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에 홍매가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다.
이른 새벽 조용할 때 가보고 싶었으나
숙소 아주머니와 수다 떠느라 출발이 늦었다.
화엄사 가는 길
멀리 하얗게 핀 매화가 보인다.
길가에 나무들은 모두 벚나무인데
송글송글 봉오리가 맺혔다.
아마도 3월 말에서 4월 초면
이곳은 벚꽃 천지일 듯 싶다.
매년 벚꽃철이 도래할 때마다
이곳은 축제의 현장으로 변한다고 한다.
화엄사 입구에 들어섰다.
좌우로 색색의 등들이 걸려있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던가?
고작 한 번 와봤다고 모든 장면들이 익숙하더라.
천년고찰 화엄사는
신라 경덕왕 때 연기조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임진왜란 때 전각들이 불 타 버렸으나
인조 때 재건이 시작되었으며 그 후로도 보수는 계속되었다.
5층 석탑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활짝 핀 홍매를 만나게 된다.
평일이라서 한산할 줄 알았는데
홍매를 보러온 사람들로 한껏 북적였다.
사실 사람들의 관심은 절보다는 꽃인 듯 했다.
물론 나도 그러했지만 말이다.
지장전을 보수 중이라
붉은 가림막이 크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래도 홍매는 보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두 눈 한가득 붉은 매화가 담겼다.
홍매 뒤로 새파란 하늘과
봄 기운 가득 담은 푸른 지리산이 보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들은 가지로 앙상했는데
이제 초록 이파리들로 무성하다.
아름답다.
이래서 많은 이들이 화엄사 홍매를 보러 오는구나!
사진에 열정이 넘치는 이들은
새벽부터 홍매를 찍으러 이곳에 달려온다고 한다.
이 홍매는 조선시대 숙종 1703년
각황전과 원통전을 중건하며 기념삼아 심겨졌다.
지금은 2019년이니 나무의 나이는 300년을 훌쩍 넘었다.
300년,
내 눈앞에 서있는 이 나무는 나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았다.
얼마나 오랜 세월 이곳을 지키고 있었던 것인지
그 시간을 감히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았을까?
그 옛날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으려나?
그리고 각황전 앞 오래된 석등 하나.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각황전으로 오르는 계단,
한계단 한계단씩 차근차근 오르다보면
갑자기 머리 위로 석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빛바랜 나무들로 빽빽한 각황전도 보인다.
계단 위에는 그림처럼 석등이 서있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이 석등은
최근에 만들어진 것처럼 온전하고 완벽해보였다.
홍매와 석등과 더불어 기억에 남는 것 하나
바로 소나무이다.
기이한 수형으로 너른 마당 위에 떡하니 혼자 서있다.
그리고 화엄사 입구 쪽에는
연분홍 매화가 피어있었다.
홍매가 워낙 독보적이어서 그렇지
연분홍 매화도 참 이뻤다.
연분홍 매화는 스님들이 눈도장 찍고 계셨다.
스님들도 매화를 즐기러 이곳에 오셨나보다.
휴대폰에 활짝 핀 매화를 담고 계셨다.
모두가 즐거운 꽃놀이
꽃을 보면 왜 이리 행복해지는 것일까?
남녀노소 연령불문
다들 활짝핀 홍매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 아름다움에 스르르 녹아버린다.
화엄사를 뒤로하고 나오는 길
도로 가장자리로 색색깔의 등들이 달려있었다.
마치 잘 가라는 듯 우리에게 인사하는 것 같았다.
다시 올 날을 고대하며 화엄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