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이 안 들어간 요리

by Renaissance

난 요리를 좋아한다. 요리는 천성이라고 생각한다.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평생 요리를 안 하고 산다. 하루에 적어도 두 끼를 먹으면서 자기 몸에 들어갈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단 한 번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평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천성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남녀불문이다. 나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호기심이 충만한 타입이고, 자취를 하면서 본격적인 요리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요리를 안 해본 사람들은 음식에 뭐가 들어가는지 지식이 전무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촉발된 '해산물이 안 들어간 음식' 논쟁을 보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음식이 그냥 MSG만 넣으면 맛있어질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L-글루타민산나트륨은 음식에 감칠맛을 더할 뿐이지 맛을 내는 역할이 아니다. 찍어 먹어보면 알지 않나. '맛'이랄게 없다. 요리를 안 해본 사람들은 조미료를 다뤄본 일도 없을 테니 그걸 모를 수도 있겠네. 그런 분들에게 해산물이 안 들어간 한국 음식을 찾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자 한다.


거의 모든 국에는 해산물이 쓰인다. 멸치 육수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국물용 멸치를 큰 포대에 파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국을 한번 끓일 때 최소한 열 마리를 쓰기 때문에 금방 쓴다. 소고기 육수를 내는 음식에도 멸치 육수를 섞으면 맛이 기가 막히다. 간소하게 할 때 소고기만 볶아서 육수를 내고 끓이는데 확실히 멸치 육수가 없으면 맛이 덜하다. 소고기로 육수를 만드는 음식은 소고기 뭇국, 떡국, 칼국수, 냉면, 쌀국수 등인데 말했다시피 식당에서 먹으면 멸치 육수와 다시마 육수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뼈, 돼지뼈, 닭, 채소 육수에도 해산물 육수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시마 얘기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 합성조미료를 쓰지 않고 감칠맛을 가장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재료가 다시마다. 멸치와 다시마를 빼면 사실 어떤 국도 할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멸치, 다시마, 게 , 굴, 새우 등 육수를 내는데 탁월한 재료는 모두 해산물이고, 육수 재료는 다양하게 섞을수록 맛있는 것은 당연지사.


소금이 워낙 짠맛의 대명사이기 때문에 요리를 안 하는 사람들은 간을 모두 소금으로 하는 줄 안다. 소금은 짠맛이 덜 할 때 추가하는 것이고 간장과 액젓으로 간을 해야 깊은 맛이 난다. 액젓은 까나리액젓이 대표적인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생선으로 만든다. 액젓 없이 요리하라고 하면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나는 거의 모든 한국 음식의 간을 액젓으로 한다. 해산물 안 먹겠다고 소고기 볶음밥을 먹어봤자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했으면 무슨 소용인가. 볶음밥을 간장만으로, 소금만으로, 액젓만으로 간을 해본 사람은 안다. 우리가 맛있다고 느끼는 디폴트의 볶음밥은 액젓 베이스다. 굴소스가 유행한 이후에는 굴소스 볶음밥이 대세가 된 것 같긴 하지만 굴소스는 뭐 고기로 만들었나. 이름 자체가 굴소스인데. 김치류와 나물류에도 액젓이나 새우젓이 들어간다. 김치의 경우 배추 밑간은 소금으로 하나 양념장에는 액젓이나 새우젓이 안 들어간 김치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특히 전라도의 경우 굴을 반드시 사용하고 조기나 까나리 같은 생선을 통째로 갈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라도 김치는 해산물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음식만 포기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일본, 태국 음식도 마찬가지로 해산물로 맛을 내는 경우가 절대다수고, 서양 음식도 해산물 육수가 쓰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안다. 해산물을 쓰지 않고 요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런 음식만 찾아서 먹으려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음식은 포기하는 게 편하다.


소금값이 폭등했다고 한다. 값싸고 흔히 쓰이는 소금이 바닷물을 말린 천일염이라서 벌어지는 일이다. 소금만 많이 사놓으면 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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