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픈 게 제일 아픈 거지
지금 아픈 게 제일 아픈 거고
남들이 들으면 그 정도 가지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여러 번 수술대에 올라봤다.
암수술부터 뼈 절단수술, 난소제거수술등...
전신마취부터 국소마취까지 마취도 여러 번 해봤다.
그리고 늘 생각한다.
수술은 하기 전이 가장 무섭고, 마취에서 깨고 난 뒤가 가장 아프다.
물론 나중에 생각해 보면 '그 수술이 젤 아팠어' 하는 게 있겠지만,
인간은 다행히도 망각의 동물이기에,
방금 끝난 수술이 젤 아프다.
난소제거 수술을 해야 할 때였다.
유방암 수술 뒤라 예방적 차원에서 한 수술이었다.
유방암 수술은 내 생애 첫 수술이었고, 재건 수술을 함께 한 후 혈압이 오르지 않아 거의 8시간이 걸린 대 수술이었어서 난 수술이 무서웠다.
산부인과 선생님은 난소제거 수술은 복강경 수술이라 간단하고 아프지도 않다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복강경 수술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간단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일단 살을 찢는 수술은 아니니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수술이 끝나고 입원실로 올라 온후,
마취가 풀린 내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아이씨, 안 아프다며!"
였다.
(참고로, 나는 스스로와 남편 공인 통증을 잘 참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러고 나서 위를 보니, 아플 때 한 번씩 누르라는 버튼이 달린 진통제가 떡 하니 꽂혀있다.
'마취 풀리면 아플걸요' 하듯이.
그래... 그렇지.
난소도 장기지. 왜 그걸 떼어 내는데 안 아프다고 생각했을까.
내가 바보지.
그 뒤로 다른 몇 번의 수술을 할 때마다 느꼈다.
모든 수술은 다 아프다.
'이 수술은 덜 아파요' 따위는 없다.
그리고 아파해도 된다.
왜냐하면 아프니까.
생각해 보면.
꼭 수술이 아니어도,
문지방에 발을 찧어도,
종이에 손이 베어도,
밥을 먹다 혀를 씹어도.
내가 아프면 젤 아픈 거다.
그러니까
그럴 땐 그냥 아파해도 된다.
사람마다 느끼는 아픔의 크기는 다 다르기에.
그럴 때 울고 싶으면 울고,
소리 지르고 싶으면 소리 지르면 되지 않을까.
사실 나는 유방암 수술 뒤에도,
뼈를 잘라내는 수술 뒤에도
나보다 더 아픈 얼굴로 부모님이 지켜보고 계시기에.
'파이팅'
'엄마, 아빠, 미안하고 사랑해요'
이딴 소리를 지껄여 대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했더랬다.
그리고 그렇게 참아 온 통증들이 모여
지금 나는 한꺼번에 앓고 있다.
나처럼 어떤 이유 때문에 아픔을 참아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그냥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아프다고 소리 지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원래,
내가 아픈 게 젤 아픈 거고
지금 아픈 게 젤 아픈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