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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Jun 29. 2024

극단적 엄숙주의 시대

PC주의가 팽배한 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어안을 벙벙하게 한다. 성중립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던가, 고전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 수많은 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던가. 논바이너리 라는 개념도 아득한데 에이띠스젠더, 팬젠더, 아젠더, 플루이드젠더, 투스피릿 등 매일 새로운 성이 나타는 것 같다. 기분에 따라 젠더가 바뀌는 사람도 있고, 매일 젠더가 바뀌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논의를 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을 말하는게 아니라 '법제화'하자는 것이 PC주의자들의 주장이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 개념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한국은 상황이 나아보이지만 여긴 여기 나름의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 그것이 엄숙주의다. 


엄숙주의가 유교와 만나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낸 것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사회와 문화의 발전에 힘입어 조금씩 극복되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PC라는 새로운 주의와 함께 엄숙주의는 개같이 부활했다. 드래곤볼에서 싸이어인은 죽을 위기를 경험하고 나면 훨씬 강해진다는 설정인데, 엄숙주의는 싸이어 행성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좀비는 절대 정치인이나 재벌같은 집단은 물지 않는다. 오로지 '비정치인과 비재벌 중에 얼굴이 대중에 알려진' 사람만 물어뜯는다. 여기에는 연예인, 유튜버, 스트리머, 인플루언서 가 해당된다. 인강강사나 대중적으로 알려진 전문가도 포함되고, 뉴스든 방송이든 유튜브든 간에 매체를 타서 갑자기 유명해진 비전문가, 일반인도 포함된다. 얼굴이 알려졌다, 이슈가 되었다 하면 타겟이 된다. 문제는 이 좀비의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베와 워마드를 겪으면서 인터넷 여론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소수의 인원으로 인터넷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대략 만 명 정도의 사람만 합심하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일베와 워마드가 잘나갈때 실시간 접속수가 대략 그정도였다. 만 명이 하나의 기사에 댓글을 단다고 치자. 방송사 프로그램 게시판에 댓글을 단다고 치자. 유튜브 채널의 영상에 댓글을 단다고 치자. 다른 의견이 섞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아무리 페이지를 넘기고 스크롤을 해봤자 똑같은 의견만 보일 것이다. 그래서 만 명이 여론을 조작하는 거다.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엄숙주의 좀비들의 수는 최소 만 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들은 매일 굶주려있다. 사냥감을 찾아서 물어뜯어야 살아갈 수 있다. 사실은 중요치 않다. 그냥 걸리면 가는거다. 사람들이 이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관없다. 만 명만 있으면 여론은 호도된다. 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재기불능의 천하의 개 쌍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고, 사라져갔다.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워마드를 필두로 남성 연예인들에 대한 무차별 사냥이 이루어질때, 일베를 필두로 팃포탯 전략을 쓰자는 운동이 일어났다. 실제 성폭행을 했다던가 언어 성추행을 한 사람들을 모두 보내고 나니 워마드는 억지로 끼워맞추기 사냥을 시작했고, 예를 들자면 기안84는 여성이 많이 실종된 도시 화성시 기안동에서 이름을 따왔다 면서 기안84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기안84가 출연하는 방송사 프로그램 사이트에 가서 만 명이 댓글을 달아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도 기안84를 하차시키자는 글만 나오게 만들었다. 팃포탯 전략으로 코미디언 박나래가 개그콘서트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남성 출연자에 대한 성차별 발언이나 성추행성 행동을 모두 아카이브 하여 박나래를 하차시키라는 글이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게시판에 도배되었다. 이 전략은 유효했다. 문제는 엄숙주의 좀비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젠 목적없는 사냥이 이루어지고 있다. 팃포탯을 쓸 때다. 의미없는 사냥의 피해자가 되면, 철저하게 의미없는 댓글로 치부해야한다. 게시판이 도배되고 그 게시물을 그대로 기사로 퍼나르는 인터넷 기사에 휘둘리지 말고,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가야한다. 가짜 여론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피해자가 생기는데, 사람들이 과연 관심이 있을까? 강형욱 훈련사, 나는 무슨 일인지 모른다. 민희진과 하이브도 관심없다. 손웅정 트레이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내 주변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관심 없는 사람이 허다하다. 스트리머 쪽은 더한 것이, 나처럼 스트리밍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에겐 한 번도 이름을 들은 적이 없는 사람이 2백만 유튜버인데 물의를 일으켰다며 인터넷이 도배된다. 인터넷 세상은 마치 세상 모든 사람이 그 사람들만 보고 있는 것처럼 과장되어있다. 그것이 진짜 여론이라면, 나같은 사람도 알아야지. 나같은 사람도 어떤 논란이 있는지를 알고, 그것에 대해 분노하던가 공감하던가 반대하던가 해야 할 거 아닌가. 내 주변 사람들 중에 그 이슈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그게 무슨 여론인가. 기사가 많이 나온다고, 댓글이 많이 달린다고 그게 여론이라고 한다면 '여론'이라는 단어를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여론의 기능을 잃었다. 


나를 즐겁게 해주는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더이상 인터넷 댓글을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사도 무시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가지고 가족에게 혜택을 몰아주고도 사과없이 계속 정치를 하는 사람처럼, 법을 어기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주식회사를 마치 개인의 소유인 것 처럼 직원들을 본인의 사적 종으로 부리는 재벌처럼 그냥 인터넷 댓글과 기사를 무시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굴복하면 엄숙주의는 더 심해질 것이다. 어차피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영화는 투자자들이 인터넷 여론을 신경쓰기 때문에 바꿀 수 없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소자본으로 이루어지는 유튜브나 스트리머들이 굴복하면 안 된다. 그들이 굴복하면 문화 전체주의로 가는거다. 도덕적이고 건설적인 컨텐츠만 볼 수 있는 북한처럼 되는 거다. 이미 우리나라는 포르노가 불법이고 성담론은 금기시되어 있어 성 컨텐츠는 외국것만 불법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코미디도, 숏폼도, 예능도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힘내라, 컨텐츠 크리에이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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