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A Aug 23. 2018

프랑스 파리 샤이요궁에서 바라본 에펠탑

해질녘부터 늦은밤까지 에펠탑을 바라보며

파리에 도착한 첫 날. 숙소에서 그냥 멍하기 있기는 아쉬워서 구글맵을 켜고 혼자 에펠탑을 향해 설렁설렁 걸었다.



보통 프랑스를 떠올리면 에펠탑이 가장 먼저 생각나곤 했다. 동네 카페나 빵집에 가보면 뭔가 옛날 느낌나는 촌티나는 벽지 한구석에 에펠탑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텔레비전과 영화, 잡지 등등 어디서든 수없이 에펠탑을 봐왔다.



그랬던 에펠탑을 마침내 보게 되었다. 에펠탑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그 순간을 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걸었다.


파리는 어딜가나 관광객들이 많은 편이었지만 내가 걸었던 센느강 근처의 둑길은 한적하고 고요했다. 해가 질 무렵이라서 하늘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붓에 주황 물감을 뭍히고 물을 잔뜩 먹여 스윽 파란 종이에 칠한다면 지금 하늘의 모습일까? 나른한 오후 해질녘 하늘은 언제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온세상 풍경이 포근하고 따뜻해서 혼자여도 괜찮았다.



걷다보니 언뜻 에펠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란 철골이 하늘 높이 솟아있었다. 상상하던 삼각뿔 모양의 에펠탑을 얼른 보고 싶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코 앞으로 다가온 에펠탑. 두근두근.



드디어 에펠탑을 만났다. 유럽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에펠탑은 당연히 보러가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은연 중에 에펠탑을 유럽여행의 랜드마크로 생각했던가? 



난 멈추지 않고 샤이요궁 쪽으로 계속 걸어갔다. 샤이요궁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이 무척 아름답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었다. 샤이요궁 난간에 서서 에펠탑을 바라보는데 비현실적이게 아름다웠다. 노을지는 하늘 아래 에펠탑이 서있었고 그 아래로 물이 뿜어져나오는 분수대가 줄지어 있었다.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들이 없어 에펠탑이 도드라져 보였다. 샤이요궁 난간에 서서 어둠이 내릴 때까지 기다렸다. 어느새 해는 땅 속으로 숨어버리고 컴컴해질 무렵 에펠탑에 불이 들어왔다.



나는 혼자인데 주위는 온통 커플들이었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그리 즐겁게 하는지 웃음 가득이더라. 아마도 사랑을 속삭이는 것일테지. 홀로 에펠탑을 바라보는 내가 왠지 서글펐다.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샤이요궁 난간에 걸터앉아 와인 한잔씩 마시머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지?



세상이 어둠 속에 잠길 수록 에펠탑은 더욱 더 빛났다. 반짝반짝 노랗게 자신을 밝히는 에펠탑. 환상적이었다. 풍경에 압도되니 외로움도 가셨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았다. 저 철골덩어리가 뭐라고 이렇게 사람 맘을 휘저어 놓는 것일까?



이 날 뉘른베르크에서 동행했던 오빠가 마침 파리라고해서 에펠탑에서 만났다. 여행이 어땠었는지 잠깐 이야기하다가 정각마다 한다는 반짝이 쇼를 보았다. 난 처음보는 것이라서 신기해서 입을 벌리고 보았으나 동행 오빠는 반짝이 쇼를 질리도록 봐서 이제 별 감흥이 없다고 하더라.


난 에펠탑을 매일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이 어두운 밤에 반짝반짝 빛나는 것들은 뭐든 아름답지 않을까? 일기장을 꺼내 한쪽 면에 열심히 에펠탑을 그렸다. 나중에 들춰보면 이 때 이 느낌이 생각날거야 혼자 중얼거리면서. 혼자 여행 다니면 마땅히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일기를 자주 쓰게 되었다. 일기를 쓰면서 내 자신과 이야기했다.



어두워 질수록 눈 앞의 풍경은 아름다워졌지만 날씨는 쌀쌀해졌다. 야경을 보려면 옷을 두텁게 챙겨입고 와야한다. 꽤 여러겹 껴입고 갔었는데 추웠다. 시간이 꽤 늦어져서 이만 숙소에 돌아가기로했다. 동행 오빠도 마침 나와 비슷한 위치의 숙소에 묵고 있어 겹치는 지점까지 같이 갔다.



불빛이 아른거리는 강물을 보니 고흐의 어느 그림이 떠올랐다. 아를의 밤풍경을 그린 그림인데 고흐가 어떤 장면을 보고 그렸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런 풍경을 보면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겠어. 센느강을 보며 이제 곧 찾아갈 아를을 상상해봤다. 아를의 밤도 이런 모습일까?



에펠탑을 실컷 보고난 뒤에야 파리가 왜 낭만의 도시라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낭만에 취해 몽롱하도 붕뜬 기분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이 찡하기도 했던 날이다. 혼자여서 그랬을까?


나중에 다시 이곳을 찾을 때면 혼자가 아닌 둘이었음 좋겠다. 그 때의 내가 이 날의 나를 떠올릴때면 어떤 기분일까? 25살에 떠났던 첫 유럽 배냥여행, 용기와 두려움, 두근거림과 걱정, 젊음, 무모함, 낭만... 모든 것들이 다 그리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스트리아 빈에서 프랑스 파리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