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의 흔적을 따라 킁킁 냄새도 맡고, 내 몸에 비해서는 길다고 자부하는 다리를 드높이 들고 나의 흔적도 남겨주고, 활발한 소통을 하곤 했는데...
1년 전쯤 이곳에 이사 오고 나서는 멍이든 냥이든 볼 일이 별로 없어.
아파트 전체에 멍이들이 얼마 안 사나 봐. 1년 동안 아파트 안에서 마주친 멍이는 셋.
sns 친구가 50명에서 3명으로 줄은 기분이랄까... 적적해.
산책을 나가도 흥미로운 게 없어졌어. 가끔 밖에 있는 나를 보고 집안에서 소리 지르는 친구가 있지만, 실물을 본 적은 없어.
그 친구는 베란다에서 밖을 구경하나 봐, 밖에서 누가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질러. 아주 용맹하지.
이 아파트는 그 친구가 접수한 느낌이야. 사실 만나긴 무서워. 목소리가 어마어마하거든.
내 보호자들은 다른 동물들이 나타나면 내 목줄을 짧게 쥐어.
이래 봬도 난 유치원도 다니고, 사회생활 하는 개인데 말이지.
나의 사회성을 무시하는 건지, 다른 동물들의 사회성을 걱정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줄을 꽉 잡고 나의 사회생활을 방해해.
상당히 불만스럽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뭐, 그냥 봐주기로 했어.
여기 아파트 생활이 쪼끔 지루해질 때쯤, 보호자들 몰래 발견한 게 있어.
차 밑에서 반짝이는 두 개의 빛.
와! 고양이야!
이 아파트에는 멍이는 얼마 없지만 냥이들은 여러 마리가 있었어.
사실 난 냥이를 가까이 본 적이 없어.
나는 목 줄에 매어 있고, 냥이들은 안 그런 편이니까. 냥이들이 쌩하니 가버리면 난 따라갈 수가 없거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가면 누워서 일광욕하는 냥이들과 마주치는데, 그런 냥이들에게 가까이 가려고 하면 여님이 절대 못 가게 해.
냥이들이 날 싫어한다나. 쳇.
거참, 인사하기 딱-좋은 날씨인데 말이야.
그렇게 목줄에 끌려가는 내 모습을 냥이들은 흘끗 보고는 다시 일광욕을 해.
좀 자존심 상하지만... 별수 없지 뭐.
한 번은 1층 복도에 앉아있는 검은색 냥이에게 소리 내서 인사했는데, 냥이에겐 개무시당하고 여님에겐 시끄럽다고 혼이 났지.
아, 자존심 구겨지는 날이었어.
이 동네 냥이들은 대부분 나에게 무심한데, 내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나에게 눈을 떼지 않아. 드디어 아는 척을 하는 거지. 그리곤 등을 동그랗게 세워. 가끔 꼬리도 세우고. 캬악-하는 소리도 낸 적이 있어. 난 움찔했지만, 냥이들의 인사인가 보다 하고 꼬리를 세차게 흔들어 주었어.
' 이 동네 오고 나서 나에게 소리로 인사를 해 준 냥이는 네가 처음이야!'
나는 냥이가 그렇게 반갑고 좋은데, 매번 보호자들 때문에 우리는 견우와 직녀처럼 가까워지진 못했지.
그러던 어느 날 밤,
드디어 기회가 왔어.
차 밑에 엎드려 있는 냥이를 봤거든.
보호자들이 눈치챌까 봐 나는 땅 냄새를 맡는 척 천천히 그쪽으로 향했어.
조금씩 가까워지는 우리 사이.
두근두근.
'저기... 안녕하 ㅅ ㅔ...'
정말이에요.
나는.. 아니 저는 반가워서.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요.
갑자기 그렇게 펀치를 날리시면...
제가 너무 아프잖아요...
그 날밤 나는 코에 한방, 등에 한방.
냥 펀지를 맞고 피를 봤어.
보호자들은
"고양이한테 까불지 말랬잖아! "
하면서 내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어.
아... 몸도 마음도 상처 투성이인 밤이었어.
아_놔_ 개 슬픔.
그 뒤로 산책 나갈 때 냥이... 님들을 만나면 어째서 인지 보호자님이 목줄을 세게 당기지 않아.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시선을 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