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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Nov 06. 2016

타이페이에서 낮과 밤을 보내다

험블하우스 타이페이, 시먼홍러우, 용산사, 타이페이 101

타이페이 숙소로 돌아가는 길


체크인 시간 전에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맡겨두고 택시를 타고 덴 수이 러우에 들렀다. 점심을 해결하고 체크인을 하러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기사님께 브리즈 센터에 내려달라고 했었는데 호텔 바로 앞이 아니라 근처에 내려 주셔서 좀 걸었다. 덕분에 시내 구경을 좀 했다.


드론이 나타났다!
거리 공연
코끼리 장식물들
다양한 색과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코끼리 장식품들을 팔길래 하나 데려올까 하다가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마리 데려올껄 그랬다. 한국에 들고가기 번거로울 것 같아 말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 후 한국에 돌아와 장식품을 보며 지난 여행을 추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실 타이페이에서 폭풍쇼핑을 했던지라 추억거리들은 충분히 많았다. 그래도 지나고 보니 아쉽다. 매번 여행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사야한다. 다시는 그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민트색의 기이한 모양의 철골물이 인상적이었다.

잿빛 칙칙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톡톡 튀는 컬러들이 좋았다. 여행을 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그저 동남아시아라 불리는 국가들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여행을 다녀왔던 캄보디아 어느 풍경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타이페이라는 도시는 참 현대적이었고 세련되었다. 모든 면에서 불편함이 없었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돌아와 체크인을 마치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창문 너머로 타이페이 빌딩이 한눈에 보이던 방이였다. 호텔에 딸린 야외 수영장도 보였는데, 이 수영장 때문에 호텔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어두운 밤 타이페이 101 빌딩 야경을 보며 수영을 하면 환상적일 것 같다. 시내를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왔을 때 시간이 늦어서 수영장을 이용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날 아침 날씨가 참 좋았던 날 숙소에서 보이던 타이페이 101 빌딩과 호텔 수영장
귀여운 잔, 커피머신도 비치되어 있다
창너머 밖 풍경을 보며 반신욕도 할 수 있다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탔었고 정신없이 이동하다가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안으로 들어오니 잠이 쏟아졌다. 타이페이에서 단 하루만 머무르는지라 둘러 보려면 발빠르게 움직여야했다. 하지만 침대에 몸을 기대니 노곤노곤 눈이 감기고 결국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낮잠을 자는 바람에 타이페이를 다양하게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언제 이 낯선 땅에서 낮잠을 자보겠느냐! 그런 심정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쿨쿨 잠을 잤다.



낮잠을 자고 난 뒤 몸을 가볍게 하고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숙소를 나섰다. 타이페이에서 보낸 첫날은 날씨가 꾸리꾸리했다. 하늘에 구름이 꽉 끼여 있었고 햇살이 비치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숙소에서 나와 타이페이 시청역까지 걸어갔다.

먼저 시먼홍러우(서면홍루)에 가보기로 했다. 주말에는 프리마켓이 열린다고 해서 기대를 품고 길을 나섰다. 시청역은 숙소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걸어가기에 부담이 없었다.



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이지카드를 사는 것이었다. 100 대만달러를 내면 카드를 구입할 수 있고 우리나라 교통카드처럼 충전해서 쓰면 된다.

예전에는 카드를 돌려주면 100 대만달러를 환급받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카드를 돌려준다 해서 돈을 받지는 못한다고 했다. 카드를 구입하고 우선 100 대만달러를 충전했다.


이지카드
지하철 탑승구
타이페이 시청역


타이페이 시청역에서 지하철에 올라타 시먼역으로 향했다. 시먼역 부근은 우리나라의 명동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이라 들었다. 개인적으로 복잡하고 프랜차이즈 일색인 것 같은 명동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시먼역 부근에 가야 시먼홍러우를 볼 수 있다고 하여 길을 나섰다.


85도씨 카페로 가는 길


이곳은 85도씨 카페의 소금커피로도 유명했다. 순전한 호기심 때문에 가보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꽤 많았다.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일까, 소금커피의 맛은 그냥 그랬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런 맛. 신기해서 한 번 쯤은 먹어볼만 했으나 다시 또 사 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소금커피보다 뒤에 쭈그러져 있는 피카츄가 너무 웃겨서 찍었다는...


소금커피를 파는 카페가 시먼홍러우 근처라서 먼저 커피를 사들고 시먼홍러우를 찾아갔다.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곳에 가니 시먼홍러우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린 타이페이 거리.

'서면홍루'라고 적힌 붉은 한자가 밝게 빛났다. 대만 최초의 극장이라고 하는데 빨간 벽돌로 이루어져 있어서 홍루라 불린다 한다. 그 주위로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어서 흰 천막들이 가득했다.

프리마켓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려 활기가 넘쳤다.


시먼홍러우(서면홍루)


흰 천막 아래로 다양한 좌판들이 펼쳐져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가지 디자인 소품들을 팔고 있었다. 홍대나 신촌, 삼청동 길들을 다니다 마주치던 프리마켓들과 비슷했다.


젊은 청년이 직접 만든 가죽 장신구들을 팔고 있었다


여기 저기 좌판들을 기웃거리다가 마주하게 된 가죽 소품 가게. 가죽으로 꽃 모양의 브로치나 목걸이를 만들어 팔고 계셨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든거라서 모양이나 색이 각기 달랐다.


뭔가 특별해 보이고 그리고 이쁘기도 하여 이 곳에서 가죽 머리끈을 하나 구입했다. 젊은 청년이 이렇게 자신이 창작한 공예품들을 파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평소에 이런 창작활동을 업으로 삼는 것을 꿈꿔왔다. 새로운 것들을 창조해내고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직업을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해서 이 청년이 부러웠나보다.



시먼홍러우 안에 들어가니 더 다양한 공방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제하느라 힘들었다.



공방들을 구경하다가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만나게 되었다. 너무 귀여워서 어떤 물건을 살까 고르고 고르다가 티셔츠 하나를 사왔다. 2층 위 난간에 기대어 밑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즐거워졌다. 시먼홍러우를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촤르륵 깔려 있었다.



시먼홍러우를 나와 어두워진 거리를 걸었다. 근처에 식당들이 꽤 많았는데 야외 테이블이 가득해서 흥겨운 분위기를 즐기면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식당 근처를 지나가기만 해도 호객 행위가 엄청니서 어디든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제발 가만히 좀 두면 좋을텐데, 배도 그렇게 고프지 않아서 좀 더 돌아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렇게 타이페이 골목골목을 탐방하듯이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국어가 적힌 간판을 발견했다. 할인마트 도매소매라고 또렷히 적혀있는 붉은 간판을 보니 괜히 신나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가게 안은 한국 음식들로 가득했다. 우리는 컵라면을 하나만 챙겨 왔던터라 이곳에서 컵라면을 여러개 더 샀다. 앞으로 두고두고 저녁 때마다 먹을 심산이었다. 실제로 날마다 밤에 후루룩 먹었던 컵라면의 맛은 최고였다. 아무리 대만 음식들이 맛있었다 한들, 결국에는 라면이 생각이 나는 것은 도대체 왜 때문이었을까?



시먼 거리를 걷다보니 정말 명동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명동 거리에서 흔히 보던 옷가게나 스포츠 매장들이 즐비했고, 건물 구조나 길거리 모양새도 비슷했다. 사람이 많라 굉장히 어수선했고 도시 불빛 때문에 어둠이 내렸음에도 훤했다.


시먼홍러우를 둘러 보고 시먼의 밤거리도 걷다가, 용산사의 야경을 보러 다시 시먼역으로 갔다. 지하철을 타고 용산사역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어두 컴컴 훵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더 걸으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셨는데 갑자기 탑골공원이 생각났다. 구글 지도를 켜고 용산사를 찾아갔다. 점점 사람들이 북적였다.



어두운 밤 용산사는 금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큰 절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누군가가 용산사 들어서는 문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초를 3개씩 나누어 주었다. 우리도 초를 받아 들고 용산사 안으로 들어왔다.



초를 꽂아놓은 자리는 하얀 연기 때문에 뿌옇게 보였다. 이 초들을 피우는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조용히 초를 피우고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기도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초를 피워 보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소망을 되내어 보았다. 소원이 이루어질까?



용산사는 보통의 절과는 다르게 불교, 유교, 도교가 뒤섞인 절이라고 한다. 부처만 모시는 곳이 아니라 여러 신들을 모시는 곳이니 분위기나 절의 모습이 보통 절들과는 달랐던 것 같다. 용산사 야경을 돌아보고 근처 야시장을 구경하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별다르게 구경할 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타이페이 101 빌딩 야경을 보기 위해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어둠이 내린 타이페이, 하늘에는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타이페이를 떠올리면 생각 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우리는 멀리서 빌딩 야경을 바라보고 돌아섰다. 전망대 위로 가서 타이페이 시내 전경을 볼 수도 있었지만 위로 가보지는 않았다. 시간도 많이 늦었고 일단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에서 저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정처 없이 길을 걷다가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갔다.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푹푹 찌는 더위가 엄습했다. 혹시나 해서 가져간 휴대용 미니 선풍기가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맥주와 망고스무디, 봉골레 파스타와 닭꼬치를 시켰다. 정말 슬프게도 맛은 그냥 그랬다. 배가 고팠는데도 맛이 그저 그랬으니 정말 맛이 없었나 보다.



'그래, 맛 없는 것도 추억이다' 우리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주문한 음식들을 다 먹지도 못한채 숙소로 향했다. 타이페이 101 빌딩과 숙소가 그리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구글 지도를 잘못 봤는지 우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되돌아 가야하는 바람에 엄청나게 더 걸었다. 다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그냥 택시를 탈 걸 사서 고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로 돌아왔다.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인지 맛없는 저녁을 먹고 와서 그런 것인지 우리는 다시 출출해졌다. 점심에 먹다가 남아 싸가지고 온 만두와 새우 볶음밥을 먹었다. 거기에 한국에서 가져온 컵라면을 더했다. 그리고 호텔 냉장고 안에 있던 맥주와 쥬스를 꺼내 마셨다. 나름 진수성찬이었다. 식당에서 사 먹었던 저녁 식사 보다 훨씬 더 맛나게 먹었다. 뜨거운 물로 개운하게 씻고 마지막은 시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산 마스크 팩으로 마무리했다.




얼마나 총총 돌아다녔는지 피곤이 몰려왔다. 티비를 켜놓으니 어떤 영국인 아저씨가 요리하는 TV 프로그램이 연속해서 나왔다. 은근 재밌어서 계속 보다가 스르륵 잠들었다. 타이페이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밤. 우리는 다음 날은 지우펀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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