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덩치가 커서 무거웠다.
덩치가 작고 몸이 약한 엄마는 나를 업고 다니기가 힘들었다.
다행히도 나는 손을 타는 아이는 아니라 혼자 두어도 엄마를 잘 찾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는 나를 앉혀놓고 티브이를 틀어주고, 앞에 과자를 두고 장을 보러 갔다.
장을 보고 두 시간 뒤에 돌아 왔는데, 나는 엄마가 나갈 때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그 맘 때쯤 지쳐있었다.
아빠의 외도 사실뿐 아니라, 외도의 상대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둘째인 내가 아주 어렸지만 이혼까지 생각했다.
엄마는 무거워서 안기 힘들었다는 나를 업고, 그 여자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아빠의 내연녀.
일단은 아이들이 있으니, 그녀가 떠나 주길 바랐다.
그러기만 한다면 지금 등에 업혀있는 아이를 봐서라도,
딸들을 위해서라도 이번만은 참고 넘기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어린 나를 보고도 아빠를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녀의 비웃음이 느껴졌다.
너무 화가 났다. 버림받았다는 생각. 비참함. 초라함이 몰려왔다.
엄마는 생각했다. 나는 왜 이렇게 된 걸까.
엄마는 '그래 다 가져가라 다! ' 하고 생각한다.
그 여자에게 엿을 먹이고 싶었다.
엄마는 엄마의 등 뒤에 매달린 나를 내려서 그녀에게 내던지다시피 안겼다.
" 그 남자 딸이니까 얘도 데려가. 그 남자도 데려가고. 애 키우면서 그 남자랑 잘 살아요. 이혼해줄 테니까."
그 여자는 얼떨결에 나를 받아 들었다.
순하디 순한 나는 엄마 품을 떠나 그 여자에게 내던져지자 자지러지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울음소리에 그녀의 현실 감각이 돌아온 걸까.
아님 내 무게에 그녀의 맘이 돌아선 걸까.
그녀는 나를 안은 채로 급하게 엄마를 따라갔다.
그리고 나를 엄마에게 돌려주었다.
아빠와 헤어지겠다고 했다.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엄마는 무거운 나를 안고 돌아오면서 서글프게 울었다.
에이, 사는 게 버러지 같다. 생각하면서.
그래도 자지러지게 울다가,
엄마품에 안기자마자 울음을 그치는 나를 꼭 안고,
'그래. 너희 보고 살자. 너희 보고...' 생각하면서.
나를 다시 업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