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긴 줄 알았는데 (9)

부모님 생각

by 요마

전에 읽은 책 중에 "어떻게 늙을까"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의 초반부에 작가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엄마에 관한 글을 쓴 부분이 있다. 작가는 70 세였고 작가의 엄마는 94 세로 나와 있다. 작가 자신도 젊은 나이가 아닌데, 딸의 입장에서 늙어 가는 엄마를 보는 작가의 마음이 잘 그려져 있다.

특히 엄마가 노환으로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때가 왔을 때, 먼 거리에 살고 있었음에도 엄마를 돌보아야 했던 자식으로의 책임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은연중에 회피하고픈 갈등상황에 놓이게 되는 마음이 잘 나타났다. 도서관 반납일까지 다 읽지 못하고 반납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의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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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언니와 남동생이 있지만, 언니는 미국에 살고 있고 남동생은 서울에서 주생활이 이루어지는지라, 집에서 부모님 댁까지 차로 15분 거리, 가장 가까이에 사는 내가 부모님과 자주 만나는 상황이다 (점심식사는 부모님과 밖에서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80대가 된 부모님의 건강은 예전보다 확실히 안 좋아지셨다. 병원 가는 일도 잦아지시고, 정기적으로 검사할 것들이 있으니 서울도 정기적으로 왔다 갔다 하셔야 한다. 엄마는 올해 운전을 그만두셨지만 아빠는 아직도 운전을 하시고 본인 일도 여전히 하시고 사실 내가 같이 안 가도 두 분이 잘 다니시긴 한다. 하지만 왠지 병원에 예약이 있으면 함께 동행을 하려고 열심히 따라다니다가 내 몸이 아픈 이후로는 매번 모시고 따라다니는 것은 그만두었다. 내 몸과 마음이 힘드니 제풀에 나가떨어졌다고나 할까...


항상 강할 것이라 생각했던 부모님은 나이가 들면서 여러 면에서 마음 약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이신다. 우리 아빠는 8남매의 장남으로, 옛날 장남들이 그랬듯이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효자에 속한다. 특히, 허리를 다치시고부터 걷지 못해서 거의 20년을 24시간 상주 간병인을 두고 누워서 100세 넘게까지 사신 친할머니에 대한 효심이 지극했다. 우리 집 식구들 모두 곰과에 속해서 아무리 가족이래도 애교를 부리거나 살갑게 뭉실뭉실한 말을 해준다는지 하는 일은 생전 없기에, 아침마다 앞동에 사시는 할머니 댁에 문안 인사를 가고,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으면 바로 포장해서 갖다 드리던 아빠의 행동에서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하신다라고만 느꼈었다.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실 무렵 몇 년은 콧줄(비위관)을 끼고 음식섭취를 하시게 되었는데 (나중엔 가족들이 다들 콧줄 단것을 후회를 했음) 사실 숨만 쉬고 연명하는 것일 뿐 진정 산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 당시 명절이 되어 가족들이 모여 아침을 먹는데, 할머니의 그런 모습을 아침에 보고 가면 가슴이 아파서 요즘은 일부러 안 가게 된다는 말씀을 하시며 아빠가 눈물을 보이셨었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을 때도 아빠가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못 봤던지라, 식사하시며 울먹이는 아빠의 모습에 나도 눈물이 핑 돌았었다. 엄마는 젊었을 적, 무릎이 안 좋았던 외할머니를 생각 못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오면 되는 언덕길을 재촉하여 내려온 일이 마음에 걸리시는지 그 이야기를 하시며 항상 눈물을 보이신다. 나이 드신 부모님의 눈물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도 나중에 부모님께서 안 계실 때 옛 생각을 하며 통한의 눈물을 흘릴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지금도 부모님께 잘못한 무수한 일들을 생각하면 후회와 죄스런 마음이 밀려오기에..조금이라도 그런 아픈 기억은 줄이고 좋은 기억만 품고 나이 들고 싶다.

(요즘 유독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여러모로 많다. 아마 내 불효때문이 아닌가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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