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소쇼패스, 나르시시스트

by Renaissance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 여성을 상대로 사기를 친 남장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뉴스에 뜬다. 사기꾼을 만나 고생했던 썰을 잠깐 풀었던 적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소쇼패스와 나르시시스트. 비슷하지만 다르다. 가까운 사람 중에 소쇼패스가 있어서 나는 그 차이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굳이 차이점을 알 필요가 있을까 싶다. 공감능력이 결여된 성격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냥 멀리하는게 상책이다. 내가 지켜본 소쇼패스와 나르시시스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자기애에서 비롯한 허풍과 과장을 하는지 마는지이다. 소쇼패스는 거짓으로 경력을 꾸며내거나 허풍을 떨지 않는다.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기만하고 유린하는데 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소쇼패스는 남을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 나르시시스트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다른게, 본인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사람들이 그것에 감화되어 조정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사회면에 나온 기사들을 볼 때, 별것도 없는 사람이 누군가를 속였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 사람은 소쇼패스일 확률이 높고, 별의별 이상한 경력을 내세워서 누군가를 속였다는 기사가 나오면 그 사람은 나르시시스트일 확률이 높다. 고로 이번에 이슈가 된 남장여성은 나르시시스트일 확률이 높다.


내가 그 제작자를 처음 만났을때, 그 사람은 본인이 이런이런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이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했다. 나에겐 그 정도 경력이면 충분했다. 그 후로 만날 때마다 본인을 내세울만한 무언가가 하나씩 늘어났다.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산다, 할아버지가 재벌 수준의 현금 부자다, 200억짜리 영화를 준비중이다, 신과함께 원동연 제작자와 친하다, 영진위 심사위원을 한다, 원래 한예종에 붙었는데 유학을 가게 되어 안 들어갔다 등등. 나는 연출만 하면 됐기 때문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색계약서 도장을 찍기로 해놓고, 먼저 각색고를 보여줄 수 있냐고 하기에 믿고 각색고를 줬더니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을때,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대충 계산을 때려봐도 말했던 경력의 50% 이상이 거짓말이었다. 우선 본인이 제작했다는 영화의 크레딧만 봐도 제작이 아니라 제작지원으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크레딧에서 '제작'과 '제작지원'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크다. 제작지원은 사실 경력으로 쳐주지도 않는다. 계속 각색 계약을 미루다가 각색 2고를 건넬 때가 되었을 때에야 도장을 찍어줬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도 약속된 기한에 돈을 주지 않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구 전략을 짜면서 이 사람이 하는 그 어떤 말도 믿지 않기로 했다. 돈을 못 받을 걱정에 바로 그만두지는 못 하고 뒤에서는 영화인 신문고에 신고를 하고 앞에서는 계속 일을 하면서 녹취를 따고 증거를 모았다. 결국 끝끝내 돈을 주지 않았고, 나는 일을 그만뒀다. 나중에 영화인신문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 사람은 유엔빌리지에 살지도 않았고, 영화 수입배급업을 하면서도 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했던 말 중 진실은 1%도 안 된다고 본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있어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본인을 위대한 사람처럼 보이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다. 재산 규모등의 확인할 수 없는 거짓말은 당연하고 확인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학벌조차도 거짓말을 일삼는다. 새로운 거짓말이 예전 거짓말과 상충되는 경우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자기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 족속이니 논리적인 대화를 하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냥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절을 해야 한다. 절대로 옆에 두면 안 될 사람이다. 가장 신기한 점은 그 영화가 결국 만들어졌다는 거고, 개봉까지 했다는 거다. 완전 망했지만. 나는 다행히 속지않고 빠져나왔고, 영화인신문고를 통해 돈을 다 받았지만, 그에게 끝까지 속아 투자를 한 투자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여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자기과시욕을 충족하면서 사기를 치고 다닐거다. 그 피해자가 당신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고등학교때부터 지켜온 철칙이 있어서다. 돈을 빌려간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했을때 '빌려 간 사람이 도리어 화를 내는 경우' 나는 과감하게 관계를 끊는다. 갚기로 한 날에 돈을 갚지 않은 사람은 미안함을 느껴야 정상적인 사람인 거다. 도리어 돈을 주면 될 거 아니냐고 화를 내는 사람이면 성격장애를 앓는 사람일 확률이 100프로다. 그런 사람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신뢰할 수 없다. 각색비를 언제 줄거냐고 했을때 그 사기꾼은 화를 냈었다. 자기가 지금 투자금을 받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아느냐며. 머리에서 종이 울렸다. 위험 사이렌이 울린 것이다. 그래서 상업연출이라는 달콤한 미끼에서 벗어나 완전히 손절할 수 있었다. 나름의 기준을 만들어 놓기를 추천한다. 당신도 피해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세상엔 생각보다 성격장애자들이 아주 많다. 나르시스스트와 소쇼패스가 자기들끼리만 속고 속이는 세상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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