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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Jul 30. 2020

여름 날, 수국꽃으로 가득한 고성 만화방초



여름, 드디어 수국의 계절이 왔다.

수국이 가득 피었다는 소식을 듣고 비가 흩뿌리던 날 고성에 있는 '만화방초'라는 곳을 찾아갔다.
주차를 하고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 만화방초 안으로 들어섰다.
푸르른 나무들과 잔디, 색색의 다양한 꽃들이 펼쳐졌다.





촉촉히 내려 앉은 빗방울들은 꽃들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나가는 길목 마다 묘한 빛깔의 수국 꽃들이 가득 피어있었다.
왕방울 만한 수국 꽃잎이 내 옷깃을 스칠 때면 빗방울들이 데구르르- 땅 밑으로 흘러 내렸다.





비가 오늘 하늘은 구름으로 꽉 차있었다.
푸르른 하늘 아래 밝은 햇살이 들이치는 그런 경쾌한 여름날이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비 오는 날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코 끝을 찌르는 촉촉히 젖은 흙과 풀 냄새,
비 오는 날이면 느껴지는 무르익은 땅 냄새가 참 좋았다.





내 키보다 큰 수국 나무들이 좁은 흙 길 양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커다란 수국 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나무들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서는 듯 신비롭게 느껴졌다.

비가 내려서 그런지 흙 길의 움푹 파인 곳마다 물이 고여 질퍽거렸다.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샌들 속으로 파고드는 진흙탕물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섰다.





축축한 샌들을 신은 채로 언덕 위 높은 곳으로 걸어 올라갔다.
숨 좀 돌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니 풍경이 아주 근사했다.
넓게 펼쳐진 수국 꽃밭과 멀리 푸른 논과 집들이 보였다.

그리고 우뚝 솟아 올라 있는 편백 나무 한 그루.
곧게 뻗은 나무와 풍성한 잎들, 수형이 무척 아름다웠다.
어릴 때 누군가 나에게 나무를 그려보라고 했다면 아마도 저 편백 나무 모습 그대로 그렸을 것 같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적인 나무 모양이었다.

언덕 위에서 숨을 고르고 열심히 꽃과 나무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는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을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만화방초를 나와 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을 찾아갔다.
일미가든이라는 곳이었는데 양념 돼지 갈비와 이북식 물냉면을 파는 식당이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밖에서 연탄불에 돼지 갈비를 열심히 구워 먹었다.

그리고 시원한 물냉면!
이렇게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와중에 물냉면을 들이키니 여름 무더위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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