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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A Apr 02. 2022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 걷기


디자인 소품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부는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기대가 많았다.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구경거리들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하기에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어떠한 구역 안에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고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어서 몇몇 가게들을 찍어놓고 다니려면 엄청 걸어야 했다.



호텔에 잠시 들렀다가 쇼핑한 것들을 두고서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뚝뚝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호텔에 들리길 참 잘했다. 덕분에 우산을 챙겨 나와 비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시를 거닐었다. 비가 내리니 들이 마시는 헬싱키의 공기가 더 차가워진 듯 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궁금하다며 들어간 어느 비디오 가게 'LEFFAKAUPPA'. 핀란드어로 'Leffa'는 영화 'Kauppa'는 상점이라는 뜻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수도 없이 많은 비디오 테이프들이 조그만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다.




옛날 어릴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동네마다 만화책과 비디오 대여점은 꼭 있었던 것 같다. 정말 문 틈이 닳도록 가게들을 드나 들며 책과 비디오를 빌려 보았었다.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남편과 나는 서로 아는 영화들 포스터가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보며 각자의 추억에 젖어 들었다. 아주 오래 전 옛날 영화부터 최근 영화까지 다양한 비디오 테이프들이 있었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어느새 다 사라져 버렸다. 이제는 손쉽게 인터넷으로 볼 수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옛것이 사라져가는 것이 왠지 아쉽고 씁쓸하다.




인테리어 소품샵과 꽃집도 구경했다. 마음에 드는 것들은 많았는데 하나같이 모두 가격이 후덜덜했다. 북유럽의 물가는 정말 차원이 다르구나 실감했다. 사고 싶은 것들이 생기면 사자던 마음이 가격을 보니 쏙 사그라들었다. 


꽃집 야외 가판대에는 화려한 꽃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꽃들이 이리도 많다니, 너무 어여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사진도 몇 번 찍어 두었다.





'Paper Shop'이란 곳을 찾아갔다. 각종 문구 용품과 엽서, 포장지 등 종이 제품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독특한 컨셉의 가게라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나왔다. 그리고 조명가게와 아트샵들을 둘러 보았다.





여러 가게들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으슬으슬 몸도 춥고 배가 고파졌다. 우리는 유리창에 'draft beer'라고 적힌 글씨가 눈에 띄던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창가 자리에 앉아 부라타 치즈 샐러드 하나와 생맥주 두 잔을 주문했다. 생맥주 맛은 그저 그랬지만 샐러드가 참 맛있어서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갑자기 창밖에서 햇살이 들이쳤다. 밖을 바라보니 멀리 노오란 햇살이 건물을 물들이고 있었다. 우리는 햇살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햇살이 비치는 곳을 향해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헬싱키에 있는 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씨였는데 따스한 햇살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무작정 걷다가 보니 반하 카우파할리가 아닌 다른 실내 시장을 만나게 되었다. 잠깐 구경하러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반하 카우파할리 보다 훨씬 구색이 적은 작은 규모의 시장이었다. 시장 안을 한바퀴만 슬쩍 돌아보고 곧장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있었다. 겨울을 맞은 핀란드에서는 밤이 아주 빨리 찾아왔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황량하고 커다란 나무들이 줄줄이 서있던 어느 공원을 가로질러 쉼없이 걸었다. 구경거리 없이 호텔을 향해 걷기만 하니 어찌나 춥던지 모른다. 얼른 호텔로 돌아가 뜨끈하게 몸을 데울 사우나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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