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여행 올 때마다 종종 들리는 카페 무우루. 구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유명한 사찰인 사성암 근처에 있는 한옥 카페이다.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멋드러진 한옥 건물 앞 정원이 아름다워서, 그리고 무엇보다 케익이 맛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항상 많아서 한옥 안 실내에 자리 잡으려면 꽤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았다.
여름이라 정원이 푸릇푸릇했다. 이름 모를 나무와 풀들이 위세를 뽐내고 있어서 그런가보다. 높은 온도와 습도, 여름철이면 무지막지하게 자라는 풀들은 베어내고 또 베어내도 끝이 없다고 한다. 담벼락 근처에는 풍성한 수국 나무가 있었다. 포도송이처럼 수국꽃들이 주렁주렁 피어나 있었다. 그리고 주홍빛 나리, 떼를 지어 모여 피어있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푸르른 여름날의 풍경을 보며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내가 주문한 커피는 예가체프 핸드드립이었다. 시큼하면서도 고소하고 쌉싸래한 맛이 케익과 잘 어울려서 좋았다. 꽃밭에는 조그만 나비들이 날아 다녔다. 그리고 가끔씩 우리 앞으로 고양이들이 지나다녔다. 사무실 책상에만 앉아있던 평소에는 보기 힘들었던 여름날의 모습들이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천개의 향나무 숲. 구례에 그렇게 많이 놀러 왔었음에도 전혀 몰랐던 곳인데 이번에 머물렀던 숙소 호스트가 이곳을 추천을 해줘서 들르게 되었다. 근처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입장료 개념으로 1인당 음료를 하나씩 주문하면 된다. 음료를 주문하면서 피크닉 셋트를 같이 대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우리는 음료와 함께 바구니와 돗자리, 여러 소품들을 대여해서 정원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사 우수수 쏟아지는 비! 비를 피하려고 오두막 같은 곳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펴 보지 못한게 아쉬워서 오두막 안에 펼쳐 두고 피크닉 기분을 내보았다.
비가 그쳤는지 하늘은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오두막 밖으로 나가서 넓은 정원을 한바퀴 돌아 보기로 했더. 우리는 향나무 사이로 난 흙길을 따라 걸었다. 이 향나무들을 보니 천개의 향나무 숲이라는 이름이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삐죽삐죽 향나무의 새파란 이파리들이 하늘로 솟아올라 있었다. 사박사박 흙길을 걸을 때 풍기는 나무 냄새가 좋았다.
향나무 숲을 지나서 구석구석 난 길들을 따라 각기 다른 컨셉의 정원들을 구경했다. 활짝 핀 수국과 배롱나무 꽃, 장미, 해바라기 등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이 넓은 정원을 가꾸려면 아주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작은 집을 구해서 조그만 마당에 나만의 정원을 가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향나무 숲과 꽃들이 가득한 이 곳을 보니 내 꿈에 대한 열망이 더 차올랐다. 요즘 계속해서 다른 삶을 생각하고 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니 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의 길들이 있었다. 곧 다가올 것 같은 미래, 지금보다 더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 아래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