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수면제

by 붙박이별

남편은 나에게 말 안 하고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많은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런 남편이 듬직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내가 걱정하면 남편은 늘

"걱정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하고 큰소리친다.

그 뒤에서 얼마나 많은 계획과 계산과 행동을 했던 걸까. 혼자서.


남편은 말은 안 해도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다.

무슨 문제가 있으면 집요하게 생각하고 끝까지 계획해서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번 달에 대책도 없고 계획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

서울로 발령이 났는데 남은 기한이 아주 짧다.

한... 보름?


그동안 길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지역을 옮기긴 했지만, 이렇게 준비기간이 짧은 건 처음이다.

특히 집은 답이 없다.

남편은 그래서 더 힘들었나 보다.


안 그래도 이번달 초부터 돌발성난청으로 두 번이나 입원했는데,

또 해결해야 할 막막한 일이 있으니,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았다.

계속 찾아보고, 알아보고, 생각하고...

내가 봐도 이번은 너무 막막하다.


남편은 스트레스를 주말엔 낮잠으로 푸는데,

이번엔 너무 힘든지 잠이 안 온다 했다.

내가 남편 속도 모르고,

밤잠도 아니고 낮잠인데 안 오면 안 자면 되지

왜 그렇게 자려고 애쓰냐고 했더니.

깨어 있으면 계속 해결책을 생각하느라 애쓰고 있게 된다고, 그게 너무 힘들어서 잠이라도 자고 싶다고 했다.


결국 남편은 낮에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잤다.

얼마나 생각을 멈추고 쉬고 싶으면 저럴까.

잠든 남편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물론 이번 일도 잘 해결될 것이고,

이전 일들처럼 웃으며 얘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엔,

남편의 어마어마한 노력이 들어있다.

나라면 할 수도 없고, 상상도 할 수 없는.


남편,

당신과 20년 넘게 함께 하고 있지만,

아직 당신의 깊이를 다 모르겠어.

그런 깊음을 가진 당신을 존경해.

그리고 사랑해.

앞으로는 혼자 다 힘들어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나눠서 함께 힘들어하자.

우린 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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