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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Feb 03. 2018

합스부르크가의 겨울궁전 호프부르크 왕궁

김치찌개가 생각나는 밤

슈테판 성당을 돌아보고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다. 지도앱을 쳐다 보니 마침 근처에 호프부르크 왕궁이 있어 찾아갔다. 슈테판 성당에서 호프부르크 왕궁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다.




호프부르크 왕궁에 도착했다. 13세기에 비어진 이곳은 본래 오스트리아 공작의 저택이었다. 이후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 대제국을 통치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겨울 궁전으로 쓰였다. 빈 구시가지를 벗어나서 외곽쪽으로 가면 여름 별궁인 쇤브룬 궁전이 있는데 왕족들은 겨울과 여름을 오가며 궁전을 옮겨 다녔다.



쇤브룬 궁전은 이틀 뒤에 가기로 미리 계획을 세워둔 참이었다. 그러니 겨울왕궁을 눈에 꼭꼭 담아 두고 앞으로 갈 여름별궁과 느낌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꼭대기에 푸르스름한 돔이 있었고 그 아래로 하얀 궁전이 보였다. 겨울 궁전이라는 말을 듣고 보니 괜히 차가워 보였다.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궁전 내부와 여러가지 전시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종일 걷느라 너무 힘들었고 해질 무렵이니 곧 왕궁 내부도 문을 닫을 것이 아닌가? 사실 모든 것은 핑계일뿐, 그냥 이곳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그러니 외관만 스윽 둘러보고 가기로 하고 호프부르크 왕궁과 스치듯 안녕했다.



호프부르크 궁전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핸드폰으로 '콴도'라는 빈 교통 안내 어플을 켜서 빈 서역 (Westbahnhof)을 종착지로 찍었다. 슈테판플라자(Stephanplatz)에서 환승하라길래 갈아탔건만 알고보니 내가 처음 탔던 지하철 노선 U3을 따라 쭉 타고 갔었으면 그대로 빈서역까지 가더라. 나는 완전 뻘짓을 한것이다.

이 날 이후로 어플을 쓰지 않고 그냥 역사에 붙어있는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갔다. 어쩌피 주로 내리는 역은 빈서역이나 슈테판플라자(Stephanplatz), 칼플라자(karlplatz) 등 정해진 곳들이라 찾기 쉬웠다. 서울의 복잡한 지하철 노선과 비교하면 껌이지 뭐.



해가 저물고 있었다. 하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얼룩덜룩한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빈 서역에 내렸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DM이 문을 닫았더라. 다행스럽게도 다른 마트 하나가 영업하고 있었다.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마트 안으로 들어가 물이랑 다음날 아침에 먹을 샐러드, 오렌지 쥬스를 하나씩 샀다. 그리고 당장 저녁 식사로 먹을 누들도 사왔다.



기대를 품고 먹은 누들은 어마무시하게 짰다. 왜 이렇게 짠걸까? 그래도 아시아의 기운이 느껴지는 맛이 반가웠다. 고향의 맛이 그리웠던 밤, 김치찌개가 간절했던 밤이었다. 따끈한 김치찌개에 흰 밥, 그리고 계란 후라이만 하나 있으면 진수성찬일 것 같았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사방이 하얗게 칠해져 있었고 눈앞에는 십자가가 떡하니 걸려 있었다. 혼자 이 하얀 곳에 누워있으려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왠지 모르게 정신병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그런데 침대는 아주 폭신했고 이불 속은 따뜻하며 와이파이도 어마무시하게 잘 터졌다. 동영상이 끊기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잘 재생되는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참 흡족한 숙소였다.

혼자 잠에 들기 전에 생각이 많아진다. 오늘 하루 지나간 여행을 떠올리다가 문득 고민에 빠졌다.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뭘 버릴까 계속 고민하며 스르륵 잠에 들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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