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다른 사람의 불행이 위로가 되진 않아요.
엄마,
나는 암환자가 되고 장애를 가지게 된 나 자신이 가끔 안쓰러워요.
엄마도 그런가요?
엄마도 암환자이자 장애를 가진 딸의 엄마가 된 자신이 안쓰럽나요?
언젠가부터 엄마는 저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누구네도 암이라더라.
누구네도 암으로 입원했다더라.
누구는 암 말기라더라.
암, 암, 암...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주변에 알거나,
누군가에게 들은 암환자들 얘기를 끊임없이 했어요.
엄마, 난 그 말들이 정말 듣기 싫었어요.
처음에는 엄마가 나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니 주눅 들지 말아라'라고 말하고 싶은 줄 알았지요.
그래서 그런 말이 듣기 싫다고 말 못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엄마의 얘기들이
'젊지만 병을 앓는 사람들,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말들로 채워졌죠.
주변에 심각하게 아픈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엄마의 그런 얘기들은 끊임없이 이어졌어요.
엄마,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얘기들이 위로로 들리지 않기 시작했어요.
엄마의 얘기들은 엄마 스스로 하는 자기 세뇌 같았어요.
'이런 자식이 있는 부모는 나뿐이 아니다.'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는 사람도 많다.'
'내 딸은 지금은 괜찮으니 나 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같은
스스로에게 하는 위로 말이에요.
내가 너무 심하게 생각하는 건가요?
엄마,
나는 엄마가 물을 때마다 '괜찮다'라고 해요.
그런데 엄마는
다른 사람이 내 얘기를 물을 때마다
'그냥 그렇지, 계속 아프고.'라고 대답하더군요.
나는 '괜찮은 딸'이 되려고 노력하는데,
나는 엄마에게 '늘 아픈 딸'이네요.
만약 엄마가 '아픈 딸의 엄마'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는다면, 그건 괜찮아요.
하지만 나에게
다른 아픈 사람들의 얘기를 끝없이 하진 말아줘요.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나 불행이 나에겐 위로가 되진 않아요.
엄마에게 말하진 못했지만,
나는 아직도
암, 투병, 죽음... 이런 말들이 무겁고 힘들어요.
엄마, 나는 그런 말들이 아직도 끝없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