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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naissance Jan 31. 2024

성적이 좋아지는 공부법

가끔 조회수가 급상승 할 때가 있다. 브런치 어딘가에 노출이 되는 건가. 브런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지도 않고 그냥 글을 쓰기 시작했고, 어떤 글이 조회수가 높은지 그런 거 없이 그냥 글을 쓰고 싶을 때 글을 쓰고 있다. 그러니 고만고만한 조회수가 나오는데 가끔씩 조회수가 폭발해 깜짝 놀란다. 그래서 조회수가 잘 나올만한 제목의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일종의 실험이다.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이 잘못 작동하여 공부 잘하는 법에 대한 영상이 뜬다. 내가 아무리 과학 컨텐츠 등의 지식 관련 영상을 많이 보기로 소니 공부법에 대한 영상 추천은 선 넘은 것 아닌가. 내가 뫄 명문대 뫄 장학금 뫄 대기업 뫄 다 했엄 뫄. 당연히 클릭해 본 적은 없다. 나는 나만의 공부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공부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맞는 공부방법이 있다. 이걸 누가 가르쳐준다고 되는게 아니다. 자신이 찾아야한다. 물론 요즘은 공부법에 대한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이런저런 공부방법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삐삐 쓰던 시절에도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과 학원 선생님과 주변 학생들을 통해 이미 수백가지 공부법을 들었다. 다 쓰잘데기 없었다. 그들이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집중을 잘 못했다. 특히 무조건 암기해야 하는 과목을 못했다. 사회나 국사 같은 과목을 정말 못했고, 지도 관련 문제는 다 틀렸다. 암기만 달달 해야하는 한국 교육과정에 적응을 못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안 했다. 항상 시험 전에 다음날 시험과목들을 벼락치기 해서 단기기억으로 시험을 봤다. 고등학교를 해외로 가게 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암기를 해서 보는 시험이 없었다. 생물, 물리 시험도 에세이로 보는데 말 다 했지 않나. 수학시험도 한문제 띡 던져주고 증명하라고 한다. 언어때문에 낙제에 가까운 점수를 받다가 언어가 트이고 나서부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모든 수업은 토론식이었고, 토론에 참여하면서 수업을 들으니 수업 내용이 머리에 다 남았다. 모든 숙제는 에세이였고, 에세이를 쓰면서 내가 배운 것들이 정리되었다. 이미 토론과 에세이 숙제를 통해 수업 내용이 다 숙지가 된 상태니 시험을 봐도 따로 준비할게 없었다. 만약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숙제도 대충 했다면 시험은 뻔할 뻔자다. 시험이 에세이인데 벼락치기가 될 리가 없다. 오지선다 문제로 나올만한 부분을 벼락치기로 훑고 객관식으로 찍는 건 가능하지만, 한 학기 동안 배운 수업 내용 중 하나를 골라 몇 장의 에세이를 써야 하는 경우는 벼락치기가 불가능하다. 나는 이 방법이 너무 잘 맞았다. 하지만, 대학을 가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시 암기 지옥에 빠지게 된다. 


한국 대학은 토론식 수업을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강의를 하고, 학생은 듣는다. 시험도 객관식인 경우가 많다. 객관식이 아니더라도 답만 주관식으로 적는 형태이지 에세이 시험은 적다. 결국 한국 공교육의 연장선이다. 공부를 못하던 학생이 해외에 나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되었는데, 다시 한국에 와서 공부 못하는 학생이 되는거다. 나는 이걸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 대학에서 성적을 잘 받는 방법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딱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한학기 죽는다고 생각하고 모든 수업을 외워보기로 결심했다. 진짜다. 모든 강의를 녹음했고, 강의 시간엔 교수님이 말하는 모든 내용을 모두 노트에 적거나 타이핑 했다. 그래프나 그림이 많이 들어가는 수업은 수기로 적었고, 텍스트만 있는 수업은 타이핑 했다. 도서관에 가서 녹음 내용을 다시 들으면서 빠트린 내용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런식으로 모든 강의의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시험기간에 그 모든 내용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날 배운건 그날 다 외웠다. 그렇게 공부하니 오히려 시험기간은 널럴해지더라. 수업이 없으니까. 이미 다 외워놨는데 공부할게 뭐가 있나. 그리고 올 A+를 맞았다. 달달 외우는게 무슨 대단한 공부방법이냐고 하겠지만, 다시 한번 읽어보시라.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는걸 모두 쓰고(혹은 타이핑하고), 수업이 끝나면 녹음한 내용을 들으면서 스크립트를 보강하고(복습), 완성된 스크립트를 외운다(다시 복습). 수업이 두시간 이라면 스크립트를 완성하는 것도 두시간 정도 걸린다. 그리고 그걸 다시 외우는 시간이 두시간 정도다. 하루에 두시간 수업이 세개라면 6시간 강의를 듣고, 6시간 스크립트를 쓰고, 6시간 외우는 거다. 실제로 수업이 3개 있는 날은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잤다. 어때요. 참 쉽죠? 


지금까지 성적이 좋아지는 공부법에 대해 써보았다. 제목이 곧 함정이다. 성적이 좋아진다고 해서 공부를 잘 했다는 뜻이 아니니까. 저렇게 공부한 과목들이 지금 내 머릿속에 남아있을까? 놀랍게도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학부 시절 성적표를 보면 놀랍다. 들은 것조차 기억나지 않은 과목들이 태반이니까. 저건 성적을 잘 받는 공부법이지 '공부가 잘 되는 법'은 아닌 거다. 오래돼서 그렇다고? 토론식 수업을 했다는 고등학교 과목들은 과목 이름까지 다 기억난다. 교환학생을 가서 들은 수업도 다 기억난다. 오로지 암기만을 위해 스크립트를 써서 달달 외웠던 수업들만 기억이 안 나는 거다. 왜? 공부의 목적이 무언가를 '배우는'게 아니라 '외우는' 거였으니까. 공부라는건 머릿속에 논리구조를 쌓아야 한다. 이게 왜 그럴까? 이게 왜 그렇게 됐을까? 를 사고하면서 탐구를 해야 공부가 되는거지 '이건 그냥 이거야' '저건 그냥 저거야' 하는 건 암기다. 음악을 예로 들어보자. 조표를 단순히 암기를 해서 #가 몇개 있을때 무슨 장조, 무슨 단조 식으로 외웠다 치자. 3년간 음악을 놨다가 다시 시작하려고 하면 떠오르지 않는다. 암기하려고 하면 머릿속에 안 남지만, 장조는 온음 세개와 반음 한개 순으로 이루어진다는 원리를 이해하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악보를 보고 음계를 파악할 수 있다. 


암기를 이렇게 잘 하는 사람이 어렸을때는 왜 성적이 안 좋았을까? 그만한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학교때는 내가 빡대가리가 아니라는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 강력한 동기가 있었기 때문에 밤을 새가며 암기를 했다. 그 시절 이후 그런 식으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적을 잘 받아봐야 뭐하나. 머릿속에 남는게 없는게. 그게 시간낭비요 젊음낭비요 에너지낭비지 뭔가. 대학교 등록금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까워 죽겠다. 이 글이 조회수가 잘 나오면 항상성 유지를 위해 절대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성적과 상관 없이 머릿속에 지식이 남는 진짜 공부법'에 대한 글도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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