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쓰
욱환이 추천 도서
우리 엄마는 독서 지도서다.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시고, 때문에 가끔 이렇게 책 추천도 받는다. 이번에 지도자 선생님들이랑 토론한다고 읽는 책인데 재밌다고 읽어보라길래 읽어봤다. <필경사 바틀비>는 단편집으로 바틀비 이야기 외에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던 건 역시 <필경사 바틀비>였다.
우리 회사에 미친 MZ 직원 들어옴
<필경사 바틀비>는 월스트리트에 아직 금융권 회사가 판치기 이전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비록 금융권 회사가 중심을 이루지는 않았더라도, 이전부터 월가는 미국 경제의 핵심 부였다고 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변호사가 자신의 새로운 필경사인 바틀비를 채용하고 바틀비를 관찰하면서 진행된다. 마치 이전에 소개한 <황야의 이리>처럼 제삼자가 핵심 인물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변호사인 주인공의 사무실에는 기존에 3명의 인물이 다니고 있었다. 한 명은 오전이면 미쳐 날뛰고 한 명은 오후가 되면 미쳐 날 뛴다. 그럼에도 제정신일 때는 둘 다 일을 곧잘 하는 편이었으므로 할 수 없이 두 명의 미친 직원들과 한 명의 심부름꾼을 데리고 일하고 있었는데, 일이 점점 바빠지면서 한 명을 더 채용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새로 취직하게 된 바틀비는 수척한 얼굴에 말수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꼴을 못 볼 정도로 착실하게 일을 해냈다. 밤낮 가릴 거 없이 하루 종일 일만 하던 바틀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제일 가까운 자리에 그를 붙여놓고 일을 하던 변호사는 어느 날 필경사라면 누구나 함께하는 작업인 문서 확인 작업을 바틀비에게 같이 할 것을 요청한다. 이때부터 바틀비의 반항이 시작된다.
그가 베껴 쓴 문서를 함께 읽어보자고 요청하는데 이에 바틀비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변호사는 놀라 자빠져서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서 다시 묻지만 바틀비는 줄곧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면서 거절한다. 그 이후에도 가까운 거리에 심부름이나 필경사라면 응당 관례적으로 해야 할 업무를 요청해도 그는 베껴 쓰는 업무 외에는 “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며 거절한다. 변호사는 당황한다. 돈 주고 고용한 고용인이 일 하기를 거부하다니. 처음에는 황당하고 화도 났다가 측은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무실에는 “~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는 표현이 무의식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다.
이후 바틀비는 아예 일 하는 거 자체를 중단한다. 하루 종일 어두운 사무실에서 눈을 혹사해서 그의 눈은 동태 눈깔이 되어있었다. 일을 멈춰버린 바틀비를 보며 변호사는 당혹감과 분노를 느끼지만 차분하게 그에게 내일부터 사무실에 나오지 말라고 얘기한다. 그럼에도 바틀비는 변호사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사무실에 나와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변호사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분노해서 그를 쫓아내려 했지만 그는 망부석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자리를 지킨다. 화도 내보고 차분하게 돈도 줘봐도 바틀비는 나가지 않았다. 참다못한 변호사는 자기가 사무실을 옮겨버리기로 결심한다. 사무실을 옮겨도 바틀비는 그곳에 계속 머물렀고 결국 건물 관리인에 의해서 감옥에 간다. 바틀비가 안쓰러웠던 변혼사는 사식까지 챙겨주지만 바틀비는 “먹지 않는 편이 좋겠다”며 감옥에서 굶어 죽게 된다.
저 그냥 안 할래여 ㅎ
이 책을 읽은 뒤 얼마 뒤에 곧장 나에게도 바틀비가 한 명 생겼다. 뭐 사연이야 있었지만… 어찌 됐던 일을 맡기로 한 사람이 그냥 안 해버리겠다고 한 것… 이런 상황에 대면하게 되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안 하겠다니…?
<필경사 바틀비>의 배경을 굳이 월스트리트로 설정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서다. 작가는 단편집에 수록된 모든 단편집에서 그러하듯 자본주의 굴레에 빠진 인간들에게 끊임없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맡은 바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 톱니바퀴의 바퀴 하나가 멈춰버린다는 것.
체제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 그렇다면 고장 난 바퀴는 쓸모없는 존재인가?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고장 난 부품은 말 그대로 쓸모없고, 곧장 교체된다.
물화 = 인간의 노동력은 상품. 자본주의 세계에서 우리는 한 생명체의 존재가 아닌 노동력의 단위로 계산된다. 노동력을 행할 수 없는 자는 곧 자본주의 세계에서 퇴출당하는 것이 이치. 이로서 우리는 인간, 한 생명체로써의 자유와 의지를 박탈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가 그릇된 것일까? 그렇다기에는 사회주의는 이미 유적 같은 사상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체제를 마냥 탓하기만 하는 길이야 말로 맹목적 허무주의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 과로사하지 않기 위해 잠깐의 휴식과 짧은 휴가를 즐기는 거 아닐까… 그게 싫으면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 속 주인공처럼 산속에 처박혀 죽어가면서 고귀한 닭 소리나 들으면서 위안을 받는 수밖에…
<황야의 이리>에 이어 이번 책도 넘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풍자가 담긴 책이다. 이러다가 국정원이 조사 나오는 거 아닌가 몰라. 자본주의 힘들지만 그래
도 돈 좋아. 짜릿해. 1
1 예쓰 8월 30일 -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