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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Feb 26. 2022

겨울 핀란드 헬싱키에서 재미난 쇼핑하기

여행을 떠나면 항상 기념품 샵에 들러 나중에 여행을 추억할만한 물건들을 구입하는 편이다. 주로 그릇, 컵, 마그넷, 엽서, 인형 같은 소소한 물건들을 구입한다. 이런 물건들은 일상 생활에서 자주 마주쳐서 여행지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우리는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쇼핑을 했다.



기념품 샵에 들어가서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했다.  양털로 만든 스웨터와 모자같은 의류부터 시작해서 컵, 그릇, 작은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핀란드의 특색이 담긴 여러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사고 싶은 것들 투성이었지만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하며 꾹 참았다.



여러 상점들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크리스마스 용품점에 들어서게 되었다. 작고 귀여운 인형들과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들이 널려 있었다.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니 동화 속 장면이 펼쳐졌다. 금방이라도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가 튀어 나올 것 같은 모습이었다. 1월의 끝자락, 이미 크리스마스가 한참 지난 시기였지만 우린 크리스마스가 온 것처럼 들뜨고 즐거웠다.



크리스마스 상점을 나와서 핀란드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가 설계했다는 아카데믹 북스토어를 방문했다. 사실 나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지만, 건축을 전공한 남편을 위해 이곳에 찾아왔다.



천장 가운데 부분이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뚫려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보니, 책을 살짝 펼쳐 놓은 모양 같기도 했다. 유리로 마감되어 있는 단면을 통해 빛이 스며 들어왔다.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서 위에서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알바 알토는 자연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디자인을 중요시했던 사람이다. 천장의 유리창을 통해서 들어온 빛은 서점 내부를 은은하게 비추어 주었다.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자연광을 받으며 서점 안을 거닐 수 있었다. 우리는 다양한 책들을 구경하며 이리저리 서점 곳곳을 쏘다녔다. 그러다가 많이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아파와서 1층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한동안 쉬기도 했다.



핀란드하면 '자이리톨'과 광고에서 들었던 '휘바휘바'라는 말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 그 다음 떠오르는 것이 '무민'이었다. 왠지 핀란드에 와서 무민 기념품 하나 정도는 사가야 할 것 같았다. 무민이 너무 귀엽고 또 귀여웠다. 마침 근처에 무민샵이 있어서 찾아갔다.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고심하다가 실리콘 주걱과 나무 쟁반 하나를 사왔다.



양귀비 꽃무늬로 유명한 마리메꼬(Marimekko) 매장에도 잠깐 들렸다. 괜찮은 제품이 있으면 선물도 사고 내것도 하나 구입하려고 했는데 우리 기준에서는 가격에 비해 자재나 품질이 별로인 것 같다고 느껴져서 말았다. 얇은 패브릭 가방들의 가격표를 슬쩍 보았는데 가격이 꽤 나갔다. 우리는 혀를 내두르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마리메꼬 매장을 나와서는 또 다시 걷기 시작한 우리, 이딸라 매장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딸라는 핀란드에서 유명한 테이블웨어 브랜드여서 꼭 한번 들러보고 싶던 곳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이딸라 보다는 '아라비아 핀란드'라는 브랜드의 자기 제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아라비아 핀란드는 이딸라에서 인수한 자기 전문 브랜드였는데 같은 공간에서 제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접시들과 컵들을 정말 많이도 발견해서 고민을 무척 많이 했다.



그렇게 고른 두가지 제품은 무민 일러스트가 그려진 커다란 접시와 조그만 찻잔 세트였다. 접시는 'Friendship'이라는 주제로 무민과 콜라보한 제품 중 하나였다. 큰 접시 안에 까까머리를 한 소년과 푸른 눈을 가진 소녀가 꽃밭 위에 서있는 일러스트가 담겨 있었다.



우리가 구입한 찻잔은 아라비아 핀란드의 파라티시(Paratiisi) 디자인이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내 마음을 끌어 당기던 디자인이었다. 노랗고 보랏빛을 띄는 푸른 열매가 뒤섞인 경쾌하고도 상큼한 디자인이었다.

​'파라티시'는 핀란드어로 낙원이라는 뜻으로 1969년에 출시된 아라비아 핀란드의 대표적인 디자인이었다. 디자이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친구가 병문안을 오며 사들고 온 과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포장하는 동안 직원분이 우리가 구입한 찻잔과 똑같은 찻잔에 커피를 내려 주셨다. 같이 나온 쿠키와 함께 커피를 맛보며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노란 열매가 귀여운 찻잔, 보면 볼수록 어여쁜 잔이었다. 구입하기를 참 잘했다 흡족해하며 포장을 기다리다가 신나게 결제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쇼핑을 많이 했는지 짐이 많아져서 호텔에 들러 짐을 두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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