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아쓰

by Poison After Feeling
人生の悲劇の第一幕は、親子となったことに始まっている。
인생 비극의 제1막은, 부모와 자식이 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아사히 신문 선정 지난 1천 년간 일본 최고의 문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그는 어릴 적 어머니가 정신병을 앓다 죽은 뒤로 항상 본인 또한 정신병에 걸려 죽을 것을 걱정했다고 한다. 결국 35세의 젊은 나이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하며 삶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 작가.


<라쇼몽>은 영화를 통해 더 익숙하다. 영화 관련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들어봤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다. 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준 구로사와 감독의 <라쇼몽>은 바로 동명의 류노스케 단편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다.

책을 보기에 앞서 영화를 다시 봤다. 사실 제대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저작권이 풀려 유튜브에서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여러 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진술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과연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특히나 인물들이 관아에서 사건 진술을 할 때 질문하는 자가 등장하지 않고, 대사 역시 생략되어 있다, 인물들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대답하는 컷들이 인상 깊었다. 영화를 본 뒤 책을 보는데... 엥? 왜 때문에 내용이 영 다르죠...?


앞서 잠시 언급한 대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은 단편선이다. 17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라쇼몽'이라는 단편이 제일 먼저 수록되어 있다. 분명 라쇼몽의 라쇼몽인데 영화와는 전혀 이야기가 다릅니다...(?) 공통된 점이라면 비가 오는 '라쇼몽 1'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뿐. 그냥 배경만 가져다 썼나 보다... 하고 다른 단편들을 읽어 가는데 이게 웬걸 수록된 다른 단편인 '덤불 속'의 내용과 영화 라쇼몽의 내용이 같았다.


영화 라쇼몽은 현재 시점과 과거 회상이 교차로 이뤄진다. 현재 시점에서 비 오는 라쇼몽을 배경으로 며칠 전 한 남자의 사망사고를 목격한 두 남자가 한 명의 남자에게 사건과 관련한 진술을 설명하면서 과거의 사건이 교차되는 것이다.

반면, 단편 라쇼몽에서는 한 하인 남자가 비 오는 날 해고당한 뒤 당장 먹고살기 위해서는 도둑질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비를 피해 쉬기 위해 라쇼몽에 올라갔다가 그곳에 쌓인 시체들의 머리카락을 뽑아 가발을 만들어 팔려는 노파를 보고 잠시 혐오감을 느끼지만 곧이어 노파의 옷을 훔쳐 달아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덤불 속은 영화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한 남자의 살인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들의 엇갈리는 진술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도 역시 심문하는 자는 등장하지 않고 질문 역시 생략되어 있었다. 굉장히 신박하다고 생각했던 연출 포인트가 사실은 책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거라니 살짝 실망.

말하자면 영화 라쇼몽은 <라쇼몽>의 '라쇼몽'이 시작과 끝의 배치되어 있고 중간은 '덤불 속'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덤불 속'이나 '라쇼몽'의 내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덤불 속'의 내용도 거의 똑같으나 약간의 변주가 있고, '라쇼몽'의 내용은 내용보다는 배경과 교훈의 모티브만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영화 '라쇼몽'에서는 책에서 진술되지 않은 하나의 진술이 추가되는데, 바로 처음 라쇼몽에서 계속해서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남자의 진술이다. 그는 관아에서 진술하진 않았지만 사실은 그 역시 사건의 목격자 중 한 명이고, 책에서는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지지 않고 '과연 객관적이며 절대적인 진실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반면에 영화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이 마지막 남자의 고백이 진실과 같이 전해진다. 그가 사건에 대해 고백하지 못하고 수심에 빠져있던 이유는 남자를 죽인 단도를 그가 훔쳤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나가던 행인은 그런 그를 비웃으며 라쇼몽에 버려진 갓난아이가 덮고 있던 이불을 훔쳐 달아나는데, 그런 그를 보고 단도를 훔친 남자가 나무라자 '이 각박한 세상에서 그런 소리는 꿈에서 나 하시오'라며 도망간다. 이는 책 '라쇼몽'에서 노파의 옷을 갖고 달아나는 하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면... 하인의 생각은 몇 번이나 같은 길을 배회한 끝에 마침내 이 지점에 닿았다. 그러나 이 "... 않는다면"을 완결하려면 당연히 그 뒤에 붙어야 할 "도둑이 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긍정할 만한 용기가 나지 않았다.


라쇼몽에서 하인이 노파를 만나기 전에 하던 고민이다. 그렇게 열심히 부정하려고 했지만 그는 결국 힘없는 노파의 옷을 훔쳐 달아난다. '덤불 속'과 마찬가지로 '라쇼몽'에서는 인간의 이기적인 면모와 쉽게 파괴되고 흔들리는 나약한 윤리 의식이 담겨있다. 영화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인간은 너무 나약하다. 모두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존재'라는 주제의식 대사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생각났다. 이 책에서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엇갈리는 진술이 아닌, 하나의 사건에 한 사람의 왜곡된 기억이 반전으로 드러나는 형식인데 두 이야기 모두 인간이 본인에게 이롭고 편리한 대로 기억하고 진실을 받아들이거나 표명한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달디달디달디 단편집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는 자칫하면 유치하거나 거북할 수 있는데 라쇼몽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전부 너무 재밌었다. 단편집 중에서도 최고로 좋아하는 단편집은 로알드 달이 쓴 단편집들인데 미친 반전 맛도리로 보는 내내 뒤통수가 얼얼해진다. 짧다고 더 쉬운 건 아니다. 짧을수록 빌드업을 촘촘히 짜야 되고 마지

막 킥이 맵고 짜야 된다. 로알드 달은 그 어려운 것을 척척박사로다가 해 버리는데 류노스케 역시 그에 못지않게 훌륭하게 단편을 완성했다. 짧지만 묵직한 교훈과 생각거리를 던져서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뒤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었다.

당신은 쇼츠 도파민에 빠져있는가? 그렇다면 짧은 류노스케의 이 단편집은 어떠한가. 짧고 강한 메시지를 얻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지금까지 '덤불 속'과 '라쇼몽'만 언급했지만 미리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무려 17개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모든 챕터가 다 재밌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재밌었던 챕터를 고르라면 라쇼몽, 지옥변, 미생의 믿음, 남경의 그리스도, 인사를 꼽겠다. 대존잼... 제발 봐주세요 여러분. 1





1 수도의 정문이라고는 하나, 헤이안쿄의 나성문은 헤이안 시대 말에 당나라 사신의 발길이 끊기면서 폐허가 되어, 시체나 사생아를 버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후 12세기 무렵에는 도둑이나 반역자들이 숨어드는 소굴이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으스스한 이미지로 완전히 변했다. / 나생문, 혹은 나성문이라고도 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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