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아름답게 핀 철쭉을 보러 합천 황매산을 찾았다. 사실 주말 오후에 한 번 이곳에 들렀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돌아 갔었다. 오토캠핑장 부근에 주차를 해야하는데 주차 대기만 3시간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그래서 평일 아침에 일찍 출발해서 황매산 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정상 부근이 아닌 아래쪽 은행나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철쭉 군락지를 향해 걸었다. 정상 부근 주차장은 평일인데도 정체가 심했다.
차를 세워 두고 십여분 정도를 걸으니 드디어 철쭉 군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넓은 들판 위로 철쭉이 한가득 피어나 있었다. 몽글몽글 피어난 모양이 무척 귀여웠다. 철쭉 군락 너머로 멀리 산들이 조그맣게 내려다 보였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산맥을 보며 우리나라에 산이 정말로 많구나 싶었다.
철쭉 군락 사이사이에는 나무들이 홀로 우뚝 솟아 있었다. 철쭉만 있었다면 단조로운 풍경이 될 수도 있었는데 군데군데 솟아난 푸른 나무들이 이곳을 더 운치있게 만들어 주었다.
철쭉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위로 오르고 또 올랐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 멋있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열심히 오르막길을 오르다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면 분홍빛 바다가 산 아래로 넘실거렀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오는 황홀한 광경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붐비는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언제였던가 코로나가 들이닥치기 전 어느 가을 날에 황매산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들판 위로 무르익은 억새가 가득했었다. 그 억새는 어디로 가고 철쭉이 가득한가 싶었는데, 철쭉 군락 반대쪽이 억새밭이었다. 지금은 억새들이 잘려나갔는지 보이질 않았고 대신 넓게 펼쳐진 평원이 보였다.
황매산 정상까지 가는 길이 잘 닦여 있는 것 같았으나 우리는 전망대를 찍고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곧 비가 내린다는 날씨 예보 때문이었다. 돌아서서 가는 길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황매산은 아름다웠다.
내려갈 때는 철쭉 사이길이 아닌 하늘계단으로 걸어왔다. 멀리 보이는 산들을 발 아래에 두고서 내려오니 정말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곳은 굳이 철쭉이 피는 시기가 아니어도, 그 어느 때라도 찾아도 좋은 곳이었다. 멀리 보이는 높이 솟은 봉우리와 너른 평원의 모습을 눈에 꾹꾹 눌러 담았다. 다음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