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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Jul 14. 2024

균형 맞추기

워라벨이라는 말이 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근데 말이 좀 웃기지 않나. 일과 삶의 균형이라니. 일은 삶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일하는 동안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인가. 여튼 균형을 맞추기가 워낙 힘드니까 이런 말이 생겼을 것이다.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내 삶에서 일을 빼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삶을 살아보았기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그 회사에 다니면서 워라벨을 맞추려는 목표를 세웠다면 가장 먼저 해야했을 일을 사표다. 절대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 할때마다 주변 친구들은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바꾸려고 노력은 해 봤어?' 나는 놀랍게도 매일 노력을 했다. 누구보다 빨리 일을 쳐냈다.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일이었다. 일을 빨리 마쳤다고 집에 보내주지 않는다.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아주, 미치도록, 어렵다. 


몸이 아파서 한달을 누웠다가 다시 역도를 시작했고, 내가 큰 돈 까지 써가며 재활을 통해 바꾸려고 했던 신체 불균형이 더욱 심해져있음을 깨달았다. 이전보다 더 심해졌다. 아예 왼쪽을 쓰질 않는다. 오른쪽으로만 힘을 쓰니 오른쪽에 무리가 온다. 지금 내 오른쪽 무릎과 발목은 혼자 왼다리의 몫까지 힘을 쓰느라 너덜너덜하다. 분명 내 몸인데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인지를 하면서 천천히 앉았다가 일어나면 겨우 중심을 잡는데, 역도는 순식간에 앉았다가 무거운 무게를 머리 위에 짊어지고 일어나야 하는 스포츠다. 그럴때마다 내가 해왔던 방식으로 힘을 쓰게 된다. 그게 너무 심하여 아예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점프를 하더라. 이걸 고치지 않으면 아마 머지 않아 내 오른 발목 인대는 손상될 것이다. 이미 많이 손상된 것도 같고. 


균형을 맞추기가 이렇게 힘들다. 정치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다. 좌와 우가 균형을 맞춰야 하고 민주세력과 공산세력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고전 문학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왕정 시대가 길어지면서 동서양을 불문하고 어느 나라나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소수의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을 가지게 되고 대다수의 사람이 가난해졌다. 괜히 좌파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세력이 득세한 것이 아니다. 모두 나눠갖자는 사상에 동화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헤밍웨이도 조지오웰도 좌파였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사회주의를 희망했다. 조선시대 후기에 대다수의 백성이 가난했던 것을 콕 집어서 조선을 까내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다른 나라 왕조는 어땠느냐고 반문하면 된다. 거의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혁명이 일어났고 현재 절대 다수의 나라가 공화국인 것이다. 세상이 민주세력과 공산세력의 나뉘어서 싸우던 시절을 냉전시대라고 불렀다. 공산주의 혁명을 성공시킨 혁명 세력의 지도자가 왕조 시대와 똑같이 타락하여 독재자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공산세력은 스스로 무너졌다. 평화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민주주의도 체제가 오래되니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명의 독재가가 나라를 지배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소수만 배가 부르는 형국이다. 많은 나라에서 극우가 득세하기 시작한다. 1차 대전 시절엔 극우를 파시스트라고 불렀다. 하지만 후에 좌파가 전부 독재를 해버리니 파시스트 타이틀을 좌파가 뺏어간 형국이 되었다. 이제 보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작은 정부를 주창한다. 규제를 없애고 시장에 맡기자는 주의. 그러면 시장은 극소수의 자본가가 쥐게 된다. 누구를 파시스트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릴 지경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 이것도 균형이라면 균형일 것이다. 


자본주의가 오래될수록 소수가 자본을 독점하는 현상은 가속화되고, 자본주의의 첨병인 미국에서 너무 많은 시민이 가난해지니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 정책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트펌프와 비슷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전세계에서 미국만 경제성장률이 혼자 치솟는 지경이 되었다. 사실 다음 선거에서 바이든이 이기든 트럼프가 이기든 자국 우선주의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는 점점 더 가난해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제 성장률은 높지만 대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다. 역사를 보면 보통 그런 때에 혁명이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다. 역사는 돌고 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즐기기로 했다. 지금을 즐기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지금을,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금을. 소중한 오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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