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이들이 페북을 떠나는 이유

… 바로 당신 때문이다.

나보다 열 살 어린 친구들이 페북을 떠났다. 유령 계정인가 싶어 친구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하나하나 눌러 들어가 보면 아주 오래전에 업로드된 포스팅이 계정을 애처롭게 지키고 있을 뿐이다. 대충 살펴보면 2020년이 오기 전에 반절이 떠났고 그 후에 또 반절이 떠났다. 그들이 가끔가끔 올리는 포스팅을 보면 대부분 스토리다. 하루 노출되고 사라져 버리는, 곱씹어 볼 수도 없고 집중하는 순간 사라져서 댓글조차 달기 힘든 스토리 말이다. 그 외엔 대부분 인스타그램으로 가버렸고 그중에서는 SNS를 아예 안 하는 친구도 있다. 인스타그램도 대부분의 친구가 스토리를 이용하고 있다. 왜일까. 나는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바로 당신 때문이다.

페북엔 꼰대가 너무 많다. 그들의 특징은 본인의 경험이 최고의 지식인 것처럼 착각한다는 점에 있다. 어떤 친구가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글을 올렸다. 오늘 처음으로 헬스장에 등록해서 운동을 했다는 포스팅을 봤을 때 당신은 어떤 댓글을 달고 싶은가? 만약, 다이어트는 식단이 더 중요하니 앞으로 먹는 걸 줄이고 걷는 유산소보다는 웨이트를 해야 한다 어쩌고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꼰대다. 100% 꼰대다. 타인이 공감을 바라며 올린 글에 응원을 해주지 못할망정 왜 요청하지도 않은 조언을 퍼붓고 있는가? 만약, 그 사람이 ‘어머, 그런 당신의 뱃살은 10년간 왜 소시지 모양을 하고 있나요?’라고 반문한다면 어쩔 것인가?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친구가 돈을 열심히 모아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당신은 어떤 댓글을 달 것인가? 도쿄에 갔으면 반드시 도쿄타워를 가야 하고 다들 라멘, 우동 먹는데 그거 말고 장어덮밥을 꼭 먹고 와야 하며 어쩌고 저쩌고를 떠올렸나? 아니면,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있는데 감히 네가 일본에 가서 흥청망청 먹고 놀고 있냐고 달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꼰대다. 자기 생각이 도덕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은 100% 꼰대다. 왜 그런 댓글을 달면 안 되지 하고 혹시 반문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 세상 최강의 꼰대다. 어떻게 손 쓸 수도 없는 꼰대인 것이다. 그 친구가 ‘아저씨는 그러면 일본에 가서 직접 싸워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왜 이불 뒤집어쓰고 불매운동하자고 소리치고 있어요?’라며 반문하면 어떡할 텐가.

며칠 전 우연히 지나친 글 중에 제목이 재밌어서 멈춘 글이 있다. 제목이 또렷하게 생각나진 않지만 대충 내용을 말해보면 자신이 요리를 했는데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같은 조언 따윈 집어넣고 그냥 봐주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렇다. 요리 포스팅을 올리면 맛있는 거 만들어 먹었구나 하고 생각해야 하는데 물을 자작하게 해야 한다. 왜 그 음식에 대파를 넣었냐 쪽파를 넣어야지, 고기를 쭉쭉 손으로 찢어야 하는데 왜 칼로 잘랐냐. 라떼는 간석기로 갈았다. 강가에 가서 조개부터 채집해 와라. 끝장전에 갈 사람은 당신입니다! 를 외치고 있다. 한식대첩이라도 찍으실 텐가. 

그림출처 : 약치기그림

페북엔 이렇듯 충고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조언이랍시고 던지는 질 낮은 충고들은 젊은이들을 괴롭게 했고 차마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 뭐라 할 수 없으니 인스타로 가버렸다. 사진 위주의, 의견 따윈 접어둘 수 있는 인스타그램 말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도 간혹 등장하는 꼰대가 있어서 이제 그들은 스토리를 선호하게 됐다. 댓글 따위 못 달아버리게 기록이 오래 남지 않게 나를 드러내고 싶지만 불쾌한 소통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말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어쭙잖은 댓글은 도대체 왜 달고 있냐고 말이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그 댓글 못 달면 막 미칠 것 같은가? 너무 대단한 조언이라서 이걸 지금 말 안 해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가? 그런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요즘 애들을 비판하기 전에 내가 그들은 밀어낸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