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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pr 28. 2021

연분홍 진달래 가득 핀 비슬산 참꽃 군락지에서



봄날 드디어 비슬산에 왔다. 진달래 가득 핀 비슬산의 사진을 보고 반해서 언젠가는 꼭 한 번 와보리라 마음을 먹었던 것이 몇년 전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진달래가 냉해를 입어서 예년처럼 꽃을 많이 피우지는 못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만개한 뒤 한 주 지난 시점이라서 큰 기대 없이 비슬산을 찾았다.




평일이여서 그런지 기다림 없이 곧장 셔틀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대견사까지 가는 셔틀 버스는 20분 정도, 반딧불이 전기차는 30분이 걸린다. 걸어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버스가 굽이굽이 산을 따라 오르고 오르다가 해발 1,000m 지점을 넘어섰다. 도로 옆으로 보이는 산의 모습이 아찔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앉아 도시락을 꺼냈다. 아침형 인간인 남편이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싼 도시락이었다. 감태 주먹밥과 삶은 옥수수, 딸기, 토마토, 오이 그리고 시원한 커피까지 진수성찬이었다. 살랑 부는 바람은 시원하고 내리 쬐는 햇볕이 등에 닿아 따뜻했다. 눈앞에 멋진 산을 두고 싸온 음식들을 먹으니 꿀맛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연분홍 진달래 들판이 펼쳐졌다. 멀리서 보면 분홍빛으로 물든 것 같았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냉해 때문에 피지도 못한채 죽어버린 꽃들이 많았다. 하지만 군데군데 아름답게 피어난 진달래 꽃들이 날 기쁘게 해주었다.





연한 꽃잎들이 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렸다. 진달래 꽃에 가까이 다가가면 귓가에 벌소리가 윙윙 들려왔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는 가까운 듯 멀었다. 한참을 데크길을 따라 걸어도 산봉우리는 계속 멀리 있었다. 저 높은 산봉우리가 바로 내 눈앞에 보이다니 신기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힘들이지 않고 올 수 있다니 참 좋구나,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발걸음은 가볍고 산뜻했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햇볕은 뜨거워도 바람 덕분에 시원해서 걷기에 딱 좋았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맑은 풍경을 보며 걸으니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해발 천미터에 이런 들판이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했을까? 연두빛 여린 싹들이 올라와 진달래 옆에 비죽비죽 솟아 있었다. 조금 더 있으면 연분홍 꽃들이 다 지고 푸르른 이파리들이 뒤덮을 것이다. 여름 날에 이곳에 꼭 다시 와봐야지 생각했다. 진달래가 없어도 푸릇푸릇한 데크길을 걸으면 즐거울 것 같다.




참꽃 군락지를 나와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셔틀 버스를 타러 왔다. 곧 출발하는 셔틀 버스 표는 매진이었다. 전기차는 자리가 남아서 표를 사서 20분 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자판기에서 믹스커피를 뽑아 마셨다. 어릴 때 뽑아 먹던 믹스커피는 200원 정도 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한 잔에 500원이었다.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반딧불이 전기차는 양 옆이 뚫려 있어서 처음에는 내려가는 길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러나 바깥 풍경이 점점 익숙해져서 무서움이 사그라 들었다. 멀어지는 산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즐겁게 아래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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