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에 오르니 보이는 넓은 세상
장미정원을 나와서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걷다보니 점점 시가지 외곽으로 향하는 듯 했다.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고요한 언덕길, 괜시리 나는 불안해져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살펴본다. 무작정 걷는 것은 좋지만 또 무섭기도 하다. 근처에 수도원이 하나 있는 걸 보고, 그리로 목적지를 정하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그 수도원은 알고보니 장미정원에서 보았던 '성 미하엘 수도원'이었다. 언덕배기 위에 자리잡고 있어 오르는 길이 힘들 순 있어도, 높이 올라간 만큼 그곳에서 보는 전경은 정말 끝내줬다.
수도원 모습이 그려진 앙증맞은 표지판을 지나쳐오면 곧 수도원 입구로 들어설 수 있다. 입구를 지나오자 마자 보이는 거대한 건축물에 눈이 번쩍 뜨인다.
정말 웅장하다. 하늘을 찌를듯한 청색 지붕은 균형감 있게 양쪽으로 우뚝 솟아있다.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게 되는 뾰족한 지붕, 신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이들의 염원이 느껴진다. 정교하게 조각된 성상들은 멋드러지게 이곳을 장식하고 있다.
수도원 입구로 들어와 왼쪽 길로 걷는다. 초록 잔디위에 아름답게 수놓아진 형형색색의 꽃들이 보인다. 노랗고 분홍분홍하고, 빨갛고 초록초록하고! 거기에 눈부시게 파란 하늘과 하얗게 동동 뜬 구름까지 더해진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적셔주는 듯한 분수의 물줄기도 눈에 띈다. 참 잘 가꿔놓은 곳이다.
잘 가꾸어진 작은 정원을 지나가면 기가막힌 장관을 마주하게 된다. 밤베르크 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좋아 선명하게 파란 하늘과 붉은 지붕이 대비되어 눈이 부시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져 보이는 초록 바다. 도대체 뭘까 생각해보았는데 포도밭이었다. 한여름의 싱그러움을 한껏 품고 자라고 있는 녀석들, 다른 계절에 이곳에 온다면 주렁주렁 열린 포도들을 볼 수 있을테지. 그 모습도 분명 아름다울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수도원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이곳을 떠나기 싫은 마음이 가득했다. 구시가지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건만, 내가 서있던 이곳에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수도원 정문 쪽에만 두어셋이 있었고, 수도원 뒤편에는 아무도 없어 혼자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뉘른베르크행 기차 시간에 맞춰서 밤베르크 중앙역으로 돌아가야 했으니까, 쉬이 떨어지지 않던 발걸음을 내딛었다.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역시 사람들이 없었다. 구시가지의 여러 관광지들에 비해 성 미하엘 수도원은 덜 알려진 것일까? 밤베르크에 찾아온 이들이 이토록 좋은 곳을 지나쳐버리고 간다면 내가 다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고요를 벗삼아 걸었다. 올라올 때는 가파르고 더워서 약간 힘들었는데, 내려갈때는 금방이었다.
밤베르크 안녕! 아름다운 모습들을 카메라에도 새기고 눈으로도 새긴다. 언제나 떠날 때 즈음이면 느끼는 감정들이 다시 복받쳐 오른다. 아, 언젠가 이곳을 다시 찾아올 날이 있을까? 내가 본 이 모습이 내 생에서의 마지막일 수 있다. 잊지않도록 더 깊숙히 새겨야지. 그렇게 밤베르크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