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작가는 AI보다 경쟁력이 있을까

by Renaissance

할리우드에서는 파업이 장기화중인데 한국은 영화계가 멸망해서 우리집에 난 불 때문에 남의 집 불을 신경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파업의 핵심은 AI이다. Chap GPT 이후로 생성형 AI의 능력에 대해 모두가 알게 되었지만 이게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바꾸게 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것 같다. 그래서 할리우드 파업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일 테다. 할리우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이고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곳이니 AI에 대한 도입도 굉장히 빠르다. 자금력이 받쳐주니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현재 헐리우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글 뿐만 아니라 배우까지 AI로 대체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신규 헐리우드 프로젝트에 보조출연으로 참여하는 사람에게 몸을 컴퓨터로 전체 스캔하는 것에 동의하라는 계약서를 내미는데, 이 작업을 하게되면 본인은 촬영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본인 모습이 영화에 나오게 될 수 있는거다. 촬영 회차별로 임금을 지급받는 이들에게 한 회차 임금만 주고 마음대로 사용하려는 거다. 이런 식으로 AI가 대체할 직업은 작가, 배우, 성우, 스턴트맨 등 한 두개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되는 것들이니 VFX는 살아남을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VFX 아티스트도 AI에 의해 대체될 공산이 크다. 마음에 드는 사진에서 배경의 사람을 지우는게 예전엔 누끼를 따서 사람을 도려내고 그 안을 정교하게 채워넣어야 하는 작업이었는데, 이제는 앱이 자동으로 해주지 않나. 그게 AI 기술이다. 자막 대신 더빙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나라에서는 벌써 AI 성우를 도입했다. 실제 배역을 맡은 배우 목소리를 AI에게 학습시킨 후 원하는 언어로 대사를 하게끔 출력해낼 수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생성형 AI를 만들어 각본을 쓰고 있다고 한다. 향후 인간 작가는 AI가 쓴 스크립트를 각색하는 일만 맡게 될 것이고, 생성형 AI가 더 발전되면 그마저 뺏기게될 것이다.


인간 작가는 AI보다 경쟁력이 있을까? 인간 작가가 AI보다 잘 하는 것은 기존에 있던 구조에서 벗어난 작품을 쓸 때로 국한된다. 우리가 상업영화를 장르영화라고 부르는 이유는 장르라는 틀 안에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액션영화는 액션 장르의 구조대로, 스릴러영화는 스릴러 장르의 구조대로 만든다. 이 장르는 이런 식으로 영화가 흘러가는 거라고 관객과 약속이 되어있기 때문에 관객은 편하게 영화를 보러간다.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는 영화를 본인은 좋아한다고 강변할 수 있겠지만, 장르 내에서 다르게 흘러가는 걸 좋아할 공산이 크다.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영화를 좋아한다면 비장르 영화인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좋아할 것이다. 틀 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AI의 장기이다. 돈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 비싼 인간보다 싼 AI에게 각본을 맡기는 것이 훨씬 남는 장사다. [더문] 각본 비용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김용화 감독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최소 1억은 줬을 것이다. [더문]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AI가 못 쓸 각본인가? 충분히 쓸 수 있는 각본이었다. 투자자는 그 영화에 250억을 썼다. 김용화 감독과 설경구, 김희애, 도경수 배우가 캐스팅 되었기 때문에 250억이 투자된 것이지 각본 때문은 아닐 것아다. 이미 한국 영화계는 각본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과 캐스팅을 보고 투자하는 시장이다. 인간 작가는 예술영화에만 강점을 가진다. 예술영화는 어차피 투자 대상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니, 곧 한국에서도 가장 먼저 AI가 쓴 각본으로 작품을 만들 것이다. 내가 글로 돈을 버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소설은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장르 소설은 대체되겠지만 비장르 소설은 인간이 강점을 가진 부분이다. 구조가 없는 부분에서는 인간이 우위를 계속 가질 것이다. 나도 예술영화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 되던가, 문학 작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할리우드에서 작가조합이 승리하길 바라고 있지만,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갈 지 모르겠다. AI의 발전속도를 인간의 것과 비교하면 1일을 1년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100일이 지나면 100년 만큼 발전한다는 소리다. 직업이 AI로 대체되어도 살아남을 만큼의 커리어를 그 전에 쌓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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