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딸이 아니어서 미안해요.

by 붙박이별

엄마,

내가 대학에 특차로 입학했을 때,

나에게는 '잘했네. 애썼다'라고만 했었죠?


그런데

엄마 교회 사람들, 친구들, 지인들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둘째 딸이

붙기도 어렵고 성적도 높아야 갈 수 있는 과에 한 번에 붙었다고

전화로 자랑하던 목소리가 생각나요.


사실 그렇게 까지 대단한 곳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내가 취업했을 때,

누군가 물어보면 장애 아이들 가르치는 학교 선생님이라고 말씀하셨죠.


난 학교 선생님은 아닌데,

주변 분들이 나를 다 학교 선생님으로 알고 있어서 이상했던 기억이 나요.


아빠의 퇴직 이후에는,

우리가 전원에 주택을 지어 부모님을 모셨다는 게 큰 자랑이 되었겠지요.


그리고,

내가 아픈 후에는.

내가 아픈 후에는..

엄마에게 남은 자랑은

대기업에 다니고

아픈 아내를 아끼고 자상하게 대해주는 사위일 거예요.


이제 엄마에게 나의 자랑은 남지 않았죠.

나도 잘 알아요.

나는 이제 엄마에겐,

남들에게 위로받고 싶은 약점이자 아킬레스건이 되어있겠죠.


엄마,

엄마가 많이 칭찬해주지 않아도,

엄마의 전화 통화를 몰래몰래 들으면서

나를 얼마나 자랑스러운 딸로 생각했는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자랑스러울 수 없는 딸은

미안하고 비참해요.

엄마까지 안쓰러운 눈빛을 같이 받게 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엄마.

내가 아픈 것 때문에 나의 장점 들은 다 없어진 건 가요?

나는 그냥 암환자 딸인가요?

늘 걱정만 주는 존재인가요?

내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프고 한숨만 나오나요?


엄마,

난 그런 딸일까 봐,

아니, 그런 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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