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대각선 -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쓰

by Poison After Feeling

퀸의 대각선 그리고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애증의 <흑백요리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캐릭터 카드부터 베리어프리까지 소셜 외에 콘텐츠만 총 4가지 프로젝트를 제작했는데, 프로덕트가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면서 나까지 괜히 덩달아 신이 난 프로젝트였다. 제작하면서도 이런저런 면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새로운 흑역사도 쌓았지만 어찌어찌해서 결승선까지 왔다. 이미 지나간 일 자책해서 뭐 해… 이 실수들을 기반으로 앞으로 더 성장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긴 해도 항상 잘했던 부분보다 아쉬운 점이 압도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다. 1 끝까지 미련 범벅… 어쨌든 끝이 난 마당에 난 이 자극제를 안고 더 성장하면 되겠다. 쓸데없는 아쉬움 이제 그만 느껴…


휴가 기간인 데다가 프로젝트도 끝난 와중에 무거운 책을 읽고 싶진 않아서 좀 가볍고 재밌게 읽을만한 책을 찾다가 한동안 문래 SK V1 1층 광고판에 루핑 되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 <퀸의 대각선>을 읽어보기로 했다.


아빠는 검은 강아지가 싫다고 하셨어

검은색은 어쩌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게 되었을까. 언뜻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흑과 백이 주는 이미지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유래한 걸까. 천국과 지옥, 빛과 어둠, 백인과 흑인.


미국에서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제목은 <Culinary Class Wars>로 방영되었다. 그들이 굳이 콘텐츠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흑과 백’의 콘셉트를 제목에 넣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인종갈등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흑’ 낮은 계급으로 묘사하는 위험을 택하진 않았을 거다.


한국의 경우 ‘흑수저’라는 콘셉트는 사실 다르게 읽히기도 한다. 아직까지도 댓글창을 보면 ‘흑수저’가 아닌 ‘흙수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종종 따리로 있다. ‘흙수저’만큼 대한민국의 빈부격차를 잘 드러내는 단어는 없으리… 흑수저인 요리사들은 이미 백수저로 선정된 다른 이들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통해 1차전을 치러야만 한다. 한국의 경우 흑수저든, 흙수저든 사실 뭘로 읽어도 차이는 없을 거다. 어쨌거나 이 경우에도 흑이 백과 대비되어 부정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본능이던 학습이던 어쨌든 아직까지도 백과 대비되는 흑은 부정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는 한다. 우리 아빠는 검은색 강아지가 싫다고 했고, 그리하여 키우게 된 하얀색 몰티즈 ‘미르’는 진짜 광견병 걸린 개처럼 아직까지도 틈만 나면 나를 찢어 갈기려고 으르렁거린다.


흑백 그리고 빨강과 파랑


요즘 정주행하고 있는 <덱스터>에서 연쇄 살인마인 주인공은 자신의 살인 욕구를 ‘어둠의 승객’으로 표현한다. ‘내 안에 있는 어둠’과 같은 표현도 자주 나오고, 주인공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 ‘어둠’과 싸우려고 무진장 노력한다. 모든 회차가 결국 주인공이 내면에 숨겨진 어둠과 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가끔은 어둠이 주인공을 잠식해 흑화 하기도 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는 주변 사람들 덕으로 가끔은 빛이 어둠을 몰아내기도 한다. 아직 모든 회차를 본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로 보아 주인공이 내린 결론은 ‘어둠이 있어야 빛도 있다’이다.

체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흑말이 있으면 백말이 있어야 게임이 진행되는 것처럼 어둠과 빛, 흑과 백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체스에서는 흑과 백이 긍정과 부정이 의미를 띠지 않는다. 흑이라고 더 불리한 것도 아니다. ~~(백이 조금 더 유리하다고는 하나…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하필 또 백…)~~ <퀸의 대각선>에서도 지독하게 대비되는 두 주인공을 굳이 흑과 백으로 따지기보다는 그들이 갖는 극단적 성격을 가지고 주요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굳이 색으로 가르자면 빨강과 파랑으로 볼 수 있겠다.


‘속이 빨간’ 파란 눈의 금발 니콜 오코너와 흑발의 신비로운 회색 눈동자를 가진 모니카 매킨타이어. 둘은 성격도 정치 성향도 정반대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미친 사패라는 점. 니콜 오코너는 목장을 운영하는 부자 빨갱이 아빠 밑에서 자라면서 양 떼를 움직이는 목동처럼 군중을 움직이는 데 사로잡힌다. 그녀는 혼자 있는 것을 무서워하는 <오토포비아>를 앓고 있다. 그녀는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반면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혐오한다. 니콜과 반대로 그녀는 <안트로 포비아>를 앓고 있다. 타인을 못 견디게 혐오하고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렇게 정 반대의 그들은 체스 대회에서 처음 만난다. 니콜은 대중을 선동하는 것처럼 여러 폰을 이용해서 퀸을 압박하는 기술을 사용한다. 반면에 모니카는 퀸으로 단번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첫 대면 대회에서 니콜이 모니카를 이기자 본에 못 이긴 모니카는 니콜의 목을 조른다. ㅎ …. 니콜도 그에 못지않게 싸패인 게 양들의 심리를 조종해서 죽여버리겠다면서 양몰이 개랑 양들을 절벽에 내몰아 다 죽여버린 전적이 있음… 하여간 이렇게 두 싸패의 세기의 대결이 시작되는 것. 당연하게도 니콜은 대중, 민중의 힘을 믿는다며 사회주의, 공산주의 세력에 붙고 그에 반해 모니카는 자유주의, 자본주의 세력에 붙는다.


고대비 저채도


전반적인 후기를 남기자면… 솔직히 난 좀 유치했다…ㅎ 오랜만에 읽는 베르베르 소설이라 기대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유치한 느낌… 극단적 대비를 사용해 모든 전개가 이뤄지는 데다가 911 테러나 빈 라덴 암살 등등 주요 세계사가 모두 이 두 여인의 농간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대체 역사물인데 천재 소리 듣기에는 너무나 허술하고 별 거 없는 전략이 이어져서 영 매력을 못 느꼈다. 대신 술술 읽히게 쉽게 쓰인 소설이어서 2권으로 나눠져 있는 책임에도 금방 읽었다. 이런 극단적 대비를 이용하는 이야기보다는 좀 더 오묘한 색채의 이야기를 난 더 좋아한다. 빛과 어둠으로 극명하게 나눠지는 인물들은 매력이 없다. 그렇다고 두 캐릭터가 절대 선과 절대 악을 대표하는 캐릭터도 아니고 그냥 둘 다 고도의 싸패로 그려지는 점도 캐릭터 호감도를 저하시켰다. 서로의 엄마 아빠 죽여버리고 눈알 뽑고, 다리에 총 쏴서 다리 절단시키고,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 압사 사고로 죽게 하고… 별… 특히 싸패 니콜이 군중 심리 이용해서 적을 잡겠다고 압사 사고를 많이 발생시키는데 (와중에 모니카는 이걸 또 따라 함) 보는 내내 이태원 참사도 생각나도 마음이 불편했다.

둘 다 주변에서 천재로 추앙하는데 절대적으로 천대적인 모습 하나도 안 나옴…


여러분들은 인생의 적이 있는가? 나는 딱히 없는 듯… 두 싸패 중에 누굴 더 닮았나 고민해 보자면… 솔직히 모르겠음. 저렇게까지 싸패는 아닌 듯… 굳이 고르자 하면 니콜보다는 모니카가 맞지 않을까… (더 예쁘게 묘사돼서 고른 건 아님) 그대들은 집단 지성의 힘을 믿는가? 나는 별로… 혼자 가면 더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더 멀리 간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난 그냥 혼자 더 빨리 가고 싶은 거 같기도… 그렇지만 혼자는 외로워… 역시 뭐든 적당히가 좋다.



1 예쓰 10월 25일 잘했어 최고였어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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