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발전속도가 너무나 빨라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당장 한달 전에 AI 영상으로 구현이 힘들다고 했던 것이 이제는 된다. 인간이 그려놓은 그림, 혹은 사진을 주요 부분을 그대로 두되 배경만 수정한다던가, 소품을 추가한다던가, 화풍만 수정하는 것이 불과 두달 전만 해도 안 됐다. 가장 잘 나가는 이미지 AI 업체에서도 안 됐었던 건데 ChatGPT가 해당 기술을 들고왔다. 지브리 사태로 알려진 그 기능이 바로 원본 이미지를 활용한 변형 기술이다. 한번 되기 시작하니 다른 모든 AI 이미지 업체에서도 해당 기술을 도입했다. 다들 단거리 달리기 경주하듯 전력질주 하고 있나보다. 이렇게 빠르게 발전을 하다보니 이미 예술 업계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예술학부 가장 인기 높은 과가 웹툰이라 모든 대학에서 웹툰학과를 신설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해당 전공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ÇG라고 통칭하는 VFX는 말할 것도 없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높은 수준의 그림이 나오고 영상 합성이 되는데 누가 웹툰학과를 가고 VFX를 전공하려고 하겠는가. 이게 현재까지 우리가 느끼고 있는 AI의 발전과 위협인데, 이제 본질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본질이라 하면 이런 거다. 우리가 즐기는 예술이란 것이 무엇이냐. 지적생명체만이 누릴 수 있는 지적인 유희다.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예술을 즐길 수가 없다. 웹툰이 영화보다 쉽고, 영화가 책보다 쉬운 이유도 각 예술매체를 향유하는데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의 정도가 달라서이다. 쉽다는 웹툰조차도 어린아이에겐 재미가 없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지적 능력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아들과 놀아본 사람들은 알텐데, 애들은 똥 얘기를 좋아한다. 그 정도 지능으로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똥 관련 컨텐츠이기 때문이다. 어른 중에 똥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지적 능력이 성숙했기 때문에 더 자신의 지능을 자극할 지적 컨텐츠에 끌리기 때문이다. 예술을 즐기려면 반드시 지적 능력이 필요하고, 지능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예술을 향유한다.
AI로 스토리를 써보라고 하면 굉장히 뻔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학습된 이야기의 전형성을 이용해서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특이한 이야기를 써보라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로서의 완성도가 떨어져보이는 스토리를 만든다. 하지만 AI의 발전속도를 보면서 관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만약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다면, 인간이 AI의 예술을 이해할 수 있을까? AI는 이미 한차원 높은 지능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냈을 뿐인데, 인간의 지적 능력의 한계로 이 이야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을 아닐까? 이미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곳이 있다. 바로 바둑이다. 이제 인간은 더이상 인간의 기보로 바둑을 두지 않는다. 인간은 절대 AI를 이길 수 없고, AI의 바둑을 인간은 이해할 수가 없다. 공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봤자 AI가 왜 이런 수를 두는지 인간의 지능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 즐기는 지적 놀이였는데, 지적 수준이 더 높은 존재가 나와버린 것이다. 인간은 더이상 바둑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 예술도 마찬가지가 되어가는게 아닌가 싶다. AI 영상으로 이해불가한 클립들이 나오고, 말도 안 되는 스토리가 나오는데 이게 단지 우리가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이해를 못하는 거라면? 그렇다면 AI는 '인간 수준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할 것이다. 너희들은 이런 거 좋아하지? 하면서.
위대하다고 일컫는 작품들이 있다.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깊은 작가가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듯한 통찰력과 더불어 범인은 절대 쓸 수 없을 표현을 보여주는 작품을 위대하다고 일컫는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베토벤의 소나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같은 작품들. 그들이 범인보다 지적으로 우월한 존재들이었음에 아무도 이견을 달지 않고, 그래서 우린 그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개중에는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든 작품들도 있다. 한 편에서는 망작이라 부르고 한 편에서는 걸작이라고 부르는 작품들. 작가의 사후에 재평가 되기도 하는 그런 작품들. 예를 들어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은 대부분의 대중은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나도 이해 못했다. 촬영감독도 배우도 시나리오를 이해 못하고 찍었다고 한다. 오로지 놀란 감독 혼자 이해하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그 영화를 이해한 사람에겐 걸작이겠지만, 이해하지 못한 대부분의 대중에게는 망작이다. 나도 이해를 못해서 뭐 이딴 영화가 있냐고 했다. 이해를 못하니까 재미가 없다. 도대체 왜 지금이 위기이고 주인공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으니 서스펜스가 생겨날 리가 없다. AI가 만드는 작품들이 이런 것이 아닐까.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AI가 인간에게 먹이처럼 던져주는 예술을 우리는 즐길 수 있을까. 과연 우린 우리보다 지능이 높아진 AI가 만드는 예술을 위대하다고 할까. 인간은 자신보다 높은 지적생명체를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