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형화된 고객 응대를 하는 카페는, 스타벅스다. 대형 프랜차이즈다 보니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직원 교육도 체계적이다. 꼭 스타벅스에서 일해보지 않았어도, 그곳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를 보면 알 수 있다. 수많은 매장이 있음에도 그들의 응대는 비슷비슷하다.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필요한 말만 하는 듯한, 흡사 로봇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감정소모가 많은 서비스직이므로 그렇게라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이 된다. 그럼에도 바리스타는 사람이기에 매장마다 살짝 다른 색깔이 드러난다.
글을 쓰는 지금 스타벅스 매장에 앉아 있다. 평소에는 거의 올 일이 없는, 일정이 있어 이동 중에 잠시 들린 곳이다. 사실 친절도에 있어 평이 좋지 않은 곳이어서 살짝 궁금했다. 네이버든, 카카오든, 사람들의 일방적인 평을 그렇게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다 하는 곳은 그럴 이유가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스타벅스는 마스크를 쓰고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바리스타의 표정을 볼 수가 없다. 심지어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거의 눈만 보일 지경이다. 그럼에도, 그 눈에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바리스타는 알고 있을까? 먼저 주문을 받는 분의 표정이 어둡다. 마스크를 썼는데 어떻게 표정이 보이냐고?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어둡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이럴 때는 정형화된 친절이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후도 아닌, 아침부터 이러면 이 친구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 그래, 오지랖이다. 알아서 잘하겠지.
주문한 커피와 베이글을 들고 2층으로 올라왔다. 한 친구가 ’staff only’라고 쓰인 방으로 들어간다. 미들 조인 모양이다. 그런데 그 ‘초록’ 앞치마와 헌팅캡을 들고 나오더니 매장 의자에 던져 놓는다. 아직 시간이 안 됐는지, 근무 아이템(?)을 팽개쳐 두고 여기저기 자기 일을 본다. 그러다 모든 손님이 보는 앞에서 앞치마를 하고 모자를 쓰고 내려간다.
이런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는 건 내가 꼰대라는 의미인가? 만약 매장의 주인이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만약 본인이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런 행동을 한 바리스타를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나도 같은 일을 하는 입장으로 그들의 고충을 이해한다. 열악한 환경과 고강도 근무, 그리고 스스로 느끼는 사회적 시선까지.
사람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는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매개로 가장 최전선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직업이다. 물론 바리스타의 언행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리스타의 몸짓, 표정, 말투에 영향을 받는다. 바리스타도 손님들의 반응에 영향을 받듯 말이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바리스타의 친절한 말투 하나가 손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수도 있다. 바리스타의 미소 짓는 한 순간이 상대의 언짢았던 마음을 풀어줄 수도 있다. 아니면 또 어떠한가! 내가 상대를 기분 좋게 응대한 것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
바리스타는 카페의 얼굴이다. 커피가 맛있는 것도 중요하고, 비일상성을 맛볼 수 있는 인테리어도 중요하다. 하지만 얼굴 찌푸린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는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다른 것이 다 만족스러워도 바리스타가 친절하지 않으면 다시 가기 싫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카페의 숙명이다. 그래서, 어쩌면, 바리스타는 자부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얼굴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