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A Apr 24. 2022

로바니에미 맥도날드와 쇼핑, 오로라 투어예약

로바니에미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오로라와 허스키 썰매 투어 예약


로바니에미에는 하얀 이불을 덮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딜가나 하얀 눈이 우릴 반겨 주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구에는 눈이 잘 오지 않을 뿐더러, 눈이 내리더라도 금방 녹아 내려서 쌓인 눈 보기를 가뭄에 콩나듯 했다. 원없이 눈을 실컷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우리의 점심은 로바니에미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머나먼 핀란드까지 와서 왠 맥도날드냐고 하겠지만, 이곳 맥도날드는 특별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일부러 찾은 것이었다.



빠라빠빠빰, 맥도날드에 도착했다.

​구글지도는 참 대단했다. 어디에 있던지 가고 싶은 곳을 잘도 찾아준다. 갑자기 내가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다 해도 이 조그만 핸드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니 새삼 놀라웠다. 옛날처럼 지도를 들고 돌아다녔다면 길치인 나는 길 위에서 반나절을 보냈겠지.


로바니에미의 맥도날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구 최북단의 맥도날드였다. 러시아에 무르만스크점이 생기면서 최북단의 수식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로바니에미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장소이다. 북극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라니, 상상만으로도 싱글벙글 즐거웠다.



우리는 치킨버거와 비프버거, 윙, 감자튀김, 콜라를 시켰다. 창가 근처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벽에 걸린 액자에 초록색 오로라 사진이 담겨 있었다. 우와, 우리도 오로라를 볼 수 있으려나?


평소에 맥도날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먹은 맥도날드는 왠지 모르게 고퀄리티 느낌에 야채들이 신선했고 맛도 아주 좋았다. 내가 먹어 본 맥도날드 중에서 최고였다. 들뜬 기분 탓인지 아니면 진짜 맛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맛나게 햄버거를 먹어 치우고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나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은 누군가 눈을 치워 놓았는지 덜 쌓여 있었다. 그런데 조금만 길을 벗어나면 눈이 발목 위까지 쌓여 있었다. 이렇게 많이 쌓인 눈은 정말 오랫만이었기에 신기해서 눈밭으로 달려가 퍽퍽 눈을 밟았다. 걸을 때마다 발이 쑤욱 들어가더니 하얀 눈밭에 큰 구멍이 쏭쏭 생겼다.  



맥도날드를 떠올리면 덩달아 맥도날드 앞에 서있던 커다란 하얀 나무가 생각이 난다. 길게 뻗은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눈이 내려 앉아 있었다. 하얀 눈 알갱이들이 흔들거리는 나뭇가지를 따라 반짝거리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맥도날드를 나와서 눈이랑 정신 없이 놀다 보니 몸이 으스스 떨렸다. 따뜻하게 몸을 녹일 생각으로 쇼핑몰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저곳 다양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아이 쇼핑을 했다. 새로운 것들이 넘쳐나서 구경만으로도 너무 재밌었다.


로바니에미에 온 기념으로 목도리나 장갑을 살 생각으로 어느 옷가게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들을 쥐어 드는 족족 가격이 후덜덜했다. 가격표를 확인하고는 슬며시 다 내려놨다. 결국 무엇하나 사지 못하고 가게를 나왔다. 하하.



옷가게를 나와 다시 쇼핑몰 곳곳을 쏘다니다가 어느 초콜릿 가게와 마주쳤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이 초콜릿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나는 이 가게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한참 초콜릿들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것들을 주워 담았다.



초콜릿들을 구경하다가 가게 한켠에 전시된 컵들에 눈이 갔다. 특히 오로라와 어린 소년, 눈의 여왕처럼 보이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그려진 컵이 마음에 들었다. 신비로운 그림에 마음을 뺏겨 자꾸만 컵을 바라 보다가 결국 사고야 말았다. 지금도 여전히 차를 마실 때마다 애용하고 있는 소중한 컵이다.



기념품 샵에 들어가서는 마그넷과 엽서를 골라 담았다. 여행지에 와서 마그넷은 꼭 사는 편이다. 집 냉장고에 위에 다닥다닥 마그넷을 붙여 놓으면 어찌나 뿌듯하던지. 그리고 소소한 엽서들, 부담 없는 가격으로 여행을 기념하기 좋고 엽서 뒷면에 편지를 써서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우리는 기념품들을 잔뜩 사서 밖으로 나와 다시 눈 쌓인 거리를 걸었다. 우리는 로바니에미에서 오로라 투어나 낚시 같은, 이곳에서만 독특하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투어를 해보고 싶었다. 시내에 투어를 예약할 수 있는 안내소나 여행사들이 있을 것 같아 정처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움막 같은 곳을 하나 발견했는데, 움막 한쪽에 'Visit Lapland'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왠지 이곳에서라면 투어를 예약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서 두 사람이 우릴 반겨 주었다. 투어를 예약하고 싶다고 말하니 우리에게 오늘과 내일 로바니에미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투어들을 알려 주었다.



날씨 어플이 보니 그나마 오늘이 가장 날씨가 좋았다. 그래서 저녁에 오로라 투어를 예약하고, 여기 움막 안의 두 분이 강추를 하는 허스키 썰매 타기를 내일 해보기로 했다. 투어 예약을 끝내고 호텔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좀 남은 상황이라 산타 마을에 가보기로 했다.



남자분이 우리 이야기를 듣고는 자기 차로 산타마을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괜찮다고 사양하니, 정말 괜찮다고 부담가지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시길래 넙죽 그의 차를 얻어 타고 산타마을로 향했다.



눈이 가득 쌓인 차창 밖 풍경을 구경하며 산타마을로 가는 길. 우리들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윽고 산타마을에 도착했다. 남자와는 안녕을 고하고 저벅저벅 눈을 밟으며 산타마을에 들어섰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로 떠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