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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ug 27. 2018

파리 몽마르뜨와 사크레 쾨르 대성당

파리에서의 둘쨋날. 내가 묵었던 한인민박 좁은 방에는 이층침대가 2개 있었다. 방안에 억지로 구겨 넣은 것 같았던 침대. 이층침대간 공간은 내 두 발 디딜정도 되었을까? 캐리어 하나 펼쳐보기도 힘들었다. 그 좁은 방 안에서 넷이 잠을 잤다.


엄청 불편했지만 아침밥이 만족스러워서 괜찮았다. 이 날 메뉴는 계란말이와 무채 그리고 알 수 없는 요상한 국, 쌀밥이었다. 맛있게 밥 한그릇 뚝딱하니 민박집 이모께서 후식으로 청포도를 주셨다. 푸근한 정이 느껴지던 곳이었다. 청포도까지 야무지게 먹고 숙소를 나섰다.



이 날 내가 정해둔 첫 행선지는 몽마르뜨 언덕. 유럽여행 오기 전 이곳저곳을 검색하다보니 파리 치안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게 되었다. 특히 몽마르뜨 언덕은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난 곳이었다.


혼자가려하니 왠지 불안해서 이 날 만큼은 동행을 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카페를 들라날락 거리다보니 마침 이 날 몽마르뜨 언덕에 가려는 사람이 있어 동행을 하게 되었다. 나보다 몇살 더 많은 오빠였다. 동행오빠와는 몽마르뜨 언덕 근처 Anvers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민박집 근처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Anvers역까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 역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한참동안 지하철 내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헥헥거리며 출구로 나오니 동행 오빠가 먼저 와있었다.


처음보는 사이였지만 먼 타국 땅에서는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아는 사람을 만난 양 반가웠다. 우리는 푸니쿨라 옆쪽에 나있는계단을 이용해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랬던 것일까? 소문 무성하던 팔찌를 강제로 채우는 흑인들은 볼 수 없었다.



몽마르뜨 언덕에 도착. 파리 시내가 쫘악 눈앞에 펼쳐졌다. 역시 높은 곳에 올라서 보는 풍경은 항상 멋있구나. 멀리 내가 가고싶었던 몽파르나스 타워도 보였다.



몽마르뜨 언덕에 오르면 멋진 파리 전망보다도 커다랗고 하얀 건축물에 더 눈이 간다. 몽마르트 언덕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Basilica of the Sacred Heart of Christ, 성심 대성당)이다.


내가 여태 봐왔던 유럽 교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뾰족하게 높이 솟은 첨탑보다는 하얗고 둥그런 돔이 인상적인 교회였다. 비잔틴 양의 이 교회는 1910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나름 최근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교회 앞 계단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는 한 커플을 보았다. 하얀 웨딩드레스가 아름다웠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기에 힘들 것 같았는데 두 얼굴은 시종일관 미소띄고 있었다. 이렇게 먼 이국땅에 와서 웨딩촬영을 하는 용기가 대단했다. 고생한만큼 특별한 추억이 되겠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이곳에서 좋은 추억을 담고 가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했다. 동행오빠도 커플이 눈에 띄었나 보더라.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을 보며 왠지 마음 한켠이 찡했다고 하더군.



웨딩 촬영하는 커플을 뒤로하고 파리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아랫편으로 내려가보기로 했다. 자잘한 계단들을 따라서 아래로 걸었다.



밑에는 아마도 분수대가 있나보다. 더 내려가진 않았지만 난간 아래를 바라보니 일렁이는 물이 보였다. 난간 위에는 비둘기 한마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무가 계단 주위에 좀 있었다면 그늘을 만들어 주어 덜 더웠을텐데! 이글이글 내리쬐는 태양 밑에 서있으려니 힘들었다. 9월인데도 한여름 같이 더웠다. 습하지 않아서 그나마 괜찮았는데 햇살이 따가워서 문제였다.



이제 사크레 쾨르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까이서 보니 더 웅장하게 느껴졌다. 새하얀 대리석은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 깨끗하고 맑게 보였다.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만들어진 시기는 상처로 가득했던 때였다. 1870년 프랑스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항복을 선언했다. 뒤이어 파리 코뮌(Paris Commune)과 정부군의 대립으로 같은 민족간 엄청난 학살이 벌어졌다. 피로 물든 시절 속죄와 치유를 목적으로 민중들의 기부를 통해 교회가 만들어졌다.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스테인드 글라스였다. 높은 천장에 색색의 유리조각들로 만들어진 스테인드 글라스. 마침 이 날 햇살이 강렬하게 내리쬐어 스테인드 글라스에서 화사한 빛이 번뜩였다. 교회 벽면에는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무려 40년이 걸렸다는 사크레 쾨르 대성당. 게다가 그 비용은 모두 민중들의 기부로 이루어졌다고 하니 더 놀랍다. 우리나라도 근현대사를 살펴보면 비극적인 민족간 학살이 이뤄졌었다. 아직까지도 규명되지 않은 진실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들었다. 비슷한 상처를 가졌다고 생각하니 프랑스라는 나라가 왠지 모르게 더 가깝고 애잔하게 느껴졌다.



사크레 쾨르 대성당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강렬하게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다음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던 동행 오빠는 내가 가려는 곳으로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내가 몽마르뜨 언덕 다음 행선지로 정해둔 곳은 물랭 드 라 갈레트(Le Moulin de la Galette)였다. 위치를 구글 지도에 표시해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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