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펜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맞이하는 아침.
유리창을 넘어 햇살이 가득 방 안으로 들이쳤다.
눈이 부셔서 더 이상 잠들어 있을 수가 없었다.
테라스로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 바다를 구경했다.
하늘은 새파랗게 푸르고 맑았다.
요 근래에는 여행할 때마다 날이 좋아서 무척 기쁘다.
11시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짐을 싸고 방을 정리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길고도 짧았던 하룻밤이 금새 지나가버렸다.
펜션 앞에 있던 조그만 해변에 안녕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출출한 배를 채우러 호랑이 꼬리를 닮았다는 호미곶으로 향했다.
펜션에서 호미곶은 10분여 정도의 가까운 거리였다.
호미곶 근처에 포장마차들이 모여있는 거리가 있다.
그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많은 포장마차 중 한 곳에 들어갔다.
밖은 추웠는데 비닐로 둘러싸여진 안은 따뜻했다.
천장과 벽에는 명함들이 가득했다.
이곳에 온 손님들이 명함을 꽂아두고 가나보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해물모듬 소, 해물라면, 해물칼국수를 시켰다.
막판까지 해물파전을 먹을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마침 옆 테이블에서 파전을 시켰더라.
전 지지는 구수한 냄새 때문에 파전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다음번에는 꼭 전을 시켜 봐야겠다.
해물모듬!
군소, 뿔소라, 해삼, 멍게, 개불이 있었다.
청하 하나를 시켜서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먹었다.
곧이어 나온 해물라면과 해물칼국수.
해물들이 가득 들어있어 국물이 끝내줬다.
양이 많아서 건더기는 좀 남겼는데 국물은 싹싹 들이켰다.
추운 겨울 따끈한 국물을 먹으니 온 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며 피로가 풀렸다.
배부르게 포차에서 식사를하고 근처를 한바퀴 돌았다.
걷다가 발견한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시비.
이육사 시인은 호미곶 근처에 있는 어느 포도원에서 '청포도'라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어릴때부터 이 시를 참 좋아했었는데 우연히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전설이 열리고 알알히 박히고 포돗물로 함뿍 적은 손.
들을 때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호미곶길을 따라 걷다가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를 발견했다.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 두 등대가 귀여웠다.
등대를 보고난 뒤 길을 돌아 호미곶의 트레이드마크인 상생의 손을 보러 갔다.
이 조형물이 뭐라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일까?
수평을 그리는 바다에 솟아오른 외로운 손 하나.
이 손이 없었어도 이렇게 유명한 명소가 되었을까 싶다.
파도는 수없이 들이치며 손을 스쳐갔다.
'상생의 손'이라 명명된 이 청동 조각상은 새천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
온인류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는 의미로 바다에는 오른손, 육지에는 왼손 조각상을 세웠다.
정면에서 바라본 상생의 손의 모습.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일찍 뜨는 곳이라 한다.
때문에 매년 새해 맞이 일출 때 이곳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더라.
호미곶 광장 새천년 기념관 쪽으로 가보았다.
그곳에서 재미난 세가지 불씨를 볼 수 있었다.
새천년 하루전 변상반도 일몰 불씨(1999.12.31)
새천년 첫 날 영일만 호미곶 일출 불씨(2000.01.01)
새천년 첫 날 동해 독도 일출과 남태평양 피지섬 일출 불씨(2000.01.01)
여기다 이런 불씨를 가져다 놓을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한 발상인 것 같다.
새천년으로 넘어갈 때 나는 너무 어렸다.
그 때 이 세상이 어떤 분위기였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
호미곶 광장에 있는 육지의 왼손도 보았다.
바다의 오른손과 육지의 왼손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새천년은 온 국민에게 특별한 의미였을 것 같다.
새해 카운트다운 하는 것처럼 새천년 맞이 카운트다운을 했겠지!
그 때가 기억이 안나는 것이 너무 아쉽다.
새천년 기념관 옆에 있는 기념품샵에서 귀여운 솔방울 인형과 마그넷 하나 사들고 나왔다.
1박 2일 짧은 포항 여행, 여기서 끝을 냈다.
다음날 멀쩡히 출근을 해야하니 일찍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