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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Nov 14. 2019

가을의 길목 담양에서

1박 2일 담양에서 보낸 가을

가을 단풍을 구경하고 싶어 내장산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내장산 근처에는 모두 다 팔렸는지 머물 숙소가 없어 근처 담양에 숙소를 잡았다. 우리는 대구에서 늦은 아침에 출발했다. 우선 담양에 하루 머물고 다음날 일찍 내장산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 지도 앱을 켜고 이리저리 식당들을 검색하다가 가게된 곳, 솔내음이라는 곳이다. 평이 별로 없어서 긴가민가하며 갔는데 와우, 식당안에 손님들이 어찌나 많던지 안쪽 좌석까지 꽉 차있었다. 정말 찰떡같이 잘 찾아왔다 싶었다. 우리는 수제 도토리묵과 참게빠가탕을 시켰다.



도토리묵이야 산 밑에서 파는 것이면 항상 쌉싸래한 맛이 좋았고 늘상 먹어본 맛이어서 놀랍지는 않았다. 참게빠가탕이 나에게는 독특하고 놀라운 음식이었다. 근처에 담양호가 있어 주변에서 민물고기 음식을 많이 팔았다. 참게와 빠가사리를 넣고 끓인 탕인데 국물이 끝내줬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가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텁텁함도 없고 비린맛도 없어서 민물고기 초보인 나에게도 잘 맞았다.



다 먹고 커피 자판기에서 믹스 커피를 뽑아들고 나왔다. 마당에 있는 너른 벤치에 앉아 멀리 산을 바라보며 따뜻한 커피를 홀짝였다. 공기는 차가워 신선하게 느껴졌고 햇살은 따스해 바깥에 앉아있기 딱 좋은 날씨였다. 눈앞으로 보이는 산세가 아주 멋드러졌다.



맛있게 식사를 마치고 미리 잡아둔 펜션에 들어왔다. 급하게 하루 전 예약한 숙소였는데 너무 좋았다. 아이보리빛 벽과 아치 위로 주황색 벽돌 지붕이 덮힌 집들이 서있었다. 근처에 푸른 바다만 있다면 지중해처럼 느껴졌을 것 같았다.



높은 층고의 집, 갈색 타일 바닥, 꽃이 피어난 커튼과 짙은 체리색 가구들. 검은 철제 계단을 타고 올라 2층으로 가니 새하얀 침대가 있었다. 그리고 화장대 옆 문을 여니 테라스 위에 제트스파가 놓여 있었다.



숙소를 돌아본 뒤 근처 카페도 들리고 바베큐용 장도 볼 겸 밖으로 나섰다. 마당에는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가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냥이인데 사람을 아주 좋아해서 조금만 눈길을 줘도 곧장 달려들었다.



요새 자꾸 느끼는건데
정말 나만 빼고 다 고양이 있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나도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 몇번을 생각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 내가 한 생명체를 온전히 돌봐주기에는 자신이 없다고나할까?



담양의 까망감이라는 카페. 빨간 벽돌 집, 나무 문, 곳곳에 드리워진 하얀 천이 기억에 남는 곳. 내부는 마감이 안되어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는 인테리어였다. 요새 이런 카 페들이 엄청 유행인가보다. 난 깔끔하게 마감이 되어있는 쪽이 더 좋지만 말이다. 유리 통창으로 시원하게 보이는 바깥 풍경이 좋았다.



마당에 서있는 감나무에는 선명한 주홍빛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누가 플라스틱 모형을 걸어 놓은 것마냥 감들은 반질반질하고 동그랬다.



이 카페가 인기가 많은 이유는 마당에 있는 피크닉 셋트 때문이었다. 피크닉 세트 위에서 차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알바생인지 주인분인지 오셔서 이곳은 포토존이라 사진만 찍고 나와야한다고 하더라. 포토존인 줄도 모르고 바보 같이 여기 앉아서 먹고 있었으니 민망스러워 얼른 일어났다. 생각과는 달랐던 곳이라 아쉬웠지만 잠깐 피크닉 기분을 냈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일어섰다. 집 앞 공원에서 이렇게 피크닉을 해볼까나?



카페 옆에는 감나무 밭이 있었다. 여기도 가지마다 감들이 대롱대롱 그림처럼 매달려 있었다. 감나무 밭 입구에는 커다란 밤나무도 한 그루 있었는데 발 밑에 밤송이들이 한가득 떨어져 있었다. 흩어진 고슴도치 같은 밤송이들과 작은 밤알들을 보니 가을이 물씬 느껴졌다.

우리는 카페를 나서서 하나로 마트에 들렀다. 5시였던가 6시였던가 영업시간이 종료된다길래 서둘러 향했다. 삼겹살을 살려다가 고기가 다 떨어져 소고기를 사게 되었다. 그리고 표고버섯과 귤, 맥주, 햇반 등등 같이 곁들여 먹을 것들도 잔뜩 샀다.



숙소에 돌아오니 어둑어둑해진 하늘에 노을이 짙게 서려 있었다. 하늘 위로 손톱으로 찍어낸 듯한 달도 보였다.



배가 덜 고파서 조금 있다가 바베큐를 해먹기로 하고 먼저 옥상 스파 뜨거운 물에 몸을 좀 담궜다. 귤을 까먹으며 맥주 한 잔을 곁들이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공기는 차갑고 몸은 뜨거우니 내일 아침까지 스파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내라면 덥고 숨이 턱 막혀 그만두었을텐데 실외라서 뜨거워도 개운했다. 멀리 온천을 하러 온 것 같기도 했고.



숯불이 타오르고 등심과 버섯을 구워 먹었다. 점심 때 식당에서 먹다 남은 도토리묵을 챙겨와서 아주 야무지게 같이 먹었다. 이 날 들고온 와인(아마도 쉬라)은 고기와 아주 잘 어울려서 한병을 꼴까닥 했다지. 아크릴인지 비닐인지로 벽이 덮혀 있어 외풍이 들지 않아 춥지 않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기온에 밖에 나와 고기를 구워먹으니 얼마나 좋던지 모른다. 이 맛에 펜션에 놀러오는 것일까?



바베큐장 밖 밤하늘에는 달이 떠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달과 조명을 받은 이 밤을 아름답게 해주었다. 여름날 수영장에는 물이 차있을테고 그 풍경도 정말 멋있을 것이다. 내년 여름에 다시 이곳에 찾아와야지 생각했다.

고기를 잔뜩 먹고난 뒤 옥수수까지 구워 먹었다. 마지막으로 스파를 한 번 더 하고 잠들었다. 뭐 별다른 걸 하지 않았어도 우린 무척 즐거웠고 주중에 지친 심신을 푹 달랬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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