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귀여운 그렇지만 향기는 아주 진한 은방울꽃. 몇년 전 은방울 꽃대가 하나 곧게 올라온 화분을 들여 왔었다. 꽃이 피니 방 안에 향기가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한 해를 보내고 죽어버려서 다음 해에는 꽃을 볼 수 없었다. 어여뻐하던 그 꽃을 주변에서 보기는 쉽지 않았다. 후에 집에 들인 은방울꽃은 예전에 데려왔었던 은방울꽃과는 좀 달랐다. 나무로 되어있고 여러해를 사는데 향기 진하지가 않았다. 어느날 은방울 꽃 화분을 하나 사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대구 수목원에 은방울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방울 꽃을 보러 별 기대없이 왔는데 튤립과 양귀비 꽃이 많이 피어 있었다. 튤립은 지금쯤이면 다 저물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화사하게 꽃잎을 매달고 있었다.
이렇게 색색깔로 피어난 튤립들은 너무 이쁘다. 햇살 아래에서 빛깔이 더 고왔다. 저 튤립 한 송이가 왜 금덩이 보다 비쌌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푸릇푸릇한 숲길을 걸었다. 온 세상이 푸릇푸릇 싱그러웠다. 마시는 공기가 참 상쾌했고 걸음 걸음마다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걸어다니며 곳곳에서 다양한 꽃들을 만났다. 봄이긴 봄인가보다. 온갖 종류의 꽃들이 다 피어나 있었다. 그런데 내가 찾는 은방울 꽃을 보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완전히 기대를 접고 수목원을 거닐었다. 정말 보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갑작스럽게 은방울 꽃을 만나게 되었다.
은방울 꽃을 발견하고서 나도 모르게 신나서 소리를 꺅 질러 버렸다. 아직 덜 여문 연두빛 방울이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그 밑으로 하얗게 피어난 종모양 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코를 가까이 들이대니 향기가 너무 좋았다. 은방울 꽃 향수가 있다면 온 몸에 뿌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은방울 꽃을 봤으니 이제 되었다 싶어서 수목원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수목원 입구 근처에서 또 은방울 꽃이 가득 피어있는 곳을 발견했다. 이렇게 코앞에 꽃을 두고서 우리는 멀리멀리 걸어가서 한참을 찾아 헤맸던 것이다.
은방울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방울방울 하얀 꽃들이 너무 예뻤다. 맘 같아서는 하나 데려가고 싶었지만 그래서는 안되니 눈으로 가득 은방울 꽃을 담았다. 언젠가 정원을 가꾸게 되면 은방울 꽃을 꼭 키워봐야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