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구름이 둥실둥실 떠오른 맑은 날이었다. 우리는 안동 낙강 물길공원으로 향했다. 이 정원은 한국의 지베르니라고 불린다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아름답길래 이런 수식어가 붙은 것일까? 예전에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지베르니에 들러 모네의 정원을 보고 왔었다. 정말 지베르니 같을지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에 '폭포공원'을 찍고 곧장 주차해서 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데 우리는 '안동루' 근처에 주차를 하고 공원 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정자에 올라서니 안동댐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고 그 아래로는 강물이 잔잔히 고여 있었다. 고여 있는 물 위로 푸르른 나무들의 반영이 떠 있었다. 멀리 산 아래로는 아파트들이 보였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왠지 저 나무들 가득한 곳에 공원이 있을 것 같았다. 아마도 댐에 고여 있는 물길을 따라서 공원이 만들어져서 '낙강물길공원'인가 보다.
안동루에서 계단을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이 계단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인지 철제 난간 주위에 거미줄이 많았다. 계단을 다 내려오니 숲길이 나타났다. 청량한 숲길을 어느 정도 걷다가 분수대가 있는 정원 쪽에 닿게 되었다.
우와아, 푸르른 나무들로 둘러 싸인 연못이 공원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잡고 있었다. 햇빛이 조금만 더 스며 들었다면 훨씬 멋있었을텐데 구름이 많이 껴서 그런지 못 주위가 많이 그늘져서 아쉬웠다. 연못 가운데 분수대가 물을 뿜고 있었고 못 위로는 자그만 수련 잎들이 가득했다.
지베르니 갔었을 때 찍었던 사진
안동 낙강물길공원의 아름다운 못
사람들이 왜 이곳을 한국의 지베르니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못 위에 동동 뜬 수련 잎들과 푸르른 나무들을 보니 정말 지베르니의 모네의 정원과 그 모습이 비슷했다. 오래 전 학생 때 떠났던 유럽여행 중 나홀로 찾아갔었던 지베르니가 떠올랐다. 혼자 모네의 정원을 거닐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때는 나 혼자였는데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다.
우리는 연못을 두르며 나있는 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었다. 멀리 가파른 절벽이 보이고 그 아래 놓여진 작은 붉은 다리도 보였다. 아마도 저 다리를 건너갈 수 있는 산책로가 있는 것 같았다. 저 위에서 연못을 내려다 봐도 풍경이 근사할 것 같았다. 산책로가 다양하게 있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주위만 돌고 말았던 것이 아쉽다.
못은 꽤나 넓었고 분수대도 여럿 설치되어 있었다. 크게 한 바퀴를 도는 내내 아름다운 물의 정원을 계속 볼 수 있어 좋았다. 쭉쭉 하늘로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못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로 걸으니 여름이었지만 덥지도 않고 시원했다.
여름날 초록 이파리들 그리고 파아란 하늘과 하얀 구름은 서로 아주 잘 어울렸다. 못 위에 빽빽한 연잎 위로 꽃들이 솟아 오르려나? 한여름이 되어 꽃들이 피어난 연못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모네가 이곳에 왔어도 멋드러진 수련 연작을 그릴 수 있었을 것 같다.
정원 한 쪽에는 능소화가 막 피어나고 있었다. 곧 있으면 흐드러지게 꽃을 가득 피워 담벼락이 주홍색으로 물들 것 같았다. 이제 능소화를 보러 여기저기 다녀야겠구나 생각하며 공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