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엄마의 딸이지 일부가 아니에요.

by 붙박이별

난 아프고 난 뒤 단발머리를 꽤 오래 유지했어요.

머리를 감고 말리는 것도 편해졌지만,

약을 워낙 많이 먹으니,

머리를 묶거나 빗으면 머리가 아주 많이 빠지 거든요.

그래서 난 계속 단발을 유지하죠.


근데 엄마는 그게 맘에 안 들었나 봐요.

여느 주말처럼 반찬을 한가득 가져온 엄마는 갑자기 내 머리를 보더니 말했죠.

"너 예전처럼 머리를 좀 기르면 안 될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순간적으로 화가 났어요.

그렇지만 난 엄마에게 화를 내 본적은 거의 없었기에, 웃으며 농담처럼 얘기했죠.

"엄마는, 마흔 넘은 딸 머리스타일까지 간섭을 해요?"

엄마는 내 말에 약간 놀란 듯했어요.

"아니... 긴 게 더 이쁘니까..." 하고 말을 흐리셨죠.

그런 엄마의 반응에 난 괜히 미안해져서

"머리 기르니까 너무 많이 빠져서, 그냥 계속 잘라요."라고 설명했어요.


생각해 보면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잘 따랐던 것 같아요.

사실 엄마는 엄마 말을 따를 때까지 시키는 편이셨거든요.


난 대학생이 될 때까지 내 손으로 내 옷을 사 본 적이 없어요. 늘 엄마가 사주는 옷을 입었죠.


외출을 할 때 옷을 골라서 입고 나갔다가,

엄마가 '그거 좀 이상한데, 저걸로 갈아입어.'라고 하면 얼른 갈아입고 나왔죠.

그럼 엄만 만족스러워했어요.


엄마는 식사를 할 때도 엄마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방식대로 먹기를 권했어요. 먹는 순서까지요. 어떨 때는 쌈도 엄마가 말하는 걸 넣고 싸 먹을 때도 있었죠.

요즘에는 내가 싫다고 많이 하지만, 엄마는 아직도 그런 걸 강요할 때가 있어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내 맘대로 옷을 입고 나가면, 엄마는 옷을 '거지 같이' 입는다고 화를 내셨어요. 그리고 옷을 직접 사 오셨죠

학교에 갈 때는 그나마 내 맘대로 옷을 입을 수 있었지만, 엄마랑 같이 나갈 때는 엄마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야 했어요. 그 옷이 내 마음에 너무 안 들어도요.


대학생 때부터 만났던 남편은 그때 날, '마마걸'이라고 불렀어요.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걸 바꾸긴 쉽지 않았어요.

엄마의 요구를 거절하면 그 불편한 감정은 화가 되고, 결국은 엄마의 그 감정이 나에게 옮겨져서 내 마음이 불안해지니까요. 언젠가부터는 엄마의 목소리만 좋지 않아도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아직도 내가 입는 옷이 마음에 안 드나 봐요. 요즘에도 가끔씩 옷을 사다 주시잖아요. '내가 입으려고 샀는데 너무 커서'라든지,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라면서 요.

근데 엄마, 그 옷들을 난 입어 본 적이 없어요.


엄마, 난 궁금해요.

엄마는 나를 엄마와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난 엄마와 계속 연결이 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자식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요?

아니요.


그건 다른 문제 같아요.

나는 엄마 자식이기 전에 한 사람이잖아요. 독립된.


그런데 난 자아도 없고, 취향도 없이 자랐어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엄마가 입혀주는 대로, 엄마가 골라주는 대로, 엄마가 먹이는 대로.


그게 효도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엄마를 기쁘게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하면서.


엄마,

모든 게 엄마 탓은 아니겠지만,

난 지금까지 스스로의 꿈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간절히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더 막막해요.


내가 자라면서 엄마에게 늘 업혀 다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내가 아프니까 엄마는 나를 다시 업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엄마,

이제는 그러지 마세요.


업혀있는 나도,

업고 있는 엄마도.

모두 행복하지 않잖아요.



이전 07화아빠 얘기를 너무 자세히 털어 놓진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