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얘기를 너무 자세히 털어 놓진 마세요

by 붙박이별

엄마,


아빠는 나에게 너무나 자상하고 따뜻한 아빠였어요.

하지만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죠.

엄마에게 좋은 남편은 아닐 거란 걸.


엄마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해도

날카로운 말로 받아쳤고,

아빠가 무슨 실수를 하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심하게 보곤 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나는 엄마와 아빠가 같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곤 했어요.

그건 지금도 그래요.


내가 아프기 전,

엄마는 우리 부부에게 아빠가 과거에 어땠는지 말해주셨죠?

맞아요. 내가 들어도 아빠는 엄마에게 나쁜 남편이었어요.

엄마가 아빠에게 왜 그렇게 대했는지 알 것도 같았어요.


딸은 나이 들면 엄마를 제일 잘 이해하는 존재가 된다는데.

엄마, 사실 나는 잘 모르겠어요.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얘기들을 엄마가 자세하게 얘기를 하니,

나는 마음이 괴로워졌어요.


내가 갖고 있던 기억 속의 아빠와 엄마가 말하는 아빠가 너무 달라져서,

난 좋은 아빠를 빼앗긴 기분이었어요.


엄마는 내가 엄마를 이해하길 원해서 그런 말을 했겠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엄마와도 아빠와도 멀어지고 말았어요.


이제는

엄마와 아빠와 같이 있으면 느꼈던 알 수 없는 긴장이,

이해관계를 알게 된 긴장으로 바뀌었을 뿐이에요.


엄마,

두 분이 큰소리를 내며 싸우실 때마다,

방 안에서 이불을 덮고 울던

어린 나는

아직도 내 안에 있어요.


엄마의 날카로운 말투와 아빠의 침묵에 담긴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 지금도,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귀를 막고 싶어요.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를 이해 못 하는

딸에게 서운한가요?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나는 엄마만의 딸은 아니잖아요.


또 미안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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