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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May 06. 2021

남원 서도역 보랏빛 등나무꽃 필적에


철길을 따라서 걷다보면 푸른 나무 숲이 나타난다. 갓 돋아난 이파리들이 싱그러웠다. 철길 사이사이에도 푸릇한 풀들이 돋아나 있었다.
예전에는 이 철길 위로 기차가 지나다녔을까? 살랑 부는 바람을 벗삼아 설렁설렁 걸었다.



철길을 따라서 걷다보니 등나무 터널 입구에 다다랐다. 길게 늘어진 보랏빛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등나무 꽃잎들을 지나 터널 아래로 걸어 들어갔다.



등나무는 덩쿨 형태로 자라난다. 아치 모양의 하얀 지주대를 따라서 자라나서 커다란 터널 모양을 만들어 냈다. 터널 안이 등나무 이파리들로 꽉 차있었다. 멀리 터널 끝으로 보랏빛 꽃잎들이 하늘하늘 휘날렸다. 등나무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코 끝에 닿았다.



가까이 다가가서 등나무 꽃을 바라 보았다. 연보랏빛 꽃잎에 노란 동그라미 무늬가 보였다. 벌레들을 유혹하는 노란 빛깔이다. 그 아래로 짙은 보랏빛깔의 주머니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등나무 꽃이 지면 꼬투리가 생기고 그 안에 콩처럼 잘잘한 씨앗들이 여러개 맺힌다.



등나무의 꽃말은 환영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휴식처가 되어주는 등나무와 아주 잘 어울리는 꽃말이다. 아름다운 꽃을 뒤로하고 돌아서기 아쉬워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년을 기약하며 서도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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