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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y 01. 2018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 궁전


쿤스트 하우스 밑에 있던 식당에서 배를 채우고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던 알록달록한 벽화가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듯한 구름 꽉 낀 꾸리꾸리한 날씨였다. 벨베데레 궁전에 도착해서 '상궁'만 볼 수 있는 티켓을 샀다. 티켓은 14유로!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할인이 가능했으나 따로 챙겨가지를 않아서 정가를 주고 샀다.



벨베데레 궁전은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궁에는 클림트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인기가 많다. 하궁은 기획 전시가 이뤄지는 곳으로 매번 주제가 바뀐다고 들었다.

여기까지 어렵게 왔으니 상궁, 하궁 통합 티켓을 구입해 모두 둘러봐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지쳐있었다.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리며 과감히 하궁은 생략해버렸다. 보고 싶었던 클림트의 작품들이 있는 상궁만 둘러보기로 했다.



궁전 내부에 전시되어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몇몇 공간들만 촬영이 가능했다. 멀리서 찾아온 관광객 입장으로는 나중에 꺼내볼 추억 사진들을 품고 가고 싶은데 그렇질 못하니 아쉬웠다. 소중한 작품들을 오래 잘 보관하기 위해 그런 것이겠지? 덕분에 기념품 샵에서 클림트 작품이 담긴 엽서들을 잔뜩 사왔다.



천장에 그려져 있는 그림과 샹들리에가 화려했다. 독일 님펜부르크 궁전에서 보았던 천장화가 생각났다. 벨베데레 궁전은 빈의 어느 공작이 여름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님펜부르크 궁전도 여름별궁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궁전 자체만 놓고 보면 느낌이 비슷했다. 이 당시 귀족, 왕족들은 정말 화려하게 살았구나 싶었다.

공작이 죽고나서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리아 테레지아가 이 궁전을 구입했다. 그녀는 궁전에 벨베데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벨베데레(Belvedere)는 이탈리아어로 풍경이 좋다는 의미이다. 이후 궁전은 왕가의 전시장으로 사용되었다.



커다란 홀에 분홍색의 잘잘한 무엇인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독일어를 모르니 뭘 나타낸 작품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눈에는 그저 기괴하게 보일 뿐이었다. 고전적인 바로크 양식의 궁전과 별로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냥 끈적한 액체를 실수로 쏟아서 얼른 닦아야만 하는 기분이랄까?



궁전 안으로 들어와 창문 너머를 바라보면 넓게 펼쳐진 정원을 볼 수 있다. 궁전으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정원인데 위에서 보니 색달랐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제서야 기하학적 무늬들이 보였다. 좌우 대칭을 이루며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서양은 자연을 통제해야할 대상으로 보고
동양은 조화롭게 같이 어우러져야할 대상으로 본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구석구석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곳이 없는 정원. 아름다우면서도 지나치게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모습이 부자연스러웠다.


gustav klimt, the kiss, 1908 (wikipedia)
gustav klimt, judith, 1901 (wikipedia)


상궁에서 클림트의 키스와 유디트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작품들을 직접 보게 되다니 너무 좋았다. 항상 책 속의 조그만 그림으로만 보았던 것 같다. 아니면 명화가 그려진 우산이나 컵 등 언제나 손바닥 크기를 넘어가지 않는 작은 사이즈였지.

실제로 보니 작품 크기가 생각보다 커서 놀랬다. 장대하고 반짝거리기까지하니 보는 사람을 한 눈에 휘어잡았다. 특히 클림트의 키스, 그냥 너무 아름다웠다. 아무런 설명이 필요없었다. 그림을 보니 온갖 잡생각들이 달아나 버렸다. 그림에 매혹될 뿐이다. 두 연인의 사랑과 열정이 느껴져 마음이 설렁였다.

마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그린 작품도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 지베르니에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더 눈여겨 보았었다. 안개에 휩싸인 바다 풍경을 그린 그림도 좋았었다. 이 작품이 어떤 작가의 것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서 아쉽다. 인상깊은 작품들을 다 메모해두었건만 그 수첩이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벨베데레 궁전을 뒤로하고 트램을 타러갔다. 궁전 바로 앞에 트램 정류장이 있었다. D트램을 타고 일단 숙소 쪽으로 가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오늘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동행 언니가 오늘이 레오폴드 뮤지엄(LEOPOLD MUSEUM)에 갈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난 빈에 내일까지 머무를 예정이었다. 그런데 하필 내일 레오폴드 뮤지엄 휴관일이었다. 결국 오늘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다. 미술관을 좋아하기도 하고 에곤쉴레나 코코슈가 같은 오스트리아의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고 싶었기에 발길을 돌렸다. 여유롭게 다니고 싶었는데 욕심은 끝도 없으니 몸이 고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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