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봄밤
헤어진지 십수 해의 강을 건너
서 있는 세종의 봄, 어느 밤
낯설 듯 익숙한 미소 하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조용히 깨운다
식탁 위, 시간을 되감는 듯한 이야기
과거의 그림자 속에 잊힌 가족 간의 갈등
금세 작은 창문에 반짝이는 빛이
시간의 소용돌이 속에 깊어만 간다
귀로에 오른 차창 너머로 스치는 가로등 불빛들
피곤한 눈으로 바라보던 반듯한 건물들이 사라지고
아쉬움에 잡아본 손가락 사이로
따스한 내일의 바람이 지나간다.
그 밤, 우리는 다시 식탁에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 그리고 누구도 먼저 꺼내지 않았던 오래된 이야기들. 익숙한 장소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과거로 이어졌다. 식탁 위를 맴도는 말들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잊고 지냈던 감정들을 꺼내놓았다.
가족이란 가깝지만, 그래서 더 멀어지는 사이일 때가 있다. 어린 시절의 감정은 오랫동안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 깊이 남는다. 그날 밤, 서로가 건네던 눈빛 속엔 이해와 연민, 그리고 늦은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봄은 그렇게 돌아왔다.
기억을 데려오고,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간 쌓인 이야기도, 말 못 했던 애정도, 봄밤의 공기 속에서 다시 피어난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오래된 이야기 속 한 장면이다.
2025.4.11.
세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