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쓰
유명한 책이지만, 읽어보지 않았다. 역시 고전에 쉽게 손이 안 가는 사람... 베르테르의 자살로 책이 끝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봐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 <베르테르>를 봤다. 뮤지컬을 보고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영웅>을 보고도 울지 않았는데... 결말을 알아서였을까? 그래서 <베르테르>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정원사의 이야기에 눈물이 흘렀다. 주인집 여자를 사랑한 정원사의 사랑이 너무 애달파서. 그의 오빠를 죽이면 자신 역시 죽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은 기꺼이 내놓는 그의 희생이 너무 안타까워서. 메인은 베르테르의 이야기였지만, 사실 기억 속에 더 크게 남았던 것은 정원사의 이야기였다. 1 뮤지컬을 다 보고 나니 원작이 궁금해졌다. MD샵에 가서 바로 원작을 사려고 했는데... 동생이 사줬다. 고맙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대체로 본인의 고민이나 일상에 대한 내용인데, 주를 이루는 내용은 무도회에서 만난 ‘로테’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를 얼마나 황홀하게 쳐다볼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 싱싱한 입술, 생기가 감도는 그 귀여운 두 볼이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만 것이다.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렇다, 그는 얼빠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 공감해요~ 로테에겐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에게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첫사랑도 아니었는데 마치 처음 사랑하는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로테가 결혼을 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나 머지않아 로테가 알베르트(약혼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기에 베르테르는 로테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만 했다. 알베르트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니, 성인임에 틀림없다. 제3자가 보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보이잖슴? 그러니 베르테르가 로테를 좋아한다는 걸 모를 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테가 그를 좋은 친구로 생각하니까 그냥 두고 본다. 때때로 베르테르가 선을 넘기도 했는데 그때도 다 받아주는 거 진짜 성인 아니냐고요ㅠ
자살이란 결국 나약함 때문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괴로움에 가득 찬 삶을 꿋꿋하게 참고 견디어 나가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쉬우니까요. (알베르트)
강하다 약하다 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고통의 한도를 견디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가 문제지요. 목숨을 스스로 끊는 사람을 비겁하다고 하는 것은 열병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베르테르)
베르테르는 알베르트를 인간적으로 좋아했지만, 이성적인 그는 로테의 감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F인 로테를 이해하는 사람은 T인 알베르트가 아닌 F인 자신이라는 것이다. 로테는 알베르트가 아닌 자신과 결혼했더라면 더 행복해졌을 거라 생각했다. F는 F끼리 만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해... 그렇게 가슴 한편으로 나
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베르테르가 두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베르테르도 두 사람이 있는 발하임에서 떠나 있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B양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나 로테를 향한 그리움을 떨칠 수는 없었고, 귀족 사회에 질려버린 그는 다시 발하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로테는 그전과 변함없이 베르테르를 향해 따뜻한 눈빛과 호의를 건넸다. 비로소 베르테르는 깨달았던 것 같다. 로테를 향한 마음을 멈출 수 없음을.
나는 가끔 다시 깨어나지 않기를 원하면서, 때로는 그렇게 희망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고 다시 햇빛을 보면, 몸은 비참하고, 마음은 한심스러워진다. 전 같으면, 넘쳐흐르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천국이 뒤따르고 세계 전체를 사랑스럽게 껴안는 마음을 가졌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인물이 아닌가? 그러나 이런 마음은 이제 죽어버렸고, 어떤 감격도 거기서 흘러나오지 않으며, 이미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로테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베르테르는, 로테의 곁에 있을수록 그녀를 가질 수 없다는 비참함과 슬픔을 느꼈다. 로테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베르테르는 서서히 말라죽어갔다.
“당신은 우리와 만나실 수 있고 또 만나주셔야만 해요. 다만 그 정도를 적당히 해주시라는 거예요. 아아, 어째서 당신은 무엇이든 한 번 손댄 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그 정열과 격렬한 성격을 지니고 태어나신 건가요!”
앞으로는 만나지 않겠다는 베르테르에게 로테가 한 말이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자신을 사랑해서 떠나겠다는 남자에게 떠나지 말고 자신의 옆에서 친구로 있어달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가 있음? 보통 더 좋아하는 사람이 옆에라도 있어보려고 친구로라도 남겠다고 하는 거 아니냐고요... 베르테르는 로테를 순수하고 착한 감수성 풍부한 소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부분을 보면 그냥 희망고문하는 썅년임 1.. 이때 로테가 순순히 베르테르를 놔줬다면 베르테르는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죄는 아니다.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되는 것?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로테가 알베르트와 결혼을 한 이후엔 그 마음을 정리했어야만 했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젊은 청년이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고, 마음이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은 알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야 하고, 그것을 위배하는 것은 어쨌든 불법이며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니까. 베르테르의 사랑은 지금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순수한 사랑이 아름다워 큰 공감을 얻었고, 그의 고뇌와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샀기에 베르테르 효과까지 이어졌던 걸지도...
거룩한 자살
거룩한 하느님, 거룩한 부처님, 거룩한 희생정신, 거룩한 뜻... ‘거룩한’은 보통 뒤에 붙는 사람이나 사물의 존재/성질을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거룩한 자살이라니.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거룩하며 위대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베르테르에겐 그랬다. 로테가 없으니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갔다. 베르테르삶의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인 로테를 평생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자연히 죽음에 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베르테르는 시동 아이를 시켜 알베르트에게 권총을 빌려오게 한다. 로테는 어쩌면 그가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떨리는 손으로 시동 아이에게 건네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시동 아이에게서 권총을 받아 든 베르테르는 로테가 권총을 건네줬다는 말에 오히려 기뻐한다. 로테가 직접 손을 대고 만졌던 권총으로 자신
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기에. 주변 정리를 마치고 나서 자정을 알리는 시계 소리를 들으며 방아쇠를 당긴다. 로테를 처음 만났을 때 입었던 푸른색 연미복에 노란 조끼 차림, 그 모습 그대로.
알베르트가 당신의 남편이라는 것, 그것은 오직 이 세상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까. 이 세상에서는 죄가 될는지도 모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남편의 팔에서 내 팔 속으로 빼앗아 온다는 것이 말입니다. 죄라고요?
좋습니다. 나는 스스로 나 자신에게 벌을 주겠습니다. 나는 먼저 갑니다.
우리는 저세상에서 다시 만날 겁니다.
베르테르의 자살로 끝났으니 이 책의 결말은 새드엔딩일까? 아마도 베르테르에겐 해피엔딩일 것이다. 로테와 저세상에서의 재회를 소망하며 기꺼이 죽었기 때문이다. 그의 사랑은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억압하던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 오히려 행복했을지도...
베르테르 당신... 혹시 INFP?
태양과 달과 별들이 조용히 계속해서 돌고는 있었겠지만,
나는 그때까지 낮인지 밤인지를 가릴 수 없었다.
온 세계가 내 주위에서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금사빠에 온 세상이 그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나는 마음속으로 로테에게 수천 번이나 잘 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말하자면 거들떠보지도 않은 거다! 마차는 떠나버리고 내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괴었다.
나는 떠나가는 로테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마침내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는데,
아아, 나를 보기 위해서였을까? 아마 나를 돌아다본 것이겠지.
아마 그럴 것이다.
혼자 기대하고 추측하고 혼자 집을 지었다 부쉈다 하는... 행동 하나에 과도하게 의미 부여하면서도 좋아한다고 말은 못 하고... 옆에서 알짱거리는 것이... 아주 인프피 재질이세요...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그렇거든요^^. 인프피는 인프피를 알아보는 법이죠ㅠ...
게다가 짝사랑을 접기 위해서 아예 동네를 떠나버리기도 하고, 결국 이 사랑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본인을 버리는 모습까지 ... 뜬금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용감해지곤 하는 인프피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단 말입니다ㅠ 그래서 더 공수치가 와서 책을 자꾸만 덮었나 보다. 그리 두꺼운 책도 아닌데 읽는데 거의 3 주가 걸렸으니 말이다. 살민 살아지는데 1 조금만 더 견뎌보지 ...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오히려 로테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으니 다행인 걸지도 모르겠고 ... 모순적인 이 마음 ~~ 아무튼 책이 출간된 지 250 년이나 되었으니 부디 베르테르가 저세상에선 로테와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기를 .2
1 사실 정원사의 이야기도 쓰고 싶었는데 책에서는 별로라서 그냥 스킵함~~
1 ㅋㅋㅋㅋㅋㅋㅋㅋ-아쓰
1 <폭싹 속았수다> 과몰입러로서 써봄
2 ㅋㅋㅋㅋ 살민 살아지는데 미치겠음..ㅠ 맞는 말이야 근데. 자살에 관해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관점 차이 재밌구요. 근데 같은 말 아니냐고... 그 고통의 정도를 감수하지 못하는 게 겁쟁이 아니냐고요!? 난 종교도 없고 자기 목숨 자기 거라서 가타부타 말하고 싶진 않지만... 너무 강해지기를 바라는 사회가 가끔 아프지만 어쩌겠어 그렇게 찌를수록 강해질 수 밖에.... - 아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