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엄마를 무서워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체벌 때문일 거예요.
엄마는 화를 많이 내고, 소리를 많이 질렀죠.
엄마는 아빠가 우리에게 너무 잘하기만 했기에,
엄마가 엄한 역할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죠.
맞아요.
그럴 때도 있었죠.
엄마도 억울했을 거예요.
딸들에게 천사표인 아빠대신 나쁜 역할을 도맡아 해야 하는 엄마가요.
근데 엄마,
어려도 가끔은 알아요.
잘못해서 혼나는 건지, 그냥 화풀이 대상이 되고 있는 건지.
언젠가 엄마랑 얘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어요.
우리 어린 시절에 신체적 체벌은 자주 있는 일이었지만,
나와 언니는 엄마에게 아주 많이 맞았었다고 기억하는데.
아, 물론 제 기억이에요.
파리채로도 맞고, 빗자루로도 맞고, 손으로도 맞고...
심지어는 겨울에 언니랑 내복바람으로
대문 앞에 서 있었던 것도 기억이 나는데.
그 얘기를 들은 엄마가 어리 둥절한 얼굴로
"내가 널 때렸다고? 언제?"라고 하셨잖아요.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어요.
그때 아이 었던 나는 기억이 나는데,
어른이었던 엄마는 기억을 못 한다는 게 이상해요.
하지만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반대로 난 엄마의 포옹이 기억이 안나거든요.
엄마는 날 안아주었던 순간이 기억나나요?
난 아주 어릴 때 말고는 엄마에게 안긴 기억이 별로 없어요.
엄마가 나를 때린 걸 기억 못 하는 거랑, 내가 엄마의 포옹을 기억 못 하는 게 같은 맥락일까요?
그렇다면 왠지 슬픈
'기억의 상실'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