십자인대 파열이나
골육종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그 모든 설명을 듣는 동안
나는 단순히 수술의 유무를 고민하는 보호자가

아니라 이 아이의 몸과 미래를 대신 선택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 결정을 설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왜 꼭 해야 해?”
“안 하면 안 돼?”
“코코 아프지 않을까?”
아이들의 질문은 어른의 망설임과 정확히 닮아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중성화 수술이
번식을 막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각종 생식기 질환을 예방하고
코코가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한 결정이라는 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수컷의 경우 고환암과 전립선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전립선 종양이나 농양, 포피염, 방광암 발생 위험도 줄어든다는 사실.


마운팅이나 마킹 같은 행동이 본능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고 중성화를 통해
그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도 숨기지 않았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진지하게 들었다.


그날 밤,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건…
코코가 우리랑 오래 살 수 있게 하려고
우리가 대신해주는 선택이네.”
그 말은 내가 스스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수술 전날 밤, 코코는 아무것도 몰랐다.
평소처럼 꼬리를 흔들었고
아이들 발치에 몸을 말고 잠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밤 12시 이후부터 코코는 물도,

사료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금식이라는 단어가 그날따라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작은 몸으로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수술 당일 아침, 병원에 도착했을 때
공기는 차분했고 코코는 평소보다 얌전했다.
혈액 검사를 거친 뒤 전신 마취가 진행되었다.
동물은 사람과 달리 마취약을 아주 천천히 투여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나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수술 자체는 불과 몇 분.
그러나 준비와 회복을 포함하면
네다섯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보호자의 무력감이란 바로 이런 순간에 생긴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코코는
비몽사몽 한 얼굴로 우리 품에 안겼다.
눈은 풀려 있었고 걸음은 불안정했다.
우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표정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다.


아들은 이미 전신 마취를 경험해 본 적이 있어
코코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안아주었다.
말은 없었지만 그 손길에는
같은 경험을 건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조심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코코는 한동안 물을 마시지 못했다. 12시간 넘게 금식했음에도 스스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손으로 코코의 입을 적셔주었다.
한 방울, 한 방울.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저녁 7시 이후 평소 사료의 3분의 1만 급여했다.
코코는 마취에서 조금씩 깨어나며
사료를 남김없이 먹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넥카라를 착용한 코코는 눕기도, 앉기도 불편해

보였다. 수술 부위보다 넥카라가 더 괴로워 보인다는
수의사의 말이 실감 났다.
아이들은 집 안의 동선을 정리했고
코코가 부딪히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길을 내주었다.



“조금만 참자.”
“곧 괜찮아질 거야.”
그 말들은 코코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사실은 아이들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렸다.



중성화 수술 비용은 병원마다 달랐다.
코코가 수술한 병원은 20만 원.
혈액 검사와 마취가 포함된 비용이었다.
비용보다 더 크게 남은 건
이 선택이 가진 무게였다.


일주일 뒤 실밥을 풀 때까지 넥카라는 계속

착용해야 했고 그동안 코코는 조금 기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틀쯤 지나자 다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고
장난도 제법 쳤다. 그때 우리는 알았다.
이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다는 것을.



나는 가끔 20년 전 키웠던 강아지를 떠올린다.
그때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고
그 아이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5년 넘게 함께 살며
중성화하지 않은 강아지의 삶도 보았기에
이번 결정은 더 오래 고민했고 더 신중했다.



중성화 수술은 정답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책임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코코는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한다.
아직 어설펐던 보호자가 처음으로
이 아이의 몸과 미래에 대해 결정했던 순간을.
그리고 지금, 만 두 살이 된 코코를 바라보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조용히 확인하고 있다.



사랑은 언제나 부드러운 선택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때로는 아픔을 감수하는 결정을
조용히 떠안는 일이다.
그날의 선택은 우리에게
보호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다.



벌써 세살형아가 된 코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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