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향 가득한 금시당에 가다.
봄꽃이 피어나는 계절을 맞아 밀양으로 떠났다.
첫 행선지는 금시당 백곡재였다.
그곳에 가면 활짝 핀 매화를 만날 수 있다기에 기대를 품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거의 다 도착했을 즈음 청명한 하늘,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을 만나게 되어 차를 멈췄다.
이곳이 어딘가 했더니 금시당 유원지라는 곳이었다.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시원한 밀양강이 흐르는 유원지이다.
강물에 손도 한번 담가보고, 발장구도 몇번 쳐본다.
이제 봄이 왔고 곧 있으면 다시 여름이 오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금새금새 지나간다.
다 지나기 전에 이 봄을 더 많이 느껴봐야할텐데!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을 보니 참 아름답다.
금시당 근처에 차를 세우고 푸른 소나무 숲길을 지나간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지금 이 날씨가 참 좋다 생각하며 사뿐사뿐 걷는다.
금시당 백곡재에 들어서니 싱그러운 매화향이 코 끝을 찌른다.
조선 명종 때 문신인 이광진은 은퇴 후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금시당을 지었다.
금시당은 중국의 전원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온 말로 ‘각금시이작비(覺今是而昨非)'에서 ‘금시(今是)’라는 두 자를 따온 것이다.
도연명은 오랜 벼슬살이 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전원생활을 하며 여생을 보냈는데, 각금시이작비는 치열히 살던 과거보다 자연과 함께하는 지금이 더 낫다는 뜻을 내보인 말이다.
왼쪽편에 보이는 거대한 은행나무 한 그루.
이 은행나무는 이광진 선생이 직접 심은 것으로 자그마치 400년이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다.
가을이 되면 흐드러지게 핀 노란 은행잎들이 가득해 무척 아름답다.
가지만 앙상한 지금의 모습도 웅장하기 그지없다.
밀양강 굽이 흐르는 모습과 푸릇푸릇한 산.
황령핬던 겨울산은 이제 초록빛으로 물들어가고 봄을 맞이한다.
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약간은 으슬으슬해질 즈음, 아침부터 부지런히 내려온 보온병에 담긴 따뜻한 커피를 꺼내어 먹었다.
호로록 김이 나는 커피를 마시며 간만의 여유를 만끽한다.
이렇게 사계절 흐르는 자연을 느끼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늘상 행복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힘든 일들일랑 잊고 자연과 함께하는 지금 행복한 기운을 가득 가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