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남해 여행
따뜻함을 찾아 떠난 남해 여행
잡아둔 펜션을 따라 굽이진 길들을 넘어가다보니
창너머 푸릇한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고
두근두근 설레이기 시작했다.
펜션에 도착해 짐을 풀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너른 바다가 펼쳐져있었다.
해지는 풍경을 잠시 바라보았다.
핑크빛 프로방스 인테리어가 귀여운 펜션.
잠시 텔레비전을 보며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남해 독일마을로 향했다.
펜션에서 10여분 거리밖에 안되었다.
남해 독일마을에서 요새 핫하다는 어느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독일 전통 음식과 다양한 맥주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학센을 시켜서 먹었는데 겉은 바삭바삭하게 튀김처럼 구워져있었고 속은 부드럽고 촉촉했다.
하지만 반절쯤 먹고나서부터는 급격히 질리더니 라면 국물이 땡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진정 토종 한국인이 맞는가보다 생각하며 학센을 남겨두고 식당을 나왔다.
(맥주는 깨끗히 비웠다. 맛있었다.)
저녁 펜션으로 돌아와 집에서 싸들고온 따뜻한 뱅쇼와 딸기케이크.
EBS에서 방영해주는 참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뜨는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일출을 따뜻한 펜션 안에서 볼 수 있다니 축복이다.
햇님에게 2018년 모두가 행복하길 빌어본다.
차 트렁크에 싣고 온 피아노를 꺼내에 바다가 보이는 창 앞에 두었다.
방금 떠오른 햇살을 잔뜩 받으며 피아노 연주를 해본다.
펜션에서 따끈한 크레페와 갓내린 커피를 조식으로 주셨다.
맛있게 먹으며 TV를 틀어보니 나오던 영화를 보며 푹 쉬었다.
그러니 어느덧 점심, 출출해져 먹으러 나왔다.
남해에서 유명하다는 멸치쌈밥을 먹으러 어느 식당에 들어왔다.
우리 테이블 주문이 안들어가 있어서 1시간 가량을 기다렸다.
그렇다면 다른 테이블 음식이라도 먼저 줘야하는게 맞을텐데 그건 3인분이라며 좀 더 기다리라던 주인.
기분이 나빠서 맛이 없게 느껴졌다.
형편없는 식당 때문에 여행의 흥이 시들었다.
다음 여행 때는 다른 멸치쌈밥집에서 먹어보리라.
상주 은모래비치.
부드럽게 퍼석퍼석 밟히던 모래는 이름 때문인지 정말 은빛으로 반짝이는 듯 보였다.
파도가 살랑살랑 부드럽게 들이쳐 모래를 적셨다.
비치 입구에서 파는 야채핫도그를 먹으며 출출함을 달랬다.
상주 은모래비치를 지키던 멍멍이 한마리.
따뜻한 햇살에 나른나른한 오후다.
한쪽에서는 물멍게 축제가 한창이었다.
미끄덩한 살덩이를 잘라 회로 내어주시더라.
차마 먹어볼 용기는 없어 구경만 하다기 발걸음을 돌렸다.
보리암.
운전 열심히 해서 갔는데 셔틀버스 운행이 끝났다길래 가보질 못했다.
보리암까지 걸어서는 45분인데 그러다가는 얼어 죽을 것 같았다.
대신 해지는 저수지 노을을 보고왔다.
다시 독일마을로.
펜션 근처인 독일마을로 와서 간단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방황하다 들어간 어느 레스토랑.
파독 출신이신 아주머니께서 운영하시는 곳이라더라.
곳곳에 독일스러운 소품들과 그림들이 있어 음식이 나올 동안 한참 구경했다.
소시지와 뱅쇼, 맥주를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아주머니께서 맛 좀 보라고 전을 가져다 주셨다.
인심 좋은 주인 덕분에 점심 때 있었던 나쁜 일들은 후루룩 떨쳐본다.
남해 여행 마지막 날 아침,
밖으로 달려나가 먼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조용한 어촌 마을.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저 아름다웠다.
남해는 유자로 유명하다.
이 유자를 모티브로 한 카페가 하나 있다.
이 곳에서는 유자 카스테라와 유자차, 드립커피 등을 판다.
포슬한 유자향 나는 카스테라에 뜨거운 커피는 환상궁합이었다.
유자차도 끝내준다.
생 과육만을 갈아 만든 청을 베이스로 만들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며 상큼한 맛이었다.
물건항.
한적하고 평화로웠던 조약돌맹이 가득한 바다.
눈 앞의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는 남해 여행을 떠올릴 때마다 제일 먼저 번뜩 생각난다.
마치 남해의 상징처럼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따뜻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해변가를 산책했다.
2박 3일의 남해 여행을 마치며,
겨울은 너무 추워 어디로든 나가기 싫었지만
막상 나와보면 좋은 곳들 천지이다.
남해는 기억에 특히 오래 남는다.
맑은 날이어서 햇살 아래 서면 따뜻했고 바다가 잔잔하고 인파로 붐비지 않아 평화로웠다.
봄 즈음에 다시 남해를 찾아오련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사계를 눈에 꼭꼭 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