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의 전부였던: 밀레니얼 키 즈의 향수...

예쓰

by Poison After Feeling

독림 서점에서 카세트테이프, 폴더폰, MP3 플레이어, 줄 이어폰이 있는 책표지를 보고 홀린 듯이 집어 들었다. 게다가 요즘 다시 파워 F가 되어버린 나의 심금을 울리는 제목이라 바로 결제해 버림^^. 이 책은 90~00년대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21 명의 작가가 전자기기에 대한 자신들의 추억을 떠올리며 짧게 적은 이야기들로 엮여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단어 뜻 검색까지 다 가능하지만, 그 시절엔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PMP,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MP3, 단어 뜻을 검색하려면 전자사전이 있어야 했다. 그 시절 내 책가방이 무거웠던 이유는 단지 책만 있어서가 아니었다.


알고 보면 내가 전과 N범?! 1

내가 가장 사랑했던 바다는 단연 ‘소리바다’였다. 완전 잊고 있었다. 그 시절, 절대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소

리바다였는데... 음악만이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었는데...★ 물론 지금도 유일한 마약인 거 맞음^^.

KM/엠넷에서 MV를 신청하면 틀어주긴 했지만, 내가 신청한 노래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었으니 자유롭게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려면 소리바다에서 듣거나 다운받는 것이 빨랐다. 하지만 나는 알지 못했지. 그것

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그 시절의 나는 저작권에 무지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아주 열심히 사용했다. MP3 용량도 큰걸 사서 노래를 아낌없이 꽉꽉 채워 넣었다. 노래뿐만 아니라 인터넷 소설도 담아서 수업 시간 내내 열심히 읽었는데 이 또한 저작권에 무지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 시절에는 블로그나 카페에 인터넷 소설 txt파일을 올려놨었다. 그래서 아주 야무지게 MP3/전자사전에 다운 받아 읽었다.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 아빠가 된 일진짱, 신드롬, 늑대의 유혹, 혼수상태 등등... 지금 보면 아주 오글거리고 뒷목 잡을만한 제목과 내용인데 그때의 난... 아주 미쳐있었다. 사실 내 운명론은 인소가 만들어준 걸지도...? 내 인생 책임져 귀여니...


끝난 줄 알았죠? 아직 안 끝남. 드라마도 토렌트로 다운 받아서PMP로 봤음.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사준 전자기기들로 야무지게 다른 짓 참 많이 함... 엄마 아빠 미안해... 그래서 그런 거에 관심 없던 동생만 공부 잘했나 봐...ㅋㅋㅋ


10대에 경험하고 좋아한 것은 한 사람이 가진 취향의 기반을 만든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내린 수십 가지 선택이 지금의 나라는 큰 변화를 일구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아했던 기기 덕분에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라면 며칠 밤낮을 샐 수 있간으로 자랐다. 다행이라면 나는 그런 내가 좋고, 그것은 아직도 내 취미이며, 내 일과 관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쩌면 10대에 야무지게 봤던 소설과 드라마가 좋아서 지금 영상 일을 하고 있는 걸 수도...라고 결론을 지어볼게요. 그래야 부모님이 조금 덜 슬플 테니까요^^. (사실 맞음)


이렇게 쓰고 보니 그 시절의 나... 불법을 제법 야무지게 해댔네요. 혹시 이게 책으로 나오면 저는 잡혀가는 걸까요..? 공소시효는 지났겠죠? 죄송합니다ㅠㅠ... 현재 영상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행동들이었다. 누군가의 피 땀 눈물 어린 작품들을 공짜로 이용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쿠키를 구워 웹툰/웹소설을 보고, 음악과 OTT는 정기 결제하고 이용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은 변하면 죽는다지만 이런 건 변해야 맞는 거니까. 다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여전히 도파민에 절여져서 살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인터넷 소설을 발견하면 밤을 새워 다 읽던 10대의 나는 재미있는 웹툰/웹소설을 발견하면 밤을 새워서 다 읽는 30대의 내가 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만큼 체력이 좋지 않아서 한번 밤을 새우면 며칠 동안 체력 회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 젊음 돌려줘요...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더 나아가서 쇼츠와 릴스에 빠져 살고 있는... 미친 도파민 중독자가 되었다. 사람 참 쉽게 변하지 않죠? 그

래도 오래 살려면 한결같이 도파민 중독자로 살아볼게요(?)


ㄱ나니..? 추억의-★

1) 2G 폰

중학생 땐 ‘알, 별’ 등을 사용하는 요금제가 있었다. 문자 한 통에 2알, 전화 10초당 3알이었던 것 같은데 요금제에 따라 주어지는 알, 별의 개수가 달랐다. 그래서 그 시대에는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도 신중하게 해야 했다. 문자는 글자 수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다. 그래야 알을

아낄 수 있으니까. 핸드폰이 시계가 되지 않으려면 전략을 잘 짜야했다. 친구들끼리 주고받기도 가능해서 월말이 가까워질수록 “나 알 좀! 별 좀!” 하는 친구들의 말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빌려주기도, 빌리기도 하는 한국의 품앗이 문화는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있어서 인터넷 접속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지만, 그 시대에는 아니었다. 실수로 인터넷 버튼을 누르기라도 하면 빨리 종료를 눌러야만 했다. 접속한 시간만큼 요금이 살벌하게 불어나던 시대였기에. 그래서 핸드폰 배경화면, 벨소리 등을 핸드폰 내에 있는 인터넷에서 받을 수 없었고, ‘모키토키’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받아 핸드폰으로 옮겨야 했다. 모키토키에서 ‘학생이라는 죄로... 교복이란 죄수복을 입고...’ 등의 온갖 오글거리는 글귀들이 쓰여있는 배경화면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 다시 보면 중2병인 사람들 다 거기에 모여있는 듯했지만, 나 역시 중학생이었기에 그곳은 나에게 천국이었다. 지금은 술자리 벌칙으로 스토리에 올리는 용도로 쓰이더라ㅋㅋ 흑역사 재생산^_^ 친구의 배경화면이나 벨소리가 마음에 들면 적외선 통신으로 교환하기도 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블루투스나 에어드랍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핸드폰 적외선 센서가 맞닿아 있어야만 가능했다는 거ㅋㅋㅋ 와.. 말하다 보니 진짜 추억이고 옛날 사람 같음... 하지만 사실이죠?ㅋㅋ


그런 것들이 불편한 줄 몰랐던 때가 있었다. 공중전화를 찾아 1541 콜렉트콜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나야 엄마!”를 외치던 것이. 친구들과 알/별을 나눠 쓰고, 인터넷에서 배경 화면을 다운받아 핸드폰으로 옮기던 것이. 잠시 핸드폰을 못 쓰더라도 귀엽고 예쁜 화면을 친구들과 나눠가지던 것이.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전

화/문자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고,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모든 것이 편해진 세상이다. 그런데 돌아가면 불편할 게 뻔한 그때가 가끔 그립기도 하다.


2) 싸이월드


그 시절 우리는 일촌이 참 많았다. 부모와 자식 관계만 일촌이라는데, 그 시절에는 너도나도 다 일촌이 가능했다. 싸이월드에선 그랬다. 일촌을 걸 때 일촌명을 써야 했는데 어떻게 써야 신박할까, 특별할까를 참 많이 고민했다. 나만 그랬나..? 한 사람을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니까. 초반에는 고민을 하다가 그 과정이 귀찮아서 내가 먼저 걸 땐 ‘★’로 다 통일해 버렸던 것 같다. 뭐 어쨌든 이것도 특★한 거잖슴?


요즘엔 ‘다꾸’가 있다면 그 시절엔 ‘미꾸’가 있었다. MZ처럼 써보려고 줄여봤는데 어감이 영 이상하네; 미꾸는 ‘미니홈피 꾸미기’를그냥 내 맘대로 줄여 본 것이니 흐린 눈 해주십쇼. 아무튼 문화상품권이 생기면 싸이월드 화폐인 도토리를 충전해 미니홈피를 야무지게 꾸몄다. 스킨도 사고, 아바타도 꾸미고, bgm도 바꾸고. (적어

도 10대에겐) 벅스 뮤직 1위보다 싸이월드 bgm 1위가 더 홍보에 도움 될 만큼 싸이월드는 열풍이었다. 컴퓨터를 켜면 싸이월드에 접속해 방문자 수를 확인하고, 사진을 올리고 1, 다이어리도 쓰고, 친구들의 미니홈피에 놀러 가고... 그것이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영원한 것은 없는 법. 페이스북이 생기면서 하나둘씩 페이스북으로 넘어가기 시작했고 싸이월드는 점점 빛을 잃어갔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싸이월드가 사라진다는 기사를 봤을 땐 참 씁쓸했다. 한때 국민 절반 이상이 가입할 만큼 대단했던 곳이 무너진다는 사실에. 내 추억이 담긴 공간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에. 버

디버디에서 싸이월드로,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까지... 이 모든 걸 경험한 나는 어쩌면 축복받은 세대일지도 모르겠다. 그다음엔 어떤 것이 나올지 궁금해지는군요.



응답하라, 나의 2000년대여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_ <응답하라 1997> 16화


나는 2000년대이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응답하라의 나레이션이 떠올랐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잊고 있던 지난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 역시 그렇다. 요즘 잠을 잘 못 자서 행복지수 바닥인 나에게 ‘맞아, 그랬던 때가 있었지’하면서 웃음 짓게 해 줘서 참 고마웠다. 뒤돌아보니 참 행복한 시대를 살았다. 아직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몇십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그때 얘기하며 꺄르르 웃는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사는 게 맞나 보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라서 노잼시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무것도 안 하는 내가 스스로 만든 걸지도? 1그러니 이번 주부터라도 부지런히 추억을 쌓아야겠다. 언젠간 지금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을 테니까.









1 인소 st로 써봤다. 아닌가 웹소설 감성인가;


1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고 누가 그랬다. 행복을 느끼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 그쵸? 더 불행

한 것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나 자신을 탓하게 된다는 지점 아닐까? 당신의 노멀데이, 노

잼데이 모두 모두 다 소중해. 내가 많이 사랑하거든 - 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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