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

by 리온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카페에 왔다. 잠시 작업할 것이 있어서 커피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켰다. 다행히 점심시간 전이어서 자리가 있었다.


12시가 되니 사람들이 하나 둘 카페 문을 열고 들어 온다. 한가했던 카페가 북적거린다. 비었던 자리도 모두 채워진다. 내 예상과는 다르다. 보통 12시가 점심시간이니, 한 12시 반쯤 단체로 사람들이 들어와 음료를 주문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시작하자마자 자리가 차기 시작한다. 한 명씩 또 한 명씩. 다들 음료 한 잔을 주문해 들고 오거나, 간단한 샌드위치 하나만을 가지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이어폰을 끼고 손에 스마트폰을 쥔다. 누군가는 엎드려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근처 직장인들인 것 같다. 각 사람의 사정은 모르지만, 힘들고 지쳐 보인다. 오죽했으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쉼을 취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일까? 내 상상일 뿐일 테지만, 완전히 틀린 상상만은 아닌 것 같다. 카페에서의 한 시간이 오전에 힘겨웠던 일을 잊게 해 주는지도 모른다. 혹은 짧은 점심시간을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 사용함으로 오후를 버틸 힘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삶은 쉽지 않으니까.


카페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마시러 온다. 지인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방문하기도 한다.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고,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도 나쁘지 않다. 때로는 ‘있을 곳’이 필요해서 머물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 또 하나의 이유로 카페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전쟁터 같은 세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카페로 숨어든다.


1시가 다가오니, 하나둘씩 외투를 집어든다. 다시 돌아갈 시간이다. 내 주변의 자리가 다시 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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