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 김금희

예쓰

by Poison After Feeling

1년 동안 크리스마스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바로 접니다!! 수족냉증을 가진 사람에겐 너무나도 혹독한 계절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 달달한 캐럴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너무 설레고 좋거든요~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본 순간 “사야겠다!”라고 생각했던 이유도 표지에 반짝거리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쯤 샀던 책이지만, 이제야 읽는 건 함정^_^ 따뜻한 분위기의 표지를 보며 달달한 이야기가 가득하겠구나,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별한 이야기가 많아서 물음표가 가득했던 것도 함정... 책 표지에 속은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크리스마스 때 모두가 행복하게 지내는 건 아니니까! 어쩌면 올해의 나의 크리스마스도 심심하겠지...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각자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도 담고 있어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희망적으로 느껴졌달까.


7개의 단편소설이지만, 연작소설답게 각 소설 속의 인물이 조금씩 겹쳐있다. 이를테면 <은하의 밤> 주인공 은하의 직장 동료 지민 PD는 <크리스마스에는>의 주인공으로, 직장 후배 소봄은 <첫눈으로>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소봄의 동생 한가을은 <데이, 이브닝, 나이트> 주인공이고, 과거 지민의 연인 현우와의 이별의 이유이자 선배였던 옥주는 <월계동 옥주>의 주인공이다. 현우는 <하바나 눈사람 클럽>의 주인공 찬성의 친구이고, <은하의 밤>에서 스치듯 등장했던 양요는 <당신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의 주인공 세미의 동네 친구로 다시 등장한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지만,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는 주변 인물인 것처럼 서로의 인생에 조금씩 관련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타일이 이어 붙어있듯, 각 인물들도 조금씩 이어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타일'이라는 게 사실 벽면에 붙어서 하나의 면적을 이루는 거잖아요. 그게 사람들의 삶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타일 한 장 한 장이 제대로 붙어있으려면, 아주 실선 같은 간격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사람의 삶도 약간의 거리를 유지한 채 공동체라는 벽면을 이루고 있어야 된다는 점에서 뭔가 사회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 같고, 연작 소설의 어떤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리고 크리스마스와 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 김금희 작가 / SBS 뉴스 인터뷰



하바나 눈사람 클럽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은 <하바나 눈사람 클럽>이었다. 진희의 9살 크리스마스이브, 교회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아이, 주찬성. 진희에게 학교에서 본 적 있다며 아는 척을 했고, 진희는 그것이 썩 반갑지 않았다. 배고파하는 진희를 위해 자기가 집에 가서 음식을 가져오겠다는 찬성의 선의에 진희는 울컥 화를 내고 말았다. 예배가 시작되자 진희는 도망가려 했고, 찬성은 진희를 붙잡으려 했으나 연극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잡을 수 없었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진희는 반항아 기질이 있는 아이였고, 찬성은 모범생 기질이 있는 아이였다. 달라서 끌리는 것이었을까, 글을 잘 쓴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끌리는 것이었을까, 두 사람은 중학생이 되면서 점점 가까워졌고, 백일장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송이를 함께 보며 사귀기 시작했다. 로맨틱, 성공적. 고등학교 입시가 가까워지면서 집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특목고를 가야만 했던 찬성은 예민해져 있었고, 틱틱거리는 진희의 말투,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데 핸드폰만 하는 진희의 태도, 불량스러운 행실 등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성향으로 자주 싸웠다. 여느 때처럼 어른들 눈에 띄는 반항적인 진희의 빨간 머리 컬러가 싸움의 도화선이 되었다. 싸우고 풀고를 반복하던 두 사람이었기에 이걸로 헤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그것은 두 사람의 마지막 싸움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졌고,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해 더욱 멀어졌다. 수능이 끝나고 잠깐 만났으나 잠 깐 뿐이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자기 밥벌이하는 나이가 되었다. 미용실을 하던 진희는 손님(현지)에게 소개팅 제안을 받았고, ‘주찬성’이라는 이름에 혹시나 하여 소개를 받겠다고 했다.


흔한 이름이 아니었기에 약간의 기대감과 함께. 코로나로 약속이 밀리고, 다시 약속한 그 시간에 주찬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10분쯤 흘렀을까, 소개팅을 주선한 현지의 동생이자 주찬성의 친구인 현우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왔다. 갑자기 찬성의 가게에 불이 나 조금 늦을 것 같아서 현우를 대신 내보낸 것이다. 이번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다신 만나지 못할 것 같다며. 무려 1시간이나 지났지만 주찬성은 나타나지 않았고, 진희가 집에 가기 위해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던 그때, 갑자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9살에 찬성과 처음 만난 그날처럼. 주차장에는 차가 한대 들어왔고, 서둘러 한 남자가 내렸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눈의 결정 같은 것. 똑같은 모양은 하나도 없는 그것이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던 풍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다르고 다른 것들이 초속 30센티미터로 떨어져 내리는 데는 어딘가 초월적인 부분이 있다. 초월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듯 느껴지지만 창밖을 보기 위해 발꿈치를 드는 행동에도 있다고, 주찬성이 말했던 것처럼


이렇게 시작했던 단편은,


눈송이들을 통과해 오는 그 얼굴을 더 정확히 보고 싶은 마음에 발을 들었고 그가 가까이 왔을 때 오래전처럼 또 손을 들어 인사했다.


로 끝난다. 중학생 때 창밖을 보기 위해 발꿈치를 들었던 진희는 10여 년이 흘러 찬성을 보기 위해 발을 들었다. 기나긴 시간을 초월해 다시 만난 두 사람. 과연 그들은 다시 인연이 되어 연인이 되었을까? 아니면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탓에, 그저 그런 신기한 우연으로 끝이 났을까? 열린 결말... 싫어하는데 이 결말은 여운이 가득해 합격드립니다. (작가님 어리둥절) 다만 고등학교 때 이야기가 너무 함축적으로 담겨있어 장편으로 더 자세히 심리를 묘사해 줘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장면이 그

펴져서 단막극으로 만들어도 잔잔하니 좋을 것 같은데... 여름엔 ‘연애의 발견’, 가을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봐야 하는 것처럼 손끝이 시린 겨울이 오면 왠지 생각날 것 같은, 그런 진한 여운이 남는 드라마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첫사랑 그리고,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헤어지고 나면 언젠가 우연이라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니까 말이다. 단, 후리 한 차림 절대 안 됨. 완전 빡세게 꾸민 상태여야 함!!


우연히 소개를 받았는데 동명이인일 확률.. 아니, 동명이인도 아닌 X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까 역시 책이겠지? 갑자기 tvN '응답하라 1988'이 생각나네. 보라가 그렇게 선우를 다시 만났었지. 이것도 드라마라 가능한 일이겠지? 확률 얘기하니까 갑자기 전에 읽었던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도 생각나는군요. 그 많고 많은 비행기 좌석에서 둘이 앉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냐고 열띠게 말하던 것이... 사실 비행기 좌석이 아니더라도,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소개팅에서 너와 내가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라며 운명으로 엮는다면 다 엮을 수 있단 말이지. 운명이고 나발이고 헤어지면 다 끝이에요. 예, 그냥 커플들 다 꼴 보기 싫다 이겁니다요. 크리스마스 코앞이라 솔로는 질투가 난다 이겁니다요.


인간이 그걸 뭣하러 다 기억했다 맞혀요? 인간이 하늘한테 받은 몇 안 되는 선물이 망각인데, 그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 덕분에 지나고 나면 어쨌든 견딜 만 해지잖아요, 얼마나 다행이야.
하바나 눈사람 클럽_p.177



그렇다. 인간은 모두 다 기억할 수는 없다. 컴퓨터에도 정해진 용량이 있듯이 뇌에도 어느 정도 용량이 정해져 있겠지. 모든 걸 다 기억한다면 그 또한 비극일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도 영원히 짊어지고 살아야 하니까. 갑자기 ‘그 남자의 기억법’이 떠오르네.. 정훈(김동욱)은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인물인데, 눈 오는 날 여자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뒤 눈 오는 날이면 그 기억이 떠올라 괴로워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한 문단에 드라마 하나씩 나오는 걸 보니 전 아무래도 드친자가 맞나 봐요... 아무튼 망각은 인간에게 준 선물인데 슬프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안 좋았던 기억은 대부분 사라지고 좋았던 기억이 남는 것이 문제라면 또 문제다. 그러니 X와 재회하는 거 아니겠어요? 재회한 커플의 97%는 똑같은 이유로 다시 이별을 맞이한다고 한다. 과연 진희와 찬성이는 다시 만난다면 3% 안에 들 수 있을까? 중학생 때 헤어졌던 이유를 보면 97%에 들 것 같은데 진희가 생각보다 많이 변한 것 같아서 어쩌면 3% 안에 들 수도..! 아무튼 요즘 드라마에 '재회' 키워드가 많아서 과몰입한 것 같은데 재회는 하지 마세요... 세상에 새로운 사람도 많은데 굳이? 새로운 사람 만나십쇼!


**이건 그냥 개인적으로 저장해두고 싶은 문장

그쯤 되면 포기하는 데 용기가 더 필요하니까. 은하의 밤_p.33
12월인데도 햇볕이 드는 정도에 따라 어느 것은 아주 붉고 어느 것은 여름과 아직 이별하지 않은 듯 여전한 푸른 잎이었다. 마치 시간이 어떤 것에는 지나가고 어떤 것에는 가지 않고 머문 것처럼. 첫눈으로_p.220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있던 누군가가 없다는 사실은 안 변하잖아요. 그런 건 영원히 그대로잖아요.
당신의 개 좀 안아봐도 될까요_p.255


누구나 헤어진 연인이 잘 먹고 잘 살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오직 박애주의자에 버금가는 인격자들만이 그렇게 한다. 1 크리스마스에는_p.2642



1 킬포 세다가 포기... 웃겨서 숨 넘어감... - 아쓰

2 데이식스를 참 좋아하는데 최근에 데이식스 멤버 중 한 명이 Check pattern이라는 노래를 냈거든요. 만남과 이별, 기쁨, 후회, 같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많은 감정들이 멀어지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하는 체크패턴이랑 비슷하다는 가사인데,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났습니당 ㅎ_ㅎ 다시 만난 둘이 잘 만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이가 더 들어서 뒤돌아본다면 함께 맞닿았던 기억들이 예쁜 체크 패턴으로 남아있지 않을까요 물론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는 것은 저도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더 예쁜 색의 타일과 맞닿고 싶음 ^_^

저도 한 드친자 하는데.. 문장 하나마다 드라마 하나씩 나오는 거 너무 웃기곸ㅋㅋㅋ 제가 다 본 것들이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으네요. 내년엔 예쁜 타일하나 물어다가 기가맥힌 문양하나 만드시죠!!!!!!!!!! -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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